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말 현재 3963억 달러… 1년새 13% 늘어
글로벌금융 충격파 커지면 위기 불씨 될수도
미국의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침체) 징후와 신용등급 강등, 유럽 재정위기로 제2의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과거 금융위기 때마다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외채문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의 총 대외채무는 6월 말 현재 3963억 달러로 1년 전의 3515억 달러보다 13%(448억 달러) 늘었다. 정부는 7월 말 집계가 끝나면 총외채 규모가 4000억 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총 외채 4000억 달러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1조 달러의 40%에 이르는 규모로 정부가 내부적으로 잡고 있는 심리적 저항선이다. 최근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경제 규모가 커지면 외채가 느는 건 자연스럽지만 4000억 달러를 넘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총외채 4000억 달러 시 연 4% 금리이면 160억 달러를 이자로 지불해야 하는데, 경상수지 흑자 폭이 줄거나 적자로 돌아서면 우리 경제가 감당하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수준이 된다는 것이다. 한국의 6월 경상수지 흑자는 29억8700만 달러였다.
정부는 일단 늘어난 외환보유액과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근거로 불안감 확산을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소규모 개방경제의 한계상 외환유동성 위기는 언제라도 재발할 수 있어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외견상 한국의 외환건전성 지표는 양호한 편이다. 7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 3110억 달러는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9월 말의 2397억 달러보다 700억 달러 이상 많다. 외환시장 불안의 뇌관으로 꼽히는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외채는 6월 말 현재 총외채의 38%인 1512억 달러다. 2008년 9월에는 단기외채가 1896억 달러로 총외채(3651억 달러)의 52%에 이르렀다.
1997년 외환위기 때에 비해서는 훨씬 좋은 상태다. 1997년 말 정부가 집계한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204억 달러 규모였지만 당장 쓸 수 있는 가용외환보유액은 89억 달러에 불과했다. 당시 총외채는 1673억 달러, 단기외채는 636억 달러로 가용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비율은 715%에 육박했다.
그런데도 시장은 불안감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금융시장이 완전히 개방된 데다 수출입 비중이 GDP의 80%에 이르는 한국 경제의 구조상 조그만 충격에도 외환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환(換)변동에 대한 시장 불안 심리가 한 방향으로 쏠릴 경우 이를 버텨낼 맷집에 한계가 있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격히 이탈하면서 환율이 상승하면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외채상환 부담이 커지고 외화 조달에도 차질이 빚어져 일시적으로 외환 수급 불균형(미스매치)이 발생할 수도 있다. 2008년의 ‘9월 위기설’처럼 한국경제에 주기적으로 위기설이 반복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정부는 이달 외환건전성부담금(은행세) 시행을 앞두고 “시중은행들이 단기외채를 많이 차입해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일 때마다 한국 경제를 괴롭혀 온 외채를 정부가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이번에도 위기 돌파의 관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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