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美진출 25년… 올 ‘年100만대 판매 브랜드’ 눈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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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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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마다 “차 더 달라”… 공장 120% 가동

“GT 10, 미국시장 3% 달성하자!”

1992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한 김영일 씨가 신입사원 연수 때 외친 구호다. ‘GT 10’은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톱10 진입’, ‘미국시장 3%’는 ‘미국시장 점유율 3% 달성’을 뜻한다. 이 두 가지는 1990년대 초반 현대차의 지상 목표였다.

그로부터 약 20년이 지난 지금, 김 씨는 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 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현대차가 처한 상황도 완전히 달라졌다. 8일(현지 시간) 앨라배마 주 현대차 공장에서 만난 김 부장은 “두 구호 모두 옛말이 되어버렸다”며 “꿈만 같던 일이 현실이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미국시장 점유율 9% 돌파


거침없는 질주로 ‘글로벌 톱5’ 반열에 오른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에서 갖가지 기록을 세워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우선 올해 미국시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연간 판매량 100만 대를 가뿐히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올 들어 10월까지 현대차와 기아차가 미국시장에서 판 차량은 총 95만411대.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월평균 판매량이 각각 5만4531대, 4만509대인 것을 감안하면 11월 중에는 총판매량 100만 대를 넘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현대차그룹은 GM, 포드, 크라이슬러, 도요타, 혼다, 닛산에 이어 ‘미국시장 100만 대 판매’ 브랜드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된다.

이처럼 눈부신 실적은 현대차 ‘쏘나타’와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 기아차 ‘쏘렌토’와 ‘쏘울’, ‘K5(현지명 옵티마)’의 판매 호조가 이끌었다. 김 부장은 “아반떼가 미국 모터트렌지 준중형차 8개 모델 비교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훌륭한 성능을 입증받았다”며 “여기에 매력적인 디자인도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판매에 날개를 단 덕에 현대차그룹의 미국시장 누적 판매대수도 1000만 대를 돌파했다. 1986년 현대차가 ‘엑셀’을 앞세워 미국에 상륙한 지 25년 만의 일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 5%가 채 안 됐던 미국시장 점유율도 9%를 돌파했다.

○ 협력사도 매출 증가


바쁜 조립라인 9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 주 웨스트포인트의 기아자동차 공장에서 한 여성 근로자가 차량을 조립하고 있다. 올해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시장 판매량이 처음으로 연간 100만 대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 제공
바쁜 조립라인 9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 주 웨스트포인트의 기아자동차 공장에서 한 여성 근로자가 차량을 조립하고 있다. 올해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시장 판매량이 처음으로 연간 100만 대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 제공
“딜러들 만나기가 무섭습니다. 웬만하면 만나고 싶지 않아요.”

임영득 현대차 앨라배마공장 법인장(부사장)은 “딜러마다 차를 더 달라고 성화다”라며 “생산량이 판매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은 연간 생산량이 각각 30만 대인 앨라배마 공장과 조지아 공장 모두 올해부터 가동률을 120%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생산량을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현지 딜러들은 여전히 아쉬운 모습이었다. 9일 로스앤젤레스에서 만난 현지 딜러사 ‘세리토스 현대’의 마이클 길리건 사장은 “물량만 확보된다면 더 팔 자신이 있다. 이곳에서는 300대까지 수용할 수 있는데 판매 속도가 빨라 현재 재고가 150대 정도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리토스 현대는 올해 10월까지 1850대의 현대차를 팔았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0% 늘어난 수치다. 길리건 사장은 “독특한 디자인으로 고객들이 열광하는 ‘벨로스터’는 차가 들어오면 하루 이틀 안에 곧바로 팔려나간다”고 전했다.

현대차의 판매 호조로 현대차그룹과 함께 미국에 진출한 협력사들의 매출도 늘어나고 있다. 조지아 공장과 앨라배마 공장을 잇는 85번 고속도로에는 현대차그룹과 함께 미국에 진출한 29곳의 중소기업이 자리 잡고 있다. 기아차 조지아 공장에 운전석 모듈의 뼈대인 카울크로스와 차체 부품을 납품하는 세원아메리카 김상현 법인장(부사장)은 “지난해 1580억 원이었던 매출이 올해는 2330억 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 ‘100만 대 시장’, 세계 5곳을 향해


미국에서도 연간 100만 대 판매가 확실해짐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100만 대 시장’은 한국(1992년 102만1493대)과 중국(2010년 103만6036대)을 포함해 3곳으로 늘어나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유럽과 신흥시장(인도, 브라질 등)까지 ‘100만 대 시장’을 5곳으로 늘린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2012년 완공 예정인 브라질 공장을 통해 신흥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기존 시장에서는 품질 강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유럽발(發) 재정위기 등에 따라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당장 생산설비를 늘리지는 않을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어려움을 겪었던 미국, 일본 브랜드가 전열 정비를 마쳤고, 세계적인 수요 둔화가 예상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의 ‘품질 안정화’를 넘어선 ‘품질 고급화’로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앨라배마·로스앤젤레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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