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사회주의인지, 공산주의인지” 고강도 비판…이익공유제 어디로 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0일 19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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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인지, 공산주의인지…" 냉소
삼성 측 "정부 상생정책에는 적극 협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제기한 초과이익공유제를 강한 톤으로 비판하고 나서 파장이 일고 있다.

청와대와 여권 일각, 지식경제부에 이어 재계를 대표하는 이 회장까지 이익공유제를 비판하고 나서면서 처음부터 적잖은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삐걱거렸던 이익공유제는 출발도 하기 전부터 추동력을 잃고 좌초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은 10일 오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 참석하기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회주의 용어인지 공산주의 용어인지 자본주의 용어인지 도무지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라며 이익공유제를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이 회장은 이어 "어릴 때부터 기업가 집안에서 자라 경제학 공부를 해왔으나 이익공유제라는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고 이해도 안가고 도무지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다"며 "부정적이다 긍정적이다를 떠나 경제학 책에서 배우지도 못했고 누가 만들어낸 말인지도 모르겠다는 뜻"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995년 이른바 '베이징 발언'으로 큰 고초를 겪은 이후 공식석상에서 논란이 될만한 발언을 자제해왔던 이 회장이기에 마치 작심이라도 한 듯 냉소적인 표현을 동원해가며 이익공유제를 비판한 이날 발언은 적잖은 충격파를 낳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날 전경련 회장단 회의가 허창수 회장이 취임하고 나서 처음열리는 회장단 회의이니 만큼 민감한 사안에 대한 구체적 논의보다는 일종의 상견례차원의 모임이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만 해도 기자들로부터 이익공유제에 관한 질문을 받고 "죄송합니다"란 말로 답변을 대신할 만큼 이 문제는 재벌 회장들이 언급을 꺼려 한 이슈였다.

실제로 전경련이 배포한 행사 보도자료에도 우리 경제의 주요 현안에 대해 정부와 적극 협력하고 우리 경제의 발전을 위해 전경련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기로 한다는 '모범답안식' 내용이 담겨 있을 뿐이었다.

삼성그룹 측은 그러나 이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이 정부의 상생협력 의지 자체에 반발하는 것으로 비쳐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익공유제란 것이 정부의 입장도 아니고 정운찬 위원장의개인적인 의견인 만큼 문제가 있다면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다만 삼성은 정부가 상생협력을 강조하기 이전부터 이에 앞장서 왔고 이런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히 해두고 싶다"고 말했다.

재계를 대표하는 이 회장이 전혀 예상치도 못한 시점에 가장 민감한 현안에 대해 원색적인 비판의 발언들을 쏟아냄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실 이 회장의 발언 이전에도 정 위원장이 제안한 이익공유제에 대한 반응은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이익공유제는 급진좌파적 주장"이라고 비판한 데 이어 청와대에서도 "너무 나갔다"는 반응이 나오는 등 여권 내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흘러나왔다.

수일 전에는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도 "이익공유제를 기업과 기업 간에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재계의 아이콘'이자 전경련의 최대 주주인 삼성의 이 회장마저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수위의 직설적 표현으로 이익공유제를 비판하고 나서면서 출발부터 삐걱거리던 이익공유제는 사면초가의 위기에 처하게 됐다.

정 위원장의 이익공유제 발언이 나온 직후부터 재계에서는 "생소하고 황당한 개념"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으나 입장이 입장인 만큼 누구도 앞장서 나서 비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더욱이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대기업 총수들은 이익공유제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최대한 자제해왔다.

허창수 회장도 "(정운찬 위원장을 비롯해) 만나야 될 사람은 만나겠다"는 원론적 수준의 입장만을 표명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재계는 이날 이 회장이 상상을 벗어나는 강한 톤으로 이익공유제를 비판하고 나섬에 따라 향후 정.관.재계 등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아무 말이나 생각없이 하는 분이 아니지 않느냐"며 "이익공유제가 아무리 취지가 좋다고 하더라도 이해당사자들과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면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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