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스페셜]성공적 비즈니스를 위한 5가지 방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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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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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승리 원하나? 게임의 룰 바꿔라

《 전쟁이나 스포츠에서는 경쟁자를 패배시키고 승리를 쟁취하는 게 지상과제다. 하지만 기업 경영에서는 꼭 그렇지 않다. 전쟁에서 승리하고도 경쟁자와 공멸할 수 있고, 패하지 않고도 작지 않은 영토를 확보할 수도 있다. 심지어 경쟁자를 초토화시키지 않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게임 이론은 이런 역학관계를 잘 보여준다. 공급자, 고객, 대체자, 보완자 등 4가지 유형의 경기자들과 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관점에서 경쟁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88호는 경기자, 부가가치, 게임의 법칙, 전술, 게임의 범위 등 게임의 다섯 가지 구성 요소에 숨어 있는 승리 기회를 포착해 게임을 재편하는 방법론을 소개했다. 》
○ 새로운 경기자… 3DO, 하드웨어업체 참여시켜 SW 판매 ‘쑥’

비디오 게임업체인 3DO는 차세대 32비트 CD롬 게임을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회사는 소프트웨어 제작 하청업체들에 3DO 게임 개발권과 상표 사용권을 개당 3달러에 판매하려고 했다. 문제는 소프트웨어를 구동할 하드웨어가 충분히 보급되지 않았다는 게 걸림돌이었다.

이 회사는 새로운 경기자들을 게임에 참여시켜 이 문제를 해결했다. 3DO는 하드웨어 생산권을 무상으로 제공해 파나소닉, LG, 산요, 도시바 등의 새로운 하드웨어 생산업체들을 게임에 진입시켰다. 심지어 하드웨어가 한 대 팔릴 때마다 생산업체들에 주식 2주를 주는 인센티브까지 제시했다. 이 결과 소프트웨어의 보완재인 하드웨어의 가격을 현격히 낮추는 데 성공했다.

3DO는 이렇게 확보한 하드웨어 기반을 토대로 소프트웨어 개발업자와 협상을 벌여 로열티를 개당 3달러에서 6달러로 올릴 수 있었다. 하드웨어 시장의 출혈을 소프트웨어를 통해 보상받은 것이다. 이 회사는 ‘보완재는 우호적 관계’라는 통념을 깨고 보완재 시장에 경쟁을 일으켜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 부가가치 창출… 닌텐도, SW 배타적으로 공급해 경쟁사 차단

기업은 자신의 부가가치를 높이거나 다른 경기자들의 부가가치를 떨어뜨리는 식으로 협상력을 조정해 게임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1998년 닌텐도는 3300만 개의 게임을 판매했는데, 이는 시장의 수요(약 4500만 개)를 크게 밑도는 것이었다. 닌텐도가 의도적으로 공급을 줄였기 때문이다. 매출액을 희생하는 대신 유통업체와의 수입배분에서 더 큰 파이를 얻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이 회사는 또 게임을 자체 개발하되 일부만을 단계적으로 외부에 맡기는 식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협상력도 약화시켰다. 또 마리오라는 자체 게임 캐릭터를 개발해 외부 유명 캐릭터에 대한 의존도도 줄였다. 닌텐도는 또 넓은 사용자 기반과 배타적 소프트웨어 공급방식을 통해 잠재적 경쟁자들의 시장 접근을 차단했다. 하지만 신기술인 스마트폰을 대체자로 인식하는 데 실패하자 1947년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가 닥쳤다. 지난해 닌텐도의 순이익은 전년의 3분의 2로 떨어졌다.

반면 애플은 경쟁자에 집중하는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시장의 역학구도를 디자인하고 자사에 최적인 ‘가치그물’(애플의 표현으로는 생태계)을 구축해 강력한 시장 지배력과 협상력을 발휘하며 큰돈을 벌고 있다.
○ 새 게임의 법칙… 서울우유, 제조일자 표기해 경쟁판도 바꿔

게임의 법칙은 게임이 어떻게 수행되고 어떤 대응이 가능한지를 규정한다. 서울우유는 소비자의 우유 구매 기준이라는 습관적인 게임의 법칙을 재편했다.

서울우유는 관찰을 통해 소비자들이 유제품 구매 시 유통기한에서 구매일자를 차감해 그 차이를 신선도의 척도로 삼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제조업체마다 유통기한이 다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이런 방법으로 신선한 우유를 고르기는 쉽지 않았다. 서울우유는 기존 유통기한에 제조일자를 병기하는 시도를 했다. 소비자들에게는 신뢰를 주고, 시장의 경쟁판도를 재편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이후 우유 시장의 게임의 법칙은 생산 후 얼마나 빨리 제품을 유통하느냐로 재편됐다.

새로운 변화에 맞춰 생산, 유통, 운영을 준비했던 서울우유의 하루 평균 판매량은 이후 800만 개에서 1000만 개로 25% 늘었다.
○ 전술의 재설정… 할리데이비슨 ‘기계 아닌 꿈’으로 포지셔닝

1970년대 초반 할리데이비슨은 미국의 대형 기종 오토바이 시장에서 70%라는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후 저렴한 데다 고장률도 낮은 일본 경쟁업체들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점유율이 20%대로 떨어졌다.

할리데이비슨은 소비자 인식을 바꾸는 대대적인 마케팅 캠페인을 시작했다. 할리데이비슨을 기능적인 기계제품이 아니라 잃어버린 야성과 꿈에 대한 동경을 충족시켜주는 라이프스타일 제품으로 포지셔닝한 것. 소비자들이 경쟁의 본질을 ‘일본의 값싸고 품질 좋은 오토바이 대 할리데이비슨의 비싸고 고장이 잦은 오토바이’로 인식하는 구도에서 벗어나 ‘일본의 기계 대 할리데이비슨의 라이프스타일’로 인식하도록 유도했다. 이 결과 일본 경쟁자들이 쉽게 따라할 수 없는 독창적이고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해 고가의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하면서도 잃어버린 시장을 성공적으로 탈환할 수 있었다.
○ 경쟁범위 확대… 굿이어, 수명경쟁서 벗어나 안정성으로 승부

1990년대 초반 타이어 생산업체 굿이어와 미쉐린은 미국 시장에서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였다. 한 회사가 2만 마일 수명의 타이어를 개발하면 다른 회사가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4만 마일 수명의 타이어를 내놓았다. 그러면 다시 다른 회사가 6만 마일 수명의 타이어를 개발하는 식의 경쟁이 반복됐다. 이 결과 고객들의 제품 구매 주기는 더 길어졌고, 매출과 수익에 악영향이 우려됐다. 그렇다고 기술 경쟁을 멈출 수도 없었다.

굿이어는 타이어의 수명 경쟁이라는 게임의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빗길에서 제동거리를 줄여주고 주행 안정성을 높인 ‘아쿠아트레드’라는 신제품을 내놓는 방식으로 숨 막히는 수명 경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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