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미래다]타협으로 트럭 노점상 사라지니 고속도로 휴게소가 환해졌네

  • 동아일보

“주차장 한복판에 있던 시끄러운 노점상들이 모두 어디로 갔죠?”


서울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윤기영 씨(34)는 주말마다 자동차로 고향집이 있는 대구를 찾는다. 서울에서 중부고속도로를 거쳐 중부내륙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까지 300km 가까운 거리를 달리는 동안 한두 번은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른다. 윤 씨는 최근에서야 휴게소에 있던 ‘트럭 노점상’이 모두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휴게소 주차장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고 시끄러운 음악을 틀어대던 노점상들이 사라져 휴게소가 쾌적해졌다”고 말했다.

전국 164개 고속도로 휴게소에 있던 328곳의 불법 노점상들은 8월 21자로 모두 철수했다. 한국도로공사는 1년에 걸친 설득작업 끝에 이들 노점상을 없앤 것을 올해 최대의 ‘사회공헌’으로 보고 있다. 장석효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어려운 불법노점상 철거를 당사자 간 대타협을 통하여 사회적 비용 없이 단기간에 말끔히 해결한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 공생발전의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속도로에 불법 트럭노점상이 등장한 것은 30여 년 전인 1980년대 초. 고속도로 휴게소가 속속 지어지던 당시, 휴게소마다 ‘첫 손님’으로 트럭을 끌고 들어와 가장 좋은 자리에 주차한 후 나가지 않고 물건을 팔았던 것이 시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아무리 단속해도 그 수가 계속 늘어 올해 1월에는 전국적으로 328곳의 불법 노점상이 고속도로 휴게소에 있었다”고 말했다.

도로공사는 지난해 9월부터 고속도로 휴게소 철거 작전에 들어갔다. 연구 용역을 통해 관련법을 개정하고 경찰과 공조하는 한편 대국민 홍보 작업에 돌입했다. 올해 3∼8월에는 고속도로 불법 노점상 철거를 위한 대국민 서명운동에 들어가 133만 명의 서명을 받는 성과도 얻었다.

이렇게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한 후에도 도로공사는 노점상들을 강제 철거 등 막다른 골목으로 몰지 않았다. 도로공사와 휴게소 운영업체, 노점상 대표 등이 참석해 4개월 동안 함께 논의한 후 자진 철거를 조건으로 휴게소 내에 잡화코너를 운영하거나 물건 납품 권리를 주도록 했다. 현재 고속도로마다 설치된 ‘하이숍’이 바로 노점상들이 전직해 만든 잡화코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충돌을 막고 불법 노점상들을 건전한 사회인으로 끌어안는 이중의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도로공사는 이 밖에도 4700여 명이 참여하는 사회봉사단을 결성해 공기업 최초로 헌혈뱅크 사업을 실시하고 해외 심장병어린이 무료시술 지원, 국내 최초의 기부상품권 제도 시행 등 나눔경영에 나서고 있다.

올해 말까지는 전국 6곳의 고속도로 휴게소에 중소기업 제품 전시판매관도 설치할 계획이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이 같은 사회공헌 활동을 인정받아 6월 공공부문 사회공헌 활동 우수기업으로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며 “앞으로도 우리 사회를 위해 공기업으로서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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