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금감원 출신 인사 감사영입 올스톱… ‘낙하산 감사’ 퇴출 신호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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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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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근 前금감원 부원장보 감사직 사의

금융회사들은 이석근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의 감사직 자진 사퇴를 낙하산 감사의 전면 퇴출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달 말 시작되는 증권사와 보험사의 본격적인 주주총회 시즌에 임기가 끝나는 금감원 출신 인사의 상당수는 재선임되지 못하거나 스스로 자리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미 적잖은 범(汎)정부기관 출신 인사들이 금융회사 감사로 진출해 있어 금감원 출신이 빠진 자리를 범정부 낙하산 감사들이 메울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 ‘낙하산 감사’ 퇴출 시작


금융권에 따르면 증권사 24곳과 보험사 8곳에서 올해 감사 임기가 끝난다. 각 금융회사는 감사 자리에 당장 금감원 출신이 아닌 다른 적임자를 물색하느라 분주하다. 특히 이미 이사회를 거쳐 금감원 출신을 감사로 내정한 회사는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대신증권은 윤석남 전 금감원 회계서비스2국장을 감사위원 후보로 내정하고 2일 감사 선임 공시까지 냈지만 교체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을 앞두고 회계 전문가를 영입한 것인데 논란의 대상이 돼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하나대투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영증권 등도 금감원 출신 감사위원의 연임을 내부적으로 결정했지만 계속 추진해야할지 고민 중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금감원 국장 출신인 백수현 감사위원의 임기가 1년 이상 남았지만 3일부터 6일까지 새 감사를 공모했다. 지원한 인물 중에 금감원 출신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가 남아 있는 금감원 출신 감사들도 좌불안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회사의 금감원 출신 감사는 “괴롭고 고민이 많다”며 “도덕적으로 책임질 일이 있으면 져야 하겠지만 회사에서 따로 들은 얘기는 없다”고 말했다.

해당 금융회사들은 정당한 절차를 밟아 선임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며 내심 제 발로 걸어 나가길 바라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분간은 금감원 출신보다는 과거에 검사업무를 담당했던 다른 은행이나 증권사 출신 검사 담당이 서로 교류하는 사례가 많아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 범정부 ‘낙하산 감사’가 더 문제

금융회사의 ‘낙하산 감사’는 금감원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감사원과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 힘 있는 범정부기관 출신 인사들도 자리를 꿰차고 있었다.

동아일보가 6일 국내 시중은행 특수은행 지방은행 22곳과 생명 및 손해보험사 34곳, 증권사 42곳, 전업계 카드사 6곳, 저축은행 105곳 등 총 209개 금융회사의 감사 현황을 전수 조사한 결과 금감원(옛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등 포함) 출신 감사는 모두 70명으로 집계됐다. 증권업계가 28명으로 가장 많았고 저축은행(17명), 보험사(14명), 은행(8명)이 뒤를 이었다.

금감원을 제외한 범정부기관 출신의 전관예우 낙하산 감사는 총 21명이었다. 이 가운데 감사원 출신이 9명으로 가장 많았다. 김용우 전 감사원 제2사무차장(차관보급)은 올해 3월 우리은행의 상임 감사위원으로 선임됐으며 감사원 제1사무차장 출신의 노승대 씨와 제2사무차장 출신 정낙균 씨도 각각 한국주택금융공사와 한국정책금융공사의 상근 감사를 맡고 있다.

한은 출신은 4명, 재정부는 3명으로 뒤를 이었다. 한은 제주본부장을 지낸 황삼진 씨는 지난해 3월 제주은행 상근 감사위원으로 자리를 옮겼고 한은 기획국장 출신의 유종열 씨는 지난해 6월부터 미래에셋생명 상근 감사로 기용됐다. 재정부 출신 낙하산 감사들은 주로 재정부 산하 금융공기업에 포진해 있었다. 올해 4월 임해종 전 재정부 공공정책국장은 산업은행 감사로 선임됐고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한국이사를 지낸 김태환 전 재정부 국장도 신용보증기금 감사로 거취를 옮겼다.

지방의회 출신도 눈에 띄었다. 대한생명은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을 지낸 김종구 씨를 2009년 6월부터 상근 감사 자리에 앉혔다. 부산에 본사를 둔 기술보증기금은 올해 2월 부산시의회 기획재경위원장을 지낸 조양환 씨를 감사로 선임했다.

전문가들은 “금융 관련 경력이 없는 사람을 감사에 앉히는 등 심각한 낙하산 사례가 많다”며 “중장기적으로 회계사 변호사 등 민간 전문 인력으로 충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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