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부동산 투자용 대출 막고, 실수요 가계대출은 푼다

  • 동아일보

금감원 “선별적 대출”… 일선은행들 “어떻게 구분하나” 혼란

개인투자자가 주식을 사거나 다주택자가 집을 새로 살 때 드는 자금을 은행에서 빌리기 어려워진다. 농협, 신한은행, 우리은행의 가계여신 중단사태로 생긴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대출을 재개하는 대신 불요불급한 대출을 줄이는 ‘선별적 대출’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선별적 대출은 자금수요 조사를 거쳐 세부 규제방안이 마련되는 대로 시작되는데, 금융계는 9월을 넘기지 않을 것으로 본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19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18일 일부 은행이 가계대출을 중단한 것은 가계부채를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당국의 의도가 잘못 전달돼 일어난 일”이라며 “은행 고유 업무인 자금중개(대출) 기능을 멈추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출을 다시 시작해도 과도한 가계부채 문제를 방치할 수 없는 만큼 우선순위를 정해 실수요자 위주로 자금을 빌려주되 주식투자자금, 다주택자 주택구입자금처럼 급하지 않은 자금 수요는 규제하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금융감독원은 주식투자용 대출이 이달 들어 급증해 전체 가계대출이 위험수위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주가지수가 급락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이른바 ‘저가 매수’를 하기 위해 자금을 많이 빌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또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을 7.3%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기준은 유효하지만 매달 개별 은행의 증가율을 0.6% 이내로 관리하지는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은행 임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연간 증가율 목표치(7.3%)를 12개월로 나누면 0.6%임을 설명했는데 이 과정에서 시중은행의 임원들이 월별 대출 허용한도가 있고 이를 지켜야 한다고 오해를 했다. 하지만 이는 예시일 뿐 몇 개월 단위로 추세를 살펴 대출이 비정상적으로 늘어 연간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 때 관리에 나서겠다는 뜻이라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가계대출을 중단했던 농협, 신한, 우리은행은 금융당국이 대출을 재개하라고 지시하자 “원래부터 전면 중단했던 게 아니라 심사를 강화한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농협 관계자는 “꼭 필요하지 않은 대출은 줄이되 실수요자와 서민대출은 차질 없게 하라는 보완공문을 각 지점에 보냈다”고 밝혔다. 신한, 우리은행 등도 자금용도, 상환능력을 보고 대출심사를 강화하겠지만 서민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 등은 정상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은행들은 ‘대출중단 조치를 철회한 뒤 우선순위를 따져 대출하라’는 당국의 방침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19일 시중은행들은 내부회의를 갖고 대응방향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심사과정에서 불필요한 자금수요를 골라내기가 쉽지 않다”며 “각 지점에 ‘자제하라’는 식으로만 전달해서는 통제가 안 된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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