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브레인스토밍으로 건진 게 없다면… “이렇게 해봤어?”

  • Array
  • 입력 2011년 4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 효과적 브레인스토밍 7가지 기법

《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은 머릿속을 휘저을 만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는 일종의 난상토론이다. 하지만 목적 달성에 실패하는 사례가 많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지 못하거나 실행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글로벌 컨설팅사인 맥킨지는 최근 10년간 유통과 금융 등 150여 개 기업에서 진행된 다양한 사례를 분석, 브레인스토밍의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는 7가지 단계를 제안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8호(2011년 4월 1일자)에 실린 맥킨지 보고서의 핵심 내용을 간추린다. 》
[1]조직의 의사결정 기준 파악하라

한 은행이 진행한 브레인스토밍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다. 하지만 이를 실행하려면 정보기술(IT) 시스템을 바꿔야 했다. 경영진은 IT 인프라를 바꾸지 못하게 했는데, 브레인스토밍 진행자들은 이를 모르고 있었다. 결국 하루 종일 진행한 브레인스토밍은 무용지물이 됐고 참가자들은 시간만 허비했다.

브레인스토밍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위의 사례처럼 제시된 아이디어가 종종 조직이 생각하는 범주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회사가 외부 환경을 많이 고려하고 기존 정책을 고수하는 분위기라면 ‘틀을 깨고 사고하라’는 주문은 헛된 구호가 되고 만다. 따라서 경영진은 브레인스토밍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들을 채택하는 기준을 미리 정해야 한다.

[2]적절한 질문 정해 체계적 진행

전통적인 브레인스토밍은 아이디어를 무조건 많이 내라고만 한다. 아이디어가 많을수록 건질 게 많아질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이보다는 ‘적절한 질문’을 활용해 체계적으로 진행하는 게 좋다. 적절한 질문은 참가자들이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해 보도록 유도하되 참가자들이 탐색하는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어야 한다. 사람들은 기존 문제를 해결할 때 대개 과거의 방식이나 아이디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좋은 아이디어의 수는 줄어든다. 또 브레인스토밍에서는 다양한 예시를 구체적으로 들어주는 게 바람직하다. 질문은 브레인스토밍을 이끌어가는 축이므로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적절한 질문이 정해지면, 참가자들을 여러 소그룹으로 나눠 질문에 대해 심층적으로 생각해보게 해야 한다. 약 20명의 참가자가 참여하는 브레인스토밍 워크숍이라면 15∼20개의 질문이 적절하다.

[3]관련 지식 갖춘 적임자 선정하라


한 유통업체는 일부 고객에게 신용 기간을 연장해줬다. 그런데도 부실채권 회수가 잘 안 됐다.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이 회사는 브레인스토밍을 실시했다. 참가자들은 ‘프로세스를 바꾼 뒤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라는 질문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그러자 현장의 부실채권 회수 담당자는 ‘고객들 중 최근 돌아가신 분이 많이 늘었다’고 답했다. 사정을 모르는 경영진은 당황했다. 하지만 일부 참가자 사이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후 이어진 브레인스토밍에서 이들이 웃는 이유가 명확해졌다. 최근 몇 년간 대금이 밀린 고객들은 채권 회수 직원이 연락하면 자신이 죽었다고 말해 달라고 가족들에게 시킨다는 것. 채권 회수 직원은 고인의 가족들에게 지나친 압박을 주기 싫어해 대개 채권 회수를 중단했다고 했다. 워크숍 참석자는 채권 회수 담당자가 통화했을 때 상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 상대방의 신원 요구 등 구체적인 질문을 하기로 했다. 거짓말을 하는 채무자는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 전화를 끊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는 현장을 잘 아는 실무자가 참석했기 때문에 가능한 해결책이었다. 조직 내 직위나 영향력에 따라 참가자를 선정하는 전통적인 브레인스토밍과 달리, 새로운 브레인스토밍 방식에서는 관련 지식을 풍부하게 갖춘 사람을 선정하는 게 좋다.

[4]참가자 3~5명씩 나눠 문제 배분


참가자 전원을 한 개 그룹으로 묶어 놓고 한 문제만 몇 시간 동안 계속 논의하게 해선 안 된다. 사람들은 여럿이 있는 자리에서는 이야기를 잘 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교적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규모인 3∼5명 단위의 그룹으로 묶는 게 좋다. 그룹이 정해지면 미리 준비한 15∼20개의 질문을 소그룹별로 5개 정도 배분해야 한다. 모든 소그룹이 전체 15∼20개 질문을 일일이 다 짚고 넘어가는 것은 비생산적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아이디어를 반대할 사람, 즉 참가자들의 상사나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 전문가 등은 별도의 그룹으로 묶어야 한다. 참가자들 가운데 상관 앞에서 입증되지 않은 아이디어를 거론하기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또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은 시간을 독점하는 경향이 있다. 전문가들은 편향된 시각을 갖거나 참가자들의 아이디어가 쓸모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려 한다. 따라서 각각 다른 성향의 사람들을 한데 섞어 놓아야 한다는 기존 브레인스토밍 원칙을 따르지 않고, 아이디어에 반대할 사람들만으로 따로 소그룹을 구성하는 방법도 고려해 봄 직하다. 이는 오히려 다른 소그룹들이 더욱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줄 수 있다.

[5]기대하는 바를 명확히 소통하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한 브레인스토밍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브레인스토밍의 생산성을 높이려면 조직의 의사결정 기준을 잘 설명하고 참가자들에게 적절한 질문을 던져야 하며 직접 해당 업무를 맡는 실무자를 포함시키는 게 좋다. DBR 그래픽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한 브레인스토밍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브레인스토밍의 생산성을 높이려면 조직의 의사결정 기준을 잘 설명하고 참가자들에게 적절한 질문을 던져야 하며 직접 해당 업무를 맡는 실무자를 포함시키는 게 좋다. DBR 그래픽
참가자들을 소그룹으로 나누기 전 오리엔테이션을 갖고 참가자들에게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무엇을 달성하고, 무엇을 달성하지 못할 것인지 등 조직의 기대 수준을 정확히 알려야 한다. 전통적인 브레인스토밍에서는 여러 아이디어가 봇물 터지듯 나오면서 논의가 빨리 진행된다. 하지만 아이디어별로 심층적인 토의가 이뤄지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새로운 브레인스토밍에서는 소그룹별로 질문 한 개당 30분씩 할애하게 해서 심층 토의하도록 하는 게 좋다. 또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다른 출처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는 언급할 수 없게 한다. 토의 대상이 아니지만 좋은 해결책이라면 브레인스토밍이 끝난 뒤 논의하게 한다.

[6]최고의 아이디어를 뽑는 건 금물


아이디어가 나온 뒤 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전체 참가자들이 최고의 아이디어를 뽑게 하는 일이다. 전통적인 브레인스토밍에선 이런 방법을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참가자들은 투자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데 경영진과 항상 같은 시각을 취할 수 없다. 또 성공 가능성이 있는 아이디어를 선정하면 자칫 참가자들의 사기를 꺾을 수 있다. 설령 좋은 아이디어라고 해도 나중에 채택되지 않으면 참가자들이 낙담한다. 따라서 최고의 아이디어를 뽑는 것은 가능한 한 피해야 한다. 그 대신 각 소그룹이 제안한 아이디어들 중 상위 몇 개를 선정해 다른 그룹들의 결과와 공유하는 게 좋다. 실행할 아이디어를 어떻게 선정할지, 최종 의사 결정을 어떻게 통보할 것인지도 참가자들에게 상세하게 알려줘야 한다.

[7]후속조치 최대한 신속히 취하라

미국의 한 대학에서는 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교무처장, 학과장들이 비용 절감 방안을 두고 브레인스토밍을 했다. 대학 경영진은 아이디어들을 △즉시 실행 △다음 학사연도에 시작하기로 결정 △추가 조사를 한 뒤 결정 △즉시 기각 등 4개로 분류했다. 처음부터 경영진이 아이디어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지 염두에 두고 브레인스토밍을 진행했고 궁극적으로 수백만 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를 봤다. 또 대학 측은 의사 결정 결과를 모든 참가자에게 즉시 알려줬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채택되지 않은 참가자들의 사기를 꺾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오히려 그 반대였다. 참가자들은 결과에 대한 반응을 원하고 있었고, 특정 아이디어가 왜 거절됐는지 충분히 설명해 참가자들이 다음 기회에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게 했다.

정리=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8호(2011년 4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모건스탠리가 본사 붕괴 다음날 영업재개한 비결

▼ Special Report


세계적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9·11테러로 맨해튼 본사 건물이 완전히 무너지는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바로 다음 날 영업을 재개했다. 수년간의 꾸준한 대피 훈련 덕에 건물 붕괴 직전 2700명의 직원이 신속히 탈출에 성공한 데다 대체 사업장까지 미리 보유해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대형 위기가 아닌 시장의 작은 변화에도 버티지 못하고 몰락하는 기업도 많다. 양자의 차이는 무엇일까. 충격을 받아도 남들보다 빨리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기업 복원력(corporate resilience)을 보유했느냐 아니냐다. 과거에 비해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이 훨씬 커지면서 기업 복원력의 유무가 기업 생존을 결정짓는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이호준 삼성방재연구소 수석 연구원과 유종기 딜로이트 이사가 기업 복원력을 높이기 위한 7대 전략을 제시한다.



매출이 계속 떨어지는 브랜드는 수명 다된 걸까

▼ Brand Management


특정 브랜드의 매출 성과가 계속 하락할 때 대다수 기업은 그 브랜드를 회생시키려고 노력하기보다 무조건 새 브랜드를 육성하려고 한다. 하지만 매출 성과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브랜드라고 모두 수명이 다한 걸까? 항상 그렇지는 않다. 시장에서 막강한 위상을 가지고 있던 브랜드는 오랜 기간 축적해 온 브랜드 자산이 있다. 브랜드 자산 가치가 하락했다 해도 최소한 브랜드의 인지 자산은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해 육성하는 것보다 브랜드를 재활성화하는 편이 위험 부담도 적고 비용도 적게 든다. LG생활건강의 치약 브랜드 페리오는 제품 이름을 그대로 유지한 채 포장 디자인을 바꿔 성공적인 브랜드 리뉴얼을 단행한 바 있다. 김동균 비아이티컨설팅 대표가 브랜드 퇴출 판별 기준과 성공적인 브랜드 재활성화 전략을 소개한다.



영리기업-시민단체 손 잡으니 놀라운 결과가…

▼ Harvard Business Review


최근 멕시코의 한 시민단체는 멕시코 관개시설 건설업체 아만코(Amanco)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영세 농민들을 상대로 한 아만코의 사업을 도왔다. 이 시민단체는 농부들이 단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금융상품을 알선해준 후 대출금으로 아만코 제품을 구매하도록 했다. 이후 농민들에게 관개기술을 전파하고 관개 시스템도 직접 설치해줬다. 그 결과 연간 5600만 달러 규모의 적수 관개(drip irrigation) 시장이 형성됐고, 농부들은 관개 시설 설치를 통해 농작물 생산량을 대폭 늘릴 수 있었다. 아만코도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 이처럼 빈곤, 질병 등 글로벌 난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 코너에서 영리 기업과 시민단체의 협업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기업의 수익도 늘리는 법을 설명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