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을 패러디했다… 2030女가 열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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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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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광 받는 ‘페이크 패션’

최근 패션 업계에서 해외 유명 브랜드들의 로고나 디자인을 재치 있게 패러디한 패션 아이템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유명 브랜드들을 몰래 베낀 ‘짝퉁’이 아니라 대놓고 디자인을 한 번 비튼 ‘페이크(fake) 패션’ 제품들이다.

패션 업계는 국내 패션 소비자들의 수준이 성숙해지면서 디자인 패러디를 현대 예술의 한 형태로 받아들이는 움직임이 자리 잡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 짝퉁 아닌 패러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PRADA)’를 패러디한 ‘퍼레이드(PARADE)', 프랑스 브랜드 ‘디오르(DIOR)’를 본뜬 ‘아 디오스(A DIOS)’….

미국 패션 브랜드 ‘조이리치’의 서브 브랜드인 ‘할리우드 메이드’는 명품 브랜드의 로고 디자인은 그대로 둔 채 의도적으로 스펠링을 달리해 다른 의미로 읽히게 하는 티셔츠로 적지 않은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올여름부터 주요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패션 애호가 사이에 화제가 되면서 내년 봄 시즌에는 수입 물량을 더욱 늘릴 예정이다.

최근 강남 주부들 사이에 ‘럭셔리 기저귀백’으로 입소문이 난 홍콩 브랜드 ‘진저백’은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주요 핸드백 모델인 버킨백과 켈리백을 나일론 소재 천에 프린트한 제품이다. 악어, 타조 등 소재 느낌까지 잘 살려 프린트하기 때문에 멀리서 보면 에르메스 가방을 실제로 들고 있는 것 같은 착시 현상을 일으킨다.

지난해 여름부터 이 제품을 판매해 온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의 멀티숍 ‘매그앤매그’ 측은 올 들어 특히 30대 여성 사이에서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이 매장의 베스트셀러가 됐다고 밝혔다. 에르메스백이 소재에 따라 수천만 원에 이르는 것도 있는 반면 진저백은 19만 원밖에 안 한다. 가볍고 실용적인 것도 특징이다. 매그앤매그 관계자는 “진저백을 팝아트적 예술작품으로 생각하는 고객이 많다”고 설명했다.

한편 유머러스한 분위기가 특징인 일본 브랜드 ‘베이프’는 롤렉스 시계와 유사하게 디자인한 ‘베이펙스’ 시계를 최근 선보였다. 이 브랜드를 독점 판매하는 신세계백화점 측은 “50만 원대의 시계인데 판매 시작 후 얼마 되지 않아 품절됐다”고 전했다.

○ ‘페이크 퍼’도 뜬다

인조모피인 ‘페이크 퍼’를 활용해, 기능뿐 아니라 디자인적으로도 실제 모피와 같은 분위기를 내는 제품들도 과거보다 출시 물량이 늘고 있다. 독일의 패션컴포트슈즈 브랜드 ‘가버’는 최근 아크릴 섬유 소재의 모피 타입 원단을 사용한 겨울용 부츠를 다양한 버전으로 선보였다. 알레르기 테스트를 거쳐 피부 트러블을 방지하고 눈비를 맞은 후에도 복원력이 좋기 때문에 실제 모피 이상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또 동물애호가인 디자이너의 철학에 따라 실제 동물 가죽 또는 모피를 사용하지 않는 ‘스텔라 매카트니’는 진짜보다 더 진짜같이 진화한 드레스 및 핸드백을 매 시즌 선보이고 있다. 다른 명품 브랜드들 역시 올겨울, 예년보다 다양해진 ‘페이크 퍼’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한 명품 브랜드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들의 본산지인 유럽이 재정위기에 허덕이면서 좀 더 접근 가능한 가격으로, 젊은 고객들을 유혹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페이크 퍼’ 제품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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