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MB 공약 ‘산은 민영화’ 사실상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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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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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사태로 後순위 밀려나재정부 “임기내 매각 어려울 것”… 정부 재정에도 10조원 ‘구멍’

정부는 산업은행을 포함한 산은금융지주 민영화를 사실상 포기하기로 했다. 산은금융지주 민영화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2012년까지 완료될 예정이었다. 정부는 저축은행 부실사태로 금융시장이 어려워지면서 산은의 제값을 받기가 어려워졌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2일 “산은금융지주 민영화는 현 정부 임기 내에 어렵다”며 “산은금융지주 점포가 50개에 불과해 인수 매력이 낮은 데다 (저축은행 구조조정 등으로) 시장 상황마저 여의치 않아 매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가 대통령 임기 내 민영화 포기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산은금융지주 지분은 정부가 100% 지분을 소유한 정책금융공사가 90.3%를 갖고 있으며 나머지 9.7% 지분은 기획재정부가 보유하고 있다.

정부는 이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8년 6월 산업은행 민영화 일정을 발표하면서 2008년 말까지 산업은행을 정책금융공사와 분리해 산은금융지주를 설립한 뒤 대통령 임기 말인 2012년 말까지 정부 지분을 모두 매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산은금융지주 민영화 계획은 저축은행 사태가 갈수록 악화되면서 후(後)순위로 밀려났다. 금융당국이 삼화저축은행을 포함해 영업정지를 당한 8개 저축은행 매각과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리를 위해 사실상 ‘다걸기(올인)’에 나서면서 산은 민영화는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총선과 대선이 치러지는 내년에는 공기업 민영화 추진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산은금융지주 대주주인 정책금융공사 관계자는 “현재 부실 저축은행 처리가 금융당국의 시급한 문제여서 산은지주의 구체적인 민영화 방안에 대해 협의가 진척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 재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2010∼2014년 중기재정운용 계획을 짜면서 산은금융지주 민영화에 따른 매각대금으로 2012년 3조4000억 원, 2013년 6조2000억 원을 세입(稅入)에 포함시키고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나 복지 재원 등으로 사용할 방침이었다. 결국 산은금융지주 민영화가 예정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10조 원가량의 재원에 ‘구멍’이 생기게 된 셈이다.

특히 내년부터 법인세가 감면되면서 세입 감소가 불가피한 데다 선거를 앞두고 국회에서 선심성 복지와 조세 감면 등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는 법안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 재정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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