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ravel]BMW액티브 하이브리드 7, X6로 제주도 올레길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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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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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바람 바다냄새··· 느릿느릿 그 올레길
하이브리드카로 ‘여유의 美學’을 배웠다

제주도 한라산 중산간의 삼나무 숲 길을 통과하는 BMW 액티브하이브리드7과 X6 . ’액티브’란 전기와 연료를 동시에 사용하는 친환경의 하이브리드면 서도 BMW가 추구해온 ’드라이빙의 즐거움’도 여전히 제공한다는 의미다. BMW코리아 제공
제주도 한라산 중산간의 삼나무 숲 길을 통과하는 BMW 액티브하이브리드7과 X6 . ’액티브’란 전기와 연료를 동시에 사용하는 친환경의 하이브리드면 서도 BMW가 추구해온 ’드라이빙의 즐거움’도 여전히 제공한다는 의미다. BMW코리아 제공
《세상에는 다양한 호사가 존재한다. 이런 건 어떨까. 여행 때마다 원하는 차로 바꿔 타는 건데 이런 식이다. 뼝대(석회암지대 산악의 거대한 절벽)로 이뤄진 덕산기(강원 정선)의 물 마른 자갈밭 강상은 지상고 높낮이 조정장치가 있는 럭셔리 사륜구동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로, 바람 산산하고 하늘 높으며 청징한 공기가 오감을 열어주는 9월 제주도는 하늘을 천장삼아 달리며 그 바람에 머리 빗는 우아한 컨버터블 BMW 650i로, 굽이굽이 산길과 해안도로가 많은 거제도에서는 사륜이 제각각 구동해 코너를 돌 때 몸 쏠림이 적은 혼다 레전드로. 웬만한 부호가 아니고서는 이렇게 즐기기란 불가능하다. 한꺼번에 모든 차를 다 소유할 수는 없으니까. 그렇다면 차를 갖지 않고도 여행의 스타일이나 여행지 개념에 따라 원하는 차를 골라 타는 사람, 과연 있기는 할까? 놀랍지만 ‘있다’. 이 글을 쓰는 기자다. 앞서적은 사례는 ‘희망사항’이 아니다. ‘실제 상황’이었다. 독자의 ‘원시질투’를 자아내고도 남을 이런 극단의 호사. 예서 그치지 않는다. 이번에는 제주올레길이다. BMW가 새로 개발한 ‘액티브 하이브리드(Active Hybrid)’ 7과 X6를 번갈아 타며 제주올레 네 코스를 찾았다.》
○ 나를 살리기 위한 하이브리드


화순 금모래해변∼삼방산∼대정읍 하모리해수욕장 14.8km를 잇는 제주올레 10코스의 항만대 해안. 산방연대의 언덕위에서 내려다본 모습이다. 제주도=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화순 금모래해변∼삼방산∼대정읍 하모리해수욕장 14.8km를 잇는 제주올레 10코스의 항만대 해안. 산방연대의 언덕위에서 내려다본 모습이다. 제주도=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하이브리드’란 ‘잡종’을 뜻한다. 잡종이란 이종교배의 결과물. 말과 나귀를 보자. 같은 말과(科)지만 다른 종(種)이다. 그래서 둘을 교배시키면 다른 종을 얻는다. 암말과 수탕나귀에선 ‘노새’, 수말과 암탕나귀에선 ‘버새’를.

하이브리드의 존재 가치. 그건 ‘우월성’이다. 순종엔 없는 특별한 능력이다. 노새를 보자. 크기는 말만 하고 생김새는 영락없는 나귀다. 힘도 장사다. 무거운 짐을 지고도 먼 길 마다하지 않고 잘 간다. 몸도 튼튼하다. 아무거나 잘 먹는다. 기후변화도 잘 견딘다. 병에도 강하다. 주인이 잘 돌봐주면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역축(일 시키는 가축)으로 환영받은 건 당연하다.

하이브리드 차도 같다. 화석연료와 전기, 상이한 두 에너지를 두루 사용한다. 이 하이브리드 차의 존재 가치. ‘친환경’이다. ‘친환경’은 곧 ‘지구 구하기’다. 온난화로 시름시름 죽어가는 지구를 살리는 처방이다. 원인은 차량 배기가스의 이산화탄소, 주범은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지구를 구하겠다고 나섰다. 그런데 우리가 구하자는 게 과연 지구일까. 아니다. 나, 자신이다. 왜. 이대로 뒀다가는 내가 죽을 판이니까. 46억 년 지구 역사를 보자. 변화의 연속이다. 공룡의 몰살, 인류의 탄생도 그중 하나다. 생명은 환경의 산물. 기후가 변하면 생태계도 바뀐다. 바뀐 세상은 적응한 생물로만 판을 짠다. 그게 자연이다. 그러니 이젠 이렇게 고백해야 한다. 하이브리드 차는 내가 살기 위한 선택이라고.

○ 말처럼 잘 달리는 힘 좋은 노새

이런 고민,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빠져봤을 것이다. 자장면을 시킬지 짬뽕을 시킬지, 비빔냉면이 좋을지 물냉면이 좋을지, 설렁탕엔 김치가 맞을지 깍두기가 맞을지. 둘 다 먹으면 좋겠지만 그러기엔 부담스럽고. 그러니 하나만 선택할 수밖에 없는데 결과는 늘 같다. 후회와 아쉬움. 그래서 나온 솔루션이 ‘짬짜면’인데 이 역시 하이브리드다.

자동차도 같다. 환경을 생각한다면 전기차가 정답이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완성되지 못한 지금으로선 하이브리드가 최선이다. 이런 하이브리드의 핵심은 ‘효율’이다. 적은 에너지로 멀리 가기다. 그런 하이브리드 차를 타다 보니 ‘더 효율적’인 데로 생각이 모인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사라지는 에너지를 활용할 방법은 없을까, 신호대기 중 공회전으로 인한 에너지 소비는 막을 수 없을까, 내리막의 타력운행으로 생기는 여분의 에너지를 충전시킬 수는 없을까 등등….

BMW가 그 해결책을 모색했다. 액티브 하이브리드의 ‘효율적 역동성’(Efficient Dynamics)이 그거다. 브레이크 에너지 재생(Brake energy regeneration), 엔진 자동 정지 및 시동(Auto Start Stop) 장치가 핵심이다. 에너지효율이 좋다는 말은 곧 유해배출가스 저감을 뜻한다. 모든 하이브리드가 추구하는 바다. BMW도 다르지 않다. 그러나 거기 그친다면 BMW가 아니다. BMW의 모토는 ‘효율’이 아니라 ‘드라이빙의 즐거움’이다. ‘효율+즐거움’은 바꿔 말하면 ‘말처럼 달리기도 잘하는 노새’다. 효율적 역동성의 ‘BMW 액티브 하이브리드’의 개념이기도 하다.

○ ‘타기+걷기’의 하이브리드 방식 여행, 제주올레

위에서부터 7코스 돔베낭길 해안에서 본 문섬, 한경면 풍력발전단지에 잠시 정차한 X6, 외돌개부근의 숲 BMW코리아 제공
위에서부터 7코스 돔베낭길 해안에서 본 문섬, 한경면 풍력발전단지에 잠시 정차한 X6, 외돌개부근의 숲 BMW코리아 제공
BMW의 액티브 하이브리드는 단 두 종, 세단인 7시리즈와 액티비티 쿠페 X6를 모체로 한 액티브 하이브리드7(세븐)과 액티브 하이브리드 X6뿐이다. 차량 홍보책자를 보자. ‘하이브리드를 운전하는 가장 역동적인 방식’(The most dynamic way to drive a hybrid)이라고 쓰여 있다. 하이브리드라고는 해도 ‘운전의 즐거움’이 여전함을 강조한 대목이다.

액티브 하이브리드 7과 X6와 함께한 제주올레길. 네 코스(10 7 3 1순) 각각 일부만 걷기로 했다. 올레길도 체험하고 액티브 하이브리드의 성능도 살필 참으로. 출발은 서귀포의 중문관광단지. 10코스의 한 끝, 화순해수욕장까지 가는 첫 구간(12.1km)은 액티브 하이브리드 7으로 달렸다. 10여분간의 운전. 내 눈은 수시로 센터페시어의 계기판을 주시했다. 앞뒤 바퀴로 흐르는 동력전달 그림, 막대그래프로 표시되던 컨트롤 디스플레이 때문이었다.

디스플레이의 차체 하부 그림을 보자. 앞뒤 바퀴의 축과 한가운데 모터(파란색), 전방의 엔진(빨간색)을 연결한 선이 수시로 빨강과 파랑으로 표시됐다. 그 선의 색깔은 주행 내내 쉼 없이 바뀐다. 모터로만 주행할 때는 모두 파란색으로, 엔진을 모터가 지원할 때는 두 색깔로 표시되는 방식이다. 다섯 칸의 네모로 표시된 모터는 파란색 칸수로 충전량을 알려준다. 15개 막대의 그래프는 지난 15분간 하이브리드 동력의 활용 수치를 표시했다. 막대가 높을수록 연료를 많이 절약한 셈이다.

두 번째 드라이빙은 하멜 일행이 상륙한 용머리해안에서 7코스 시작점인 외돌개까지 35km. 이번에는 X6로 달렸다. 이 차에는 ‘하이브리드 구동장치가 적용된 세계 최초의 액티비티 쿠페’라는 자랑이 따른다. 모터 2개의 액티비티 쿠페. 이걸 하이브리드로 구동하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다. 신호대기 중이었다. 엔진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꺼진 것이다. 신호가 열려 가속페달을 밟자 모터 힘만으로 출발해서다. 테스트해볼 요량으로 시속 60km까지 속도를 높였다. 그런 동안에도 디스플레이에는 파란 선뿐이었다. 모터로만 달린 것이다. 매뉴얼에는 이 속도로 2.5km 주행한다고 쓰여있다.

세 번째 드라이빙은 다시 액티브 하이브리드 7이었다. 구간은 외돌개 부근에서 점심식사를 예약한 제주허브동산까지 36.5km. 식사 후 차문을 여는데 실내가 너무도 시원했다. 엔진 정지 상태에서 배터리로 작동된 에어컨 덕분이었다. 액티브 하이브리드의 장점은 연소엔진과 전기모터가 밀접한 상호의존 관계 속에 작동하는 것. 주차 중 에어컨이 작동되는 한여름이면 많은 전기 소모에 대비해 주행 중 하이브리드 출력을 좀 더 많이 확보해 주는 식이다. 반대도 있다. 모터가 엔진을 지원한다. 덕분에 V8트윈 터보를 가진 7의 연료소모는 6기통, 출력은 V12에 가깝다. L당 연비는 7이 8.8km, X6가 9.5km.

○ 올레길이 몰고 온 제주도의 변화

제주올레는 우리나라 여행에 한 획을 그은 ‘사건’이다. 걷기라는 친환경적 수단으로 여행의 폐해를 줄여서다. 폐해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교통수단으로부터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올레꾼(올레길을 걷는 여행자) 덕분에 줄어들 양은 미미할지 모른다. 그러나 제주올레가 일으킨 바람으로 전국에 불어닥친 걷기여행 붐을 생각해보면 그 효과는 만만치 않을 것이다.

현재 제주올레는 1코스부터 16코스까지 있다. 섬 가장자리를 4분의 3가량 연결했다. 이 중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서귀포 70리 해안의 상징처럼 된 외돌개에서 시작하는 7코스. 월평마을까지 16.4km로 돔베낭길과 법환포구, 일강정 바당올레 등 서귀포해안을 따르는 멋진 풍광이 핵심이다. 특히 외돌개에서 10분쯤 거리의 ‘폭풍의 언덕’은 잠깐 올레길 맛만 보길 원하는 관광객에게 최고의 풍경을 선사한다. 왼편으로 서귀포항, 정면으로 섭섬과 문섬, 오른 쪽으로 범섬과 법환포구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10코스(14.8km)의 화순 금모래해변부터 용머리해안까지 바닷가로 이어지는 올레길도 올레꾼 흉내만 내고 싶은 여행자에게는 인기코스. 소금막과 항만대를 지나는 동안 해변의 기암괴석 절벽도 만난다. 계속 가면 산방산 아래로 사계리 해변을 걸어 국토 최남단의 산인 송악산을 경유해 모슬포에 닿는다.

제주올레는 나날이 변하고 있다. 3코스 독자오름 앞에는 자연발효식 화장실이 있다. 숙소 이전에 따른 짐 옮기기의 번거로움도 해소됐다. 올레꾼을 위한 택배서비스 개시 덕분이다. 뭍에서 제주로 이사 오는 은퇴자들도 제주올레가 섬에 준 선물. 이들 중에는 올레꾼을 위한 민박집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주민도 변하고 있다. 의자마을로 변신한 13코스의 낙천리가 대표적. 1000개가 넘는 의자로 설치물을 만들어 예정에 없던 올레길을 끌어들였다. 그 길을 따라 여행객의 발길은 이어졌고 부녀회는 미숫가루 등을 만들어 팔고 있다. 또 사먹을 곳이 없어 점심도 거른 채 걷는 올레꾼을 위해 도시락을 팔기도 한다.

제주올레는 제주도 해안둘레를 모두 잇는 게 목표. 그럴 경우 30코스 500km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완주에 한 달쯤 걸리는 거리인데 지금까지와 달리 나머지 길은 천천히 개척할 계획이다. 길은 아스팔트 등 시멘트포장을 되도록 피하고 사라진 옛길을 찾아낸다. 새 길은 폭이 1m를 넘지 않고 그 길을 낼 때는 주민과 군인 다양한 구성원이 모두 참여토록 한다는 원칙이다. (조언: 안은주 사단법인 제주올레길 사무국장)

제주도=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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