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Life]출렁이는 롤러코스터 증시에도 굳건… ELS 밀치고 DLS ‘우뚝’

  • 동아일보

이자율 환율 원자재 등 다양한 기초자산 활용 안정적 상품 인기
“투자자, 아직은 원금보장형 선호하나 비보장 DLS 발행 증가 추세”


《유럽 재정위기가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의 자금도 발이 묶였다. 안정을 찾는가 하다가도 대외 악재에 출렁거리는 증시 때문에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돈을 묵혀두는 형편. 이런 때 파생결합증권(DLS·Derivative Linked Securities)이 ‘안전자산 탈출구’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증시 급변기를 맞아 기초자산의 다양성을 활용한 안정적인 DLS 상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 1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DLS 발행액은 3조3005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3.3% 증가하며 사상 최대 규모를 보였다.》
○ 새로 뜨는 DLS, 다양한 기초자산에 베팅


DLS는 파생금융상품과 유가증권을 결합한 투자상품으로 주가연계증권(ELS)과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특정종목의 주가나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와 달리 DLS의 기초자산은 이자율, 환율, 신용위험 지표, 원자재 등으로 다양하다.

원자재 가격의 강세가 이어졌던 올해 상반기에는 금이나 원유, 곡물 등 원자재 관련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한 DLS의 발행이 주를 이뤘다. 하반기 들어 증시의 불안감이 커지고 ‘안정’에 무게를 두면서 이제는 변동성이 작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등에 베팅하는 DLS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3분기 발행된 DLS의 기초자산 비중은 조건(CD 금리 등)이 75.2%로 가장 높았고 지수(국제유가, 원자재, 지수 등), 지수+조건(5.4%), 금이나 은 등의 자산(1.6%) 순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CD는 거래가 빈번하지 않아 금리 수준이 지극히 안정적이다. 최근 CD 91일물 금리는 21일 기준 3.57%로 8월 말 3.59%에 비해 0.02%포인트 하락했을 뿐이다. 10월 들어서도 상당수 증권사가 CD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를 선보였다. KDB대우증권은 미국달러화 가격이나 CD 91일물의 금리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3년 만기의 원금보장형 상품을 공모했다. 동양종금증권과 동부증권도 CD 91일물의 최종호가수익률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원금보장형 상품을 판매했다.

신용사건을 기초자산으로 한 DLS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신용사건은 기초자산에 해당하는 기업이나 채권이 부도가 나는 때를 말한다. 예를 들어 포스코나 삼성전자의 신용사건을 기초로 한 DLS는 투자기간에 삼성전자나 포스코가 부도를 내지 않으면 정해진 수익률을 돌려주는 형태가 된다. 최근 한화증권도 삼성중공업이 파산, 지급 불이행, 채무 재조정이 발생하지 않으면 확정수익이 지급되는 원금 비보장형 상품을 판매한 바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시가 급변동하면서 기관투자가 및 큰손을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자금을 굴릴 수 있는 투자처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CD는 거래가 활발하지 않아 금리가 안정적이고 우량기업의 신용위험 역시 발생 가능성이 낮은 편이라 DLS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 운용기간과 원금보장 여부 따져봐야

하지만 DLS에 투자하기에 앞서 살펴봐야 할 부분도 많다. DLS는 수익률이 상품의 운용기간이나 원금보장 여부에 따라 차이가 크다. 만기기간이 짧거나 원금이 보장되는 안정형 상품일수록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한국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투자자들이 원금 보장형을 선호하지만 안정적인 기초자산의 비보장 DLS 발행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주가 상승기에 발맞춰 상반기 뜨거운 인기를 누렸던 ELS 시장은 최근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침체 국면을 보이고 있다. 동양종금증권에 따르면 9월 ELS 발행규모는 1조8892억 원으로 1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사상 최고치였던 5월 발행금액(3조8560억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8월부터 코스피가 500포인트가량 폭락하면서 기초자산으로 쓰인 일부 종목이 투자손실 구간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8월 이후 코스피가 곤두박질치면서 원금손실 한계선(녹인 배리어·knock-in barrier)에 도달한 ELS 잔액이 2조 원 수준으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만기일까지 기초자산의 주가가 증권사와 투자자가 사전에 약속한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하면 대규모 원금 손실이 불가피하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ELS 상품이 갈수록 다양해져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원금손실기준을 낮춘 상품도 많이 나와 관심을 가질 만하다”라면서도 “집중투자보다는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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