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트래픽 폭증이 M&A불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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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통 AT&T, T모바일 44조원에 인수 ‘통화 끊김’ 해결 나서

미국 통신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미국 2위 이동통신사 AT&T가 4위인 T-모바일 미국 법인을 390억 달러(약 44조 원)에 인수한다고 20일(현지 시간) 밝혔기 때문이다. 미국 규제당국이 독점 여부 등을 심사한 뒤 이번 인수를 최종 승인하면 AT&T는 단숨에 미국 1위 사업자로 떠오르게 된다.

두 회사의 가입자를 모두 합치면 1억3000만 명으로 현재 1위 버라이존 와이어리스의 1억여 명을 앞지르게 된다. 뉴욕타임스는 “AT&T는 전화가 자주 끊기고, 데이터 서비스도 너무 느려서 조롱의 대상이 돼 왔다”며 “이번 인수로 AT&T 고객들은 더 좋은 서비스를 누리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AT&T가 T-모바일을 인수한 가장 큰 이유는 ‘아이폰’에 있다. AT&T는 2007년 6월부터 약 3년 반 동안 아이폰을 독점 공급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이점을 누렸지만 데이터 트래픽 폭증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아이폰 시판 이후 2010년까지 데이터 트래픽이 약 50배가 늘었다. 아이폰뿐 아니라 다른 스마트폰 이용도 늘어나면서 전화가 자주 끊기고, 무선 인터넷은 느려 고객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이 회사는 결국 지난해 6월 데이터 폭증을 견디다 못해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없애버렸다. 차가 막힌다고 새로 도로를 깔자니 4세대(4G) 통신망 롱텀에볼루션(LTE) 상용화 시간이 걸리고, 독점 공급하던 아이폰도 다른 통신사에서도 팔리는 등 위기에 닥친 AT&T는 결국 T-모바일 인수를 통한 네트워크 확충을 택했다.

국내 통신업계는 “남 얘기가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스마트폰 사용자 1000만 시대가 되면서 모바일 트래픽 폭증으로 숨 막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KT는 올해 1월 3세대(3G) 통신망에서 수용하던 데이터 트래픽이 2009년 1월보다 30배 늘었다. 업계에서는 이대로 가다간 올해 상반기 안에 심각한 통화 품질 문제가 일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통신 3사는 4G 통신망인 LTE 상용화를 앞당기는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황금 주파수’를 받으려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방통위는 올해 상반기에 2.1GHz(기가헤르츠) 대역의 20MHz(메가헤르츠) 폭 주파수를 경매에 부칠 계획이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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