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조지아 주정부, 1조투자 기아에 5000억 혜택 ‘보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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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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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조지아주 기아차공장을 가다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 국제공항에서 85번 고속도로를 타고 서남쪽으로 1시간 30분가량을 달리자 고속도로 6번 출구에 커다란 물탱크가 보였다. 빨간색으로 ‘KIA’라고 회사 로고가 선명하게 적혀 있다. 6번 출구로 들어서니 ‘KIA Boulevard(기아 거리)’라는 표지판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서 좌회전을 하니 이번엔 ‘KIA Parkway’라고 적힌 도로가 나타났다. 마치 ‘KIA 도시’ 같았다. 이곳이 바로 기아차 조지아 주 공장이 있는 웨스트포인트 시.

○ 조지아 주의 파격 혜택

21일 미국 조지아 주 웨스트포인트 시에 있는 기아차 조지아공장에서 직원들이 도장작업을 하고 있다. 도장작업은 차의 품질을 좌우하는 세밀한 공정이라 회사 측은 내부 작업 모습을 공개하지 않았다. 기아차 조지아공장 제공
21일 미국 조지아 주 웨스트포인트 시에 있는 기아차 조지아공장에서 직원들이 도장작업을 하고 있다. 도장작업은 차의 품질을 좌우하는 세밀한 공정이라 회사 측은 내부 작업 모습을 공개하지 않았다. 기아차 조지아공장 제공
85번 고속도로를 지나는 운전자는 누구나 볼 수 있는 대형 물탱크는 조지아 주정부가 기아차를 위해 지어준 것이다. 6번 출구에서 2번 출구까지 이어지는 4마일 도로도 주정부가 깔아줬다. 기아차 조지아 주 공장 주소는 ‘7777 KIA Parkway West Point, GA 31833’. 행운을 뜻하는 7자를 4개 배치한 것도 조지아 주정부의 세심한 배려 덕분이다.

기아차는 사양길을 걷고 있는 섬유업이 주력인 웨스트포인트 시에 1조 원을 투자해 270만 평의 공장을 지난해 2월 26일 완공했다. 한 해 30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낙후된 조지아 남부지역에 기아차가 공장 용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주정부는 파격적인 혜택을 제시했다. 기아차가 공장을 짓기 한 달 전부터 주정부는 공장 인근 대지 3만6000평에 기아조지아연수원을 만들기 시작했다. 연수원 건물을 짓는 데 들어간 공사비 142억 원, 장비와 비품 60억 원어치는 모두 주정부가 댔다. 또 2008년 3월 25일 문을 연 연수원에 주정부는 연수원 건립비 외에 지금까지 교육비와 유지보수비 인건비 등으로 모두 223억 원을 투자했다.

이 회사 김근식 상무는 “연수원에는 자동차공장 내 작업시설을 20개 모듈로 구성한 라인이 있다”며 “주정부는 기아차 공장에 지원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곳에서 일을 시켜보고 평가해 누구를 뽑아야 할지 평가도 대행해 준다”고 말했다.

주정부는 기아차가 직원 1명을 뽑을 때마다 5250달러의 세금 혜택도 준다. 김 상무는 “기아차에 채용된 미국인 직원 3000명에다 협력회사 직원 7000여 명까지 합치면 모두 1만 명의 고용을 창출했다”고 말했다.

미국 철도운영회사인 CSX사는 조지아공장 내부로 들어오는 철로를 깔아 기아차 공장에서 생산된 차가 바로 기차를 타고 판매장으로 직행할 수 있도록 했다. 주정부가 1조 원을 투자한 기아차에 준 혜택은 공장 진입도로를 비롯해 연수원 건립과 운영 등 모두 5000억 원에 달한다고 김 상무는 귀띔했다.

○ ‘신이 내린 은총’ 찬사

85번 고속도로 6번 출구에 우뚝 선 대형 물탱크 기둥에 ‘KIA’ 회사 로고가 선명하다.
85번 고속도로 6번 출구에 우뚝 선 대형 물탱크 기둥에 ‘KIA’ 회사 로고가 선명하다.
쇠락의 길을 걷던 웨스트포인트 시는 기아차 공장이 들어서면서 활력을 되찾았다. 직원 대니 고든 씨는 “기아차처럼 큰 대기업이 이곳에 자리 잡는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모든 사람이 기뻐 날뛰었다”면서 “우리가 초일류 자동차를 만든다는 확신에 가득 차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경기도 활짝 폈다. 웨스트포인트 시에서 아이리시 펍을 운영하는 루데인 윌리엄스 씨는 “여기서 레스토랑을 연 것은 기아차가 들어왔기 때문”이라며 “기아는 마을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여기는 ‘기아 마을(KIA-ville)’로 불린다”고 전했다. 웨스트포인트 시내의 한 단독주택 마당에는 주인집 할머니가 ‘기아차를 우리 마을에 오게 해준 하나님께 감사하다’는 팻말을 꽂아놓기도 했다.

이 회사 랜디 잭슨 부사장은 “대형마트나 할인점에서 기아차 로고가 들어간 유니폼을 입고 있으면 많은 사람이 ‘언제 사람을 뽑느냐, 기아차에 꼭 들어가고 싶다’고 얘기한다”고 전했다.

○ 3교대로 공장 풀가동

기자가 방문했을 때 조지아공장은 주말인 금요일 저녁인데도 3교대로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었다. 오후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3시까지 일하는 주말 근무 마지막조가 작업을 준비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동안 조지아공장은 2교대로 운영했지만 주력 생산차인 SUV 소렌토 물량이 달리면서 6월 13일부터 하루 3교대로 공장을 한 시간도 쉬지 않고 풀가동하고 있었다. 지난해 기아 쏘렌토와 현대 싼타페를 15만4000대 생산한 조지아공장은 올 9월부터 옵티마(K5의 미국 브랜드명)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쏘렌토와 싼타페, 옵티마 3종을 합쳐 총 연간 25만5000대를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조지아공장에 입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공장 문을 열었을 때 지원자는 4만3000명이었고 2교대를 시작했을 당시 추가로 4만5000명이 지원했다. 최근 3교대 인력을 충원한다고 발표했을 때는 3만5000명이 취업 원서를 냈다. 경쟁률이 평균 70 대 1이다.

웨스트포인트=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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