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열풍타고 기업들 유럽시장 공략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6일 03시 00분


아이돌 그룹의 프랑스 파리 공연으로 본격화한 유럽에서의 한류 열풍을 우리 기업들이 눈여겨보고 있다. 다음 달 발효되는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을 계기로 유럽시장을 공략하려는 기업들이 한류를 디딤돌로 삼으려는 것이다.

EU는 2009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이 18조3886억 달러로 전 세계 GDP의 약 30%를 차지한다. 수입 규모도 4조4728억 달러로 미국을 능가하는 세계 최대의 시장이다. 조병휘 KOTRA 해외마케팅본부장은 “FTA 발효 초반 관심이 고조됐을 때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나서야 시장을 쉽게 확대할 수 있다”며 “그동안은 기업 브랜드가 우리 국가 브랜드를 앞섰지만 최근 유럽의 한류 열풍이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 기업들이 덕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유럽 소비자들이 실제 느끼는 한류에 대한 반응, 체감도를 면밀하게 검토한 뒤 한류를 마케팅에 이용하겠다는 생각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지금까지 유럽에서는 한류라는 게 거의 없었기 때문에 제품 위주로 마케팅을 해왔지만 전략을 바꿀 만한 상황인지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해 살펴볼 계획”이라고 답했다. LG전자는 지금까지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원빈(TV), 김태희 정우성(이상 냉장고), 송승헌 이영애(이상 에어컨), 이민호(휴대전화) 등 한류 스타를 광고모델로 기용해 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현재 한류를 어떻게 유럽시장 공략에 활용할 것인지 논의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한류가 확산되는 지금부터 치밀하게 마케팅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파리에서 유로마트를 운영하는 김성식 사장은 “예컨대 이번 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 행사 때 참가한 가수들이 전략적으로 한국산 음료를 마셨다면 상당한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며 “앞으로는 철저히 계산된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최근 프랑스에서 열린 식자재 전시회에서는 신라면, 컵라면 등의 재고가 동날 정도로 현지 젊은이들이 매운맛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해 상당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최근 유럽에서 자동차, 기계, 전자 등의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이 크게 높아져 유럽의 한류 열풍과 한-EU FTA를 기회로 삼으면 우리 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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