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家 맏형 “사회공헌” 통큰 약속 지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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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회장 5000억 기부

현대가의 맏형이자 재계 2위 현대자동차그룹의 수장인 정몽구 회장이 통 크게 약속을 지켰다. 5000억 원에 이르는 이번 주식 기부는 당초 2006년 정 회장이 약속한 8400억 원 사재 출연의 일환이다. 그러나 개인 기부로는 사상 최대의 액수를 한꺼번에 내놓기로 한 데에는 최근의 사회적인 이슈도 영향을 줬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기부는 100% 정 회장의 결단”이라며 “최근 강조되고 있는 대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한 고민도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 미래 인재 육성에 쓰일 5000억 원

정 회장은 “저소득층 우수 대학생들이 학업을 위해 감당하기 어려운 대출을 받아 힘들어하는 사연들이 가슴 아프다”면서 “학생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기부는 저소득층에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 미래 인재를 육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5000억 원은 배임 및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정 회장이 사회 공헌을 위해 설립한 해비치사회공헌문화재단에 추가로 출연된다. 해비치재단은 설립 이후 교통사고 피해 가정과 예술전공 학생, 천안함 유자녀들의 교육지원 사업을 주로 해왔다. 정 회장이 이미 출연한 1500억 원의 일부는 이런 교육지원 사업에 썼다. 5000억 원은 이런 사업을 강화해 해비치재단이 저소득층 우수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국가유공자 자녀 교육을 지원하고 첨단 분야의 과학영재를 발굴해 세계적 인재로 육성하는 데에도 사용할 예정이다.

정 회장의 바람대로 기부금은 저소득층 대학생 지원에도 쓰일 예정이다. 정 회장은 특히 대학생들이 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높은 이자의 대출을 받았다가 금융채무 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가 되는 사회 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해비치재단 관계자는 “우리 사회의 장점인 ‘계층 이동’의 역동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어려운 이웃의 자녀들이 희망을 키워나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 기부의 패러다임 전환 움직임

그동안 국내에서의 기부는 대기업 총수가 개인 돈을 내기보다는 기업을 통해 자산을 기부하는 형식이 대부분이었다. 정 회장이 개인으로서 기부를 하기보다는 현대차그룹이 기부를 하는 식이었다. 반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의 빌앤드멀린다재단과 록펠러재단같이 해외에서는 개인의 자산으로 기부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정 회장의 이번 5000억 원 사재 출연으로 국내에서도 법인 위주의 기부가 개인 기부로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6일 정 회장의 동생인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이 2000억 원의 현금과 주식을 아산나눔재단에 기부하는 등 대규모 개인 돈 기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재산은 자식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국내에서 불과 2주 사이에 이뤄진 범(汎)현대가의 연이은 거액 기부가 이런 변화의 시발점 역할을 할지 기대되는 이유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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