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덜난 사브, 직원들 월급조차 못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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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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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유명 자동차 메이커 사브가 또다시 위기에 놓였다. 사브는 24일 “회사가 재정적으로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사원 3700명에게 임금으로 지불할 돈이 없다”고 밝혔다.

사브의 에릭 기르스 대변인은 “모기업 스웨덴자동차와 자금난 해결을 위해 대화하고 있으며 협상이 성공하면 필요한 자금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사브가 문제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므로 파산국면에 이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모기업인 스웨덴자동차는 “자금난 해결을 위해 여러 곳과 대화하고 있다”고 전하면서도 “협상이 성공해 필요 자금을 구하게 될 것으로 단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사브는 14일 지분 매각과 트롤하텐 공장 매각 등의 조건으로 중국 차 유통업체 팡다자동차(PDA)와 제조기업인 저장(浙江)영맨로터스차(ZYLA) 등 중국의 2개 기업에서 2억4500만 유로의 자본 참여를 받기로 했다. 이번 거래가 최종 확정될 경우 작년 중국 지리(Geely)자동차에 인수된 포드 계열 볼보자동차에 이어 또다시 스웨덴 자동차 메이커가 중국의 수중에 들어가게 된다. 거래가 최종 확정되려면 중국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사브가 언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한 상태다.

사브는 자금 부족으로 자동차 생산에도 큰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 스웨덴 트롤하텐 소재 사브 공장은 하청업체에 4억∼5억 크로네(6억3000만∼7억9000만 달러)의 부품 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4∼5월 사이 7주간 휴업했다가 5월 말 조업을 재개했다. 하지만 사브가 여전히 부품 대금을 마련하지 못하자 6월부터 다시 조업이 중단됐다.

사브 노조는 임금 지급 독촉장을 사측에 보낼 계획이다. 노조 측은 “사측은 독촉장을 받은 뒤 7일 이내에 답변해야 한다”면서 “임금 지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회사가 파산할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브가 몰락하게 된 큰 원인은 경영난에 있다. 사브는 2000년대 들어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큰 위기를 맞았고 결국 GM의 소유로 넘어갔다. 격변하는 자동차 시장에서 차의 디자인이 시대의 흐름을 따르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 고객의 주목을 끌 만한 혁신적인 마케팅 전략도 없어 실패를 거듭했다.

결국 GM에 인수된 뒤에도 사브는 유럽 지역 이외에서는 판매 부진을 거듭하면서 이익을 내지 못하는 등의 경영난을 겪다가 지난해 1월 네덜란드의 소규모 명품차 메이커 스피케르(나중에 스웨덴자동차로 개칭)에 약 4억 달러에 팔렸다. 스웨덴자동차는 중국, 러시아로부터의 투자 유치 혹은 공장 매각 후 임대 등을 모색하면서 회생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올 1분기에도 손실액이 7900만 유로에 달하는 등 몰락의 길을 걸어왔다. 주변에서는 스웨덴자동차가 사브를 되살리기에는 너무 작다고 말해 왔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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