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41년 전통의 ‘스마트’ 교복 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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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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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네트웍스가 교복 브랜드의 대명사인 ‘스마트’를 매각하기로 했다. SK가 그룹의 모태(母胎)가 된 교복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한 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SK네트웍스는 6일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인수 업체를 얘기하는 것도 이르다”면서도 매각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네트웍스는 지난주 교복사업 인수를 희망하는 업체들을 대상으로 스마트 사업부 실사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의 교복사업 철수는 수익성이 한계에 부닥친 까닭도 있지만 그보다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등 동반성장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워낙 강한 데다 여론도 대기업의 중소기업 영역 침범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SK그룹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고유 영역인 교복 장사까지 한다” “학생을 대상으로 교복 장사를 해 지나치게 많은 이윤을 남긴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SK로서는 큰 수익도 나지 않는 교복사업에 집착하다 사회적 반감이라는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삼성이 2001년 제일모직 교복사업 부문을 매각한 뒤 현재 대기업이 운영하는 교복 브랜드는 SK네트웍스의 스마트가 유일하다.

이에 앞서 SK는 지난달 7일에는 그룹 계열사의 소모품구매대행(MRO)을 해온 자회사 MRO코리아를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교복사업은 SK그룹의 전신인 선경직물이 1970년 학생복 원단사업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이어온 사업이다. 이처럼 그룹의 전통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업이라는 점 때문에 SK는 그동안 교복사업 철수 문제에 신중한 자세를 보여 왔다.

스마트 교복 매각에 대해서는 2조 원 이상의 자금이 들 것으로 보이는 하이닉스 인수경쟁에 뛰어든 SK그룹이 수익이 나지 않는 비(非)주력사업을 정리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SK네트웍스는 최근 워커힐호텔의 외식사업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인력을 재배치하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번 교복사업 매각은 SK네트웍스의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이라는 것이다.

SK그룹은 앞서 만성적인 적자에 허덕여 온 SK텔레시스의 휴대전화 단말기사업도 접기로 결정한 바 있다. SK텔레시스는 부품, 기기, 통신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하기 위해 2009년 8월 휴대전화 제조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지난해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에서만 200억 원 이상의 적자를 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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