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걱정마! 인터넷서 장 잘 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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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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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러기아빠 포진한 40대남성들, 온라인몰 ‘큰손’ 부상

지오지아 니트 베스트, 필립스 니베아 포맨 면도기, 밀레 프린트 티셔츠, 동원샘물 생수 2L짜리 12개, 머렐 남성 트레킹화….

대학교수인 최모 씨(48)가 최근 6개월간 인터넷쇼핑몰에서 구입한 제품 리스트 가운데 일부다. 최 씨는 아내와 자녀를 모두 외국에 보낸 3년차 ‘기러기 아빠’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주말마다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산에 오르는 그는 인터넷쇼핑몰을 통해 아웃도어용품과 기타 생활용품을 구입한다.

정보기술(IT)업체에 다니는 5년차 기러기 아빠 서모 씨(43)는 식품을 주로 온라인쇼핑몰에서 산다. 서 씨는 “퇴근이 늦어 마트에서 쇼핑할 시간이 없다 보니 쌀 생수 라면 밑반찬 등을 온라인에서 산다”고 말했다.

기러기 아빠가 늘고 이들이 온라인쇼핑몰을 ‘나 홀로 쇼핑’을 위한 주요 채널로 애용하면서 40대 남성이 온라인쇼핑몰의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주요 온라인쇼핑몰은 40대 남성 고객들을 ‘VIP군’으로 재조명하고 나섰다.

○ 40대 남성 매출 3년새 18% 늘어

27일 롯데닷컴에 따르면 전체 남성 고객 가운데 40대 고객의 비중은 2008년 28.8%에서 올 상반기(1∼6월) 37.2%로 증가했다. 이유리 롯데닷컴 차장은 “40대 남성의 매출 비중과 구매액이 늘어나는 것을 보고 그 이유를 알기 위해 고객센터를 통해 접수된 문의 내용과 상품평 등을 분석한 결과 증가세의 배경에 ‘기러기 아빠’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옥션 역시 40대 남성 고객의 매출 비중이 3년 전과 비교할 때 18%가량 늘었다. GS샵과 인터파크 등은 40대 남성 고객의 매출 비중 자체는 크게 늘지 않았지만 최근 고객이 증가하고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러기 아빠가 늘면서 인터넷쇼핑몰이 제공하는 생활서비스도 함께 인기를 끌고 있다. 요리 청소 등 가사 관련 생활서비스를 2008년부터 제공해 온 ‘인터파크HM’은 올해 9월 40대 남성 고객 가입률이 지난해 9월보다 2.3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김선욱 인터파크 HM 세일즈마케팅 팀장은 “기러기 아빠가 고객층으로 흡수되면서 남성 고객의 서비스 이용률이 매년 평균 1.5배 이상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 식품 살 때 생계형 질문 많아

롯데닷컴의 40대 남성 고객이 가장 많이 구입하는 품목은 패션(의류) 가전제품 패션잡화(레저 및 스포츠용품 포함) 등이다. 옥션은 IT기기 가전제품 스포츠용품 패션잡화 순이고 GS샵 인터넷몰은 식품 의류 레포츠 관련 상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옥션 관계자는 “취미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은 데다 혼자 옷을 사러 가거나 장을 보러 가기 쑥스러워하는 남성의 특성상 패션 의류나 식품을 온라인으로 구입하는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패션 의류 및 잡화 가운데서도 아웃도어 관련 용품의 구매 비중이 높았다. 인터넷쇼핑몰 관계자들은 최 씨처럼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수단으로 등산 골프 자전거 등 각종 레포츠를 즐기는 기러기 아빠들이 지갑을 여는 것으로 분석했다.

식품을 구입할 때는 배송이나 보관 등 ‘생계형 질문’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 차장은 “‘꼭 냉동 상태로 받아볼 수 있도록 꼼꼼히 포장해 달라’ ‘냉장 보관해도 일주일 이상 보관할 수 있느냐’는 등의 요청과 질문이 많다”고 말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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