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 신경 안쓰고 출력만 높이던 시대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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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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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셰 페라리 ‘그린 스피드’

산길을 271km 달렸다. 그런데 기름 탱크의 연료는 반 이상이 남아 있었다. 일반 차라면 별로 인상적이지 않지만 그 차가 최고 성능의 대명사인 포르셰라면 얘기가 다르다. 포르셰는 5월 9일부터 약 열흘 동안 세계 각국의 기자들을 초청해 세단 ‘파나메라 S 하이브리드’ 시승회를 독일 남부 베르히테스가덴 지역에서 가졌다.

지난해 내놓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카이엔’에 이은 포르셰의 두 번째 하이브리드 모델인 파나메라S 하이브리드는 저속에서는 34kW 전기모터로 움직이지만 액셀을 세게 밟으면 333마력 내연기관이 힘을 내며 운전의 재미를 더해주는 차다. 연료소비효율(연비)이 L당 14.7km(유럽 기준)이며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은 km당 159g이다.

유럽의 고성능 스포츠카 업체들이 잇달아 친환경 차량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연비와 환경오염은 신경 쓰지 않고 최고의 출력을 가진 엔진을 만들기에 주력하던 유럽의 고급 자동차업체들이 친환경 엔진과 시스템을 만드는 이유는 규제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을 크게 강화해 2012년부터 새로 판매하는 차량부터는 CO2 배출량이 허용기준(km당 130g)을 초과할 때마다 자동차 생산업체에 단계적으로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환경규제가 시작되는 2012년에는 허용기준 만족 차량이 전체 판매차량의 65%를 넘지 못할 경우 벌금을 내야 한다. 2013년에는 판매 차량의 75%, 2014년에는 85%, 2015년에는 100%로 규제는 갈수록 강화된다. 하지만 이 업체들의 친환경 차량들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가속 성능이 떨어지는 차량은 아니다. 성능은 그대로 둔 채 연비를 높이고 CO2 배출은 줄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는 추세다.

파나메라S 하이브리드 모델 생산 책임자인 울리히 크뇌른실트 씨는 “포르셰의 하이브리드는 친환경적인 요소를 가미하지만 성능은 낮추지 않는다”며 “앞으로 전기 구동 성능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포르셰는 스포츠카인 ‘911’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연구 중이며 박스터는 전기차로 내놓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파나메라S 하이브리드는 올해 안에 국내에 출시될 예정이다.

최고급 스포츠카 업체인 페라리도 2010년 파리 모터쇼에서 환경오염은 줄이면서 페라리 고유의 성능과 운전의 즐거움은 그대로 둔 HELE(High Emotion Low Emissions) 시스템을 선보였다. 기존의 페라리 ‘캘리포니아’는 km당 299g의 CO2를 배출하지만 HELE 시스템을 적용하면 270g으로 낮출 수 있다.

이 밖에 메르세데스벤츠는 ‘블루에피션시’라는 이름을 붙인 친환경적인 차량을 선보이고 있으며 BMW는 ‘액티브 하이브리드’라는 기술을 적용해 CO2 배출량은 15∼20% 줄이고 연비는 높였다.

베르히테스가덴=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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