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걸’(모든 면에서 남성에게 뒤지지 않는 여성)이 득세하는 시대지만 보수성향이 강한 국내 증권업계에는 아직도 여성 임원이 드물다. 이런 면에서 이원선 토러스투자증권 신임 리서치센터장(이사·42·사진)은 단연 돋보인다. 그는 4일 센터장으로 임명되면서 ‘여성 애널리스트 출신 최초 리서치센터장’ ‘현직 유일의 여성 리서치센터장’이란 타이틀을 동시에 달게 됐다.
이날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난 이 신임 센터장은 “많은 여성 애널리스트 후배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어서 기쁘고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어깨도 무겁다”며 “아직까지 ‘영업 등 여러 분야에서 여자보단 남자 센터장이 낫지 않겠냐’는 편견이 증권가에 있지만 남자 못지않게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계량분석 전문 애널리스트로 활동해오면서 이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꼽혀왔다. 1992년 이화여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대우경제연구소와 ING베어링스증권, 대우증권을 거쳐 2008년 토러스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합류했다.
‘국내 여성 애널리스트 1세대’인 그는 초기에는 여성이란 이유로 숱한 차별을 받았다고 떠올렸다. 남성 중심의 문화가 아주 강해 전화를 받으면 “남자직원 바꿔라”는 요구가 다반사였다는 것. 하지만 그는 “최근 몇 년 새 고급 여성 인력이 운용, 리서치 부문 등에 다수 진출하면서 보수적 문화도 상당히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요즘 주말에 출근할 때 아이를 데리고 나오는 애널리스트는 대부분 남자 직원이라는 것.
그는 “증권업계는 여성 특유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분야”라고 강조했다. 여성 애널리스트의 강점으로 섬세함, 꾸준한 성과, 예민한 촉수 등을 꼽았다. 그는 “리서치센터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인 집단인 만큼 경쟁에 치여 위축될 때 토닥여주는 모성의 리더십도 필요하다”며 “그런 점에서 유리한 여성 센터장이 앞으로 훨씬 더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현재 증시는 전쟁터나 마찬가지여서 부담감도 많은 듯했다. 그는 “며칠 전부터 밤잠을 많이 설쳤다”며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정말 많지만 결국은 ‘공조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리서치센터 수장으로서의 목표도 ‘공조’로 설정했다. 그는 “자기 업종만 잘해서는 경쟁력이 없는 시대가 돼버렸다”며 “매크로 분석과 종목 분석의 역량을 잘 결합해 단순한 시황을 넘어서는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증시에 대해서 그는 “유럽 문제와 신용 리스크의 실물경제 전이 정도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10월은 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주가가 싸다는 매력이 커지고 실물 경제가 우려했던 것보다 나쁘지 않다는 점이 확인되면 연말에는 1,900 선까지 회복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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