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 이마트 수산물 바이어(오른쪽)가 알래스카 호머 항 앞바다에서 조업 중인 어선에
올라 갓 잡은 명태를 살펴보고 있다. 알래스카=서경완 기자 dmz@donga.com
“와! 이 명태는 900g도 넘겠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낚싯줄에 줄줄이 올라오는 알래스카 명태를 바라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2일 호머 항(港).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남쪽으로 400여 km 떨어진 곳이다. 작은 낚싯배가 광어와 대구를 잡는 대형 어선들 사이를 헤치며 바다로 나아갔다. 이 배에는 싱싱한 명태를 국내에 들여오기 위해 정성을 쏟아온 이마트 수산물 바이어들이 동승했다.
올해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방사성 물질 오염이 우려되는 홋카이도산 생태의 수입이 전면 중단된 뒤 우리 식탁에서 자취를 감췄던 생태가 돌아온다. 알래스카산이다. 알래스카 생태가 국내로 들어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마트가 청정지역 알래스카에서 잡은 생태를 17일부터 주요 매장에서 팔 예정이다. 가격은 한 마리에 8000원대로 정했다. 씨알이 굵다. 홋카이도산 생태가 마리당 400g 안팎이었던 데 비해 알래스카산은 600g에 이른다.
○ 명태를 찾아 알래스카로
알래스카는 어선들 사이로 해달과 물개들이 헤엄치는 등 원시 상태의 깨끗한 자연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현지 어부는 “알래스카의 어족 자원이 풍부한 것은 수산물을 마구 잡아들이지 않고 철저하게 관리해 정부가 지정한 만큼만 잡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동일본 대지진 후 방사성 물질 누출에도 알래스카 해안은 안전하다. 마이크 젠트리 알래스카 주정부 환경보전국 수산물안전 담당자는 “방사능 수치를 주시하고 있지만 아무런 이상 징후가 없다”며 “우리 수산물의 안전성은 주정부가 보장하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 그것이 세계 각국에서 우리 수산물을 찾는 이유다”라고 자신했다.
이마트 바이어들이 호머 항을 택한 것은 이유가 있다. 우선 바닷가에서 낚싯대를 던져도 바로 잡아 올릴 정도로 명태가 많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얼리지 않은 싱싱한 생태를 수입하기 위해서다. 알래스카 어판장에서는 명태를 잡는 대로 얼려 보관하지만 호머 항에선 명태를 필요한 만큼만 잡아 곧바로 포장해 당일 항공기에 실어 한국으로 보낸다. 명태가 알래스카 바다에서 올라와 국내 매장에 진열되는 데까지 24시간을 넘지 않는다.
이마트 측은 “공급가를 낮추고 신선도를 높이기 위해 대형 선단이 가득한 어항을 피해 현지 소규모 업체와 직접 계약했다”고 설명했다.
○ 2년 노력이 결실로
대구와 광어 잡이를 주로 하는 알래스카에서 명태를 잡아 한국에 들여오는 일은 쉽지 않았다. 현지인들은 명태를 잘 먹지 않는 데다 다른 어종을 잡으며 덩달아 잡힌 명태를 공급받는 식으로는 안정적으로 물량을 맞추기 힘들기 때문이다. 결국 새로 어선을 띄워야 하기 때문에 현지 업체를 찾아 업무를 조율하는 데 2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한태연 이마트 수산팀장은 “안정적으로 국내에 물량을 보내기 위한 작업이 가장 힘들었지만 알래스카 명태는 신선도가 뛰어나고 육질이 단단해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충족시킬 것으로 보여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마트 바이어들은 생태를 포장하는 선별장을 찾아 직접 냉장포장 기술을 알려주고 현지 직원들이 제대로 하는지 지켜봤다. 김석 이마트 수산물 바이어는 “포장 일을 하는 현지인들은 처음엔 왜 명태를 냉장 배송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며 “우리와 음식문화가 다르다 보니 싱싱한 생태를 배송하는 일도 그만큼 어려웠다”고 돌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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