FTA처리후 꽁꽁 언 정국… 與 ‘민생예산 카드’로 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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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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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국회복귀 길 터주기… 당청 쇄신 주도권 잡기

민주당 불참… 예결위 사흘째 공전 24일 민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다. 계수조정소위는 22일 한미 FTA 비준동의안 국회 통과 이후 민주당의 보이콧으로 사흘째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정갑윤 예결특위 위원장과 장윤석 구상찬 배영식 한나라당 의원.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민주당 불참… 예결위 사흘째 공전 24일 민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다. 계수조정소위는 22일 한미 FTA 비준동의안 국회 통과 이후 민주당의 보이콧으로 사흘째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정갑윤 예결특위 위원장과 장윤석 구상찬 배영식 한나라당 의원.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한나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후폭풍 정국을 돌파하기 위해 내년 예산안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국회 일정을 전면 중단한 민주당에는 예산안 심사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국회 복귀를 촉구하고 있고, 정부와 청와대를 향해서는 민생예산으로 재편성하겠다며 당청관계의 재정립을 시도하고 있다.

○ 민주당의 국회 복귀 길 터주기


황우여 원내대표는 24일 민주당을 향해 “FTA는 막대한 후속예산이 반드시 반영돼야 하기 때문에 예산 확정 이전에 반드시 타결해야 했다”며 “이제는 10월 31일 여야 합의문을 기초로 좀 더 완벽한 후속대책을 마련하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필요한 경우 국회 내에 특위를 구성해 (후속대책을) 점검하고 완벽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 원내대표는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에서 약속한 조치(발효 후 3개월 내 미국에 재협상 요구)를 추진할 수 있도록 여야 협의를 마치겠다”며 “야당은 FTA 이행을 위한 부대 권고안을 의결할 수 있도록 속히 국회 논의에 나와 달라”고 촉구했다.

황 원내대표는 이날 자당 소속인 정갑윤 예산결산특별위 위원장과 간사인 장윤석 의원, 이명규 원내수석부대표와 예산과 관련한 대책회의를 가졌다. 그는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계수조정소위가 열리지 못하더라도 복지 분야 및 FTA 후속대책 예산을 갖고 민주당과 계속 물밑 협상을 진행할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 당청관계 재정립도 시도


홍준표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민생예산을 화두로 던졌다. 홍 대표는 “당 정책위에서는 민생예산에 대해 준(準)수정예산에 버금가는 민생예산을 편성해 주기 바란다”며 “내일(25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예산과 국회 현안에 대한 방향을 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친박(친박근혜)계인 유승민 최고위원도 “민생복지, 교육, 보육, 일자리 등 획기적인 정책기조 변화가 있을 때 불안한 국민의 마음이 치유된다”며 홍 대표에게 힘을 실었다.

이날 발언에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당청 관계에서 주도권을 갖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의 요청대로 한미 FTA 비준안을 처리한 만큼 이제는 당이 당청관계에서 우위를 점하며 정국을 주도하겠다는 취지라는 것이다. 향후 단행될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 개편에도 당 지도부가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와 정부가 당이 주장하는 예산안을 반영해 주면 좋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강하게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당청 간 정책 차별화가 자연스레 이어지도록 할 것”이라며 “예산 국면에서 절대 물러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민생예산안 편성과 관련해 쇄신파와 친박계가 강하게 요청했던 것을 수용하는 형식이 되기 때문에 향후 당 쇄신 국면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 29일 예정된 쇄신연찬회에서 정책기조 변화에 대한 목소리가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 친박계 의원은 “그동안 박 전 대표가 예산안 확충에 대해 두루뭉술하게 이야기했지만 예산 수정안이 잘 진척되지 않을 경우 구체적인 항목을 짚어 강하게 의견을 피력할 준비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여야, 예산심사 재개 신경전


국회 예결특위 계수조정소위는 이날 민주당의 심사 거부로 사흘째 가동되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오전 10시 계수조정소위를 열어 민주당의 예산심사 동참을 촉구했지만 민주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회의는 30분 만에 끝났다.

한나라당 간사 장 의원은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강기정 의원과 통화했는데 안타깝게도 민주당의 입장이 국회 일정의 전면 중단이어서 예결위에 참석할 수 없다고 했다”며 “25일이 넘어가면 예산안 처리 법정기한(12월 2일)을 맞추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정 특위위원장은 이날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와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당분간 냉각기가 필요하다고 보고 당장은 계수조정소위를 단독으로 진행하지 않을 방침이다. 하지만 28일부터는 여야 간 쟁점이 적은 예산안 삭감 부분에 대해서는 특위를 가동할 수 있다는 태도다. 장 의원은 “집 나간 자식이 들어오지 않아도 큰일은 해나가야 한다”며 “국회법이 정한 입법절차는 지켜야 한다”고 밝혀 단독처리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민주당 간사 강 의원은 “민주당은 민생을 계속 생각하는데, 한나라당은 날치기를 계속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예산안 날치기 처리를 안 하겠다는 약속을 공개적으로 해야 한다”며 “법정 기일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합의처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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