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진정성 있는 리더가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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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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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 약점과 상처도 때론 무기가 된다

DBR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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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와 90년대는 화려한 언변과 카리스마로 무장한 최고경영자(CEO)들이 기업 경영의 중심에 서서 세계 경제를 주름잡았다. 사람들은 제너럴일렉트릭(GE)의 잭 웰치, 디즈니의 마이클 아이스너, 크라이슬러의 리 아이어코카, 씨티그룹이란 거대한 금융그룹을 일군 샌디 웨일 등 강력한 카리스마와 원대한 비전을 가진 CEO들에게 열광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엔론, 월드컴, 타이코 등 대형 기업 스캔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사람들은 카리스마적 리더십에 회의적 시각을 보내기 시작했다. 조직 전체의 이익과 사회적 책무는 아랑곳하지 않고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비윤리적 행동까지 서슴지 않는 CEO들이 나타나면서 사람들은 화려한 카리스마 뒤에 숨어 있는 그들의 탐욕스러운 얼굴을 보기 시작했다. 기업의 CEO들은 불신의 상징이 됐고 사람들은 화려한 리더십의 환영에서 깨어나 새로운 형태의 리더십을 갈구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게 ‘진정성 리더십(authentic leadership)’이다. 카리스마로 대변되는 리더십이 각광을 받던 1990년대까지는 리더십을 마치 배우가 무대에서 청중에게 보여주는 연극이라고 생각하는 학자들이 많았다. CEO들은 좀 더 긍정적이고 멋있는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해 이미지 메이킹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 그러나 진정성 리더십에선 타인의 리더십을 모방하는 게 성공하는 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보다는 자신의 자아를 보다 명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긍정적이며 투명한 관계를 부하들과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타인 중심에서 벗어나 자신이 가진 고유한 자아의 발견에 초점을 맞추는 리더십, 이게 바로 진정성 리더십이 다른 리더십 이론과 차별화되는 점이다.

진정성 리더십은 아직 완전히 정립돼 있지 않은 이론이기 때문에 연구하는 학자마다 개념에 대한 정의가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여러 연구를 종합해 보면 진정성 리더십은 ‘명확한 자기 인식을 바탕으로 확고한 가치와 원칙을 세우고 투명한 관계를 바탕으로 내적인 자아와 외적인 자아의 격차를 최소화해 주위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능력’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 자기 인식

진정성 리더십은 크게 자기 인식, 핵심가치와 목적의식, 관계적 투명성 등 세 가지로 구성된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게 바로 명확한 자기 인식이다. 진정성 리더십의 핵심이 자신의 존재와 일치하는 리더십을 실천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많은 리더들, 심지어 대단히 성공한 리더들도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기준을 바탕으로 행동하지 않고 외적인 성공과 주위 사람들이 자신에게 가지고 있는 기대에 부합하고자 행동한다. 이러한 노력이 초기 성공을 보장해줄지 몰라도 지속적인 성공과 심리적인 만족감을 줄 수는 없다.

자기 인식을 높이기 위해서는 내가 이제까지 경험했던 내 인생의 스토리가 무엇을 의미하며 내가 어떤 사람이 되길 원하는지, 그리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특히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진정성 있는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을 포장하고 있던 보호막을 걷고 본인의 약점과 상처까지도 보여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 핵심가치와 목적의식

진정성 리더십은 단순한 비전과 핵심가치, 목적의식을 지향하는 게 아니라 ‘공유된’ 비전과 목적의식을 지향한다. 공유된 비전이야말로 시대를 대표하는 위대한 기업이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많은 한국 기업들은 화려한 비전을 갖고 있다. 하지만 모든 직원의 가슴속에 살아 숨쉬고 이들을 열정적으로 뛰게 만드는 공유된 비전을 가진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한국의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들이 2011년 새해를 맞아 새로운 10년을 목표로 발표한 ‘비전 2020’의 내용 대부분이 단순 재무적 목표로 채워져 있다. 향후 10년을 위한 비전이 단순히 매출 4000억 달러를 달성하겠다거나 매출 200조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데 그친다면 혼(魂)이 있는 기업으로 발전할 수 없다. 진정성 리더십에서 지향하는 핵심가치를 통한 공유된 목적의식을 갖기도 어렵다. 그저 회장님의 외로운 꿈으로 전락할 수 있다.

○ 관계적 투명성

심리학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나 두 개의 자아를 지니고 살아간다고 한다. 내가 자연스럽게 느끼는 나, 즉 ‘내적인 자아’와, 이와 별도로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이다’라고 타인에게 보여주는 나, 즉 ‘외적인 자아’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행동, 혹은 직장 동료들과 가족들에게 하는 행동에 커다란 괴리가 있다면 내적인 자아와 외적인 자아에 큰 격차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격차가 크면 클수록 심리적으로 불안해지고 내가 맡은 다양한 역할에 대한 혼란이 커진다.

진정성 리더십 이론은 내적인 자아와 외적인 자아의 일치를 통해 심리적인 안정과 삶의 성숙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두 자아 사이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서는 주위 사람과 맺고 있는 관계가 좀 더 투명해질 필요가 있다. 타인의 리더십 스타일이 효과적이라고 해서 무조건 이를 흉내 내려 한다면 이는 나 자신에 대한 진정성이 결여되는 것으로 지속 가능하지 못할 뿐 아니라 그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관계적 투명성은 진정성 있는 리더로서 타인에게 포장되지 않은 진정한 자아를 드러내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사람과 자신의 핵심가치, 원칙, 목표, 성향 등을 진솔하게 공유하면 관계적 투명성이 높아진다. 이는 리더와 부하직원 사이의 신뢰로 발전할 수 있다. 따라서 진정성 리더십은 카리스마적 리더십과 달리 부하들과 지향하는 관계가 장기적이고 평등하다. 최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두산 박용만 회장 등 많은 CEO가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본인의 일상생활과 감정을 여과 없이 대중과 공유하는 것도 관계적 투명성이란 측면에서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진정성 리더십은 단순히 솔직한 리더가 돼야 한다는 이론이 아니다. 부하에게 무조건 착한 리더가 돼야 한다는 이론은 더더욱 아니다.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내 인생에서 가장 중시하는 게 무엇인지 성찰해 내적 자아와 외적 자아의 일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이를 통해 리더로서 필요한 신뢰와 권위를 주위 사람으로부터 얻어내는 과정이 진정성 리더십이라 할 수 있다.

정동일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정동일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최근 병가를 내고 사라진 스티브 잡스의 리더십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바로 진정성 리더십이라 할 수 있다. 스티브 잡스가 그리운 이유는 그가 만든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더는 보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 때문만은 아니다. CEO로서 자신을 포장하지 않고 스스로를 자연스럽게 표현했던 그의 두려울 정도의 솔직함에 젊은이들은 열광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실천하려 노력했던 리더로서의 꿈과 가치는 그를 애플의 영혼으로 만들었다. 가짜가 판을 치는 세상일수록 진정성 있는 리더십이 더욱 빛을 발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정동일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djung@yonsei.ac.kr

정리=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 이 글의 전문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5호(2월 15일자)에 실려 있습니다.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5호(2011년 2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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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록스는 어떻게 서비스 업체로 거듭났나

▼ MIT Sloan Management Review


제록스는 과거 사무용기기를 생산하는 회사였지만 이제는 제조업체라는 전통적인 분류법으로 정의할 수 없게 됐다. 사무기기를 생산하는 동시에 고객사에 사무기기를 대여하고 관련 인쇄관리 서비스도 제공하기 때문이다. 제록스는 이 서비스를 통해 고객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복사기와 프린터를 관리한다. 고객은 단지 자신이 보유한 사무기기에서 출력한 페이지 양에 따라 사용 비용을 지불한다. 기타 구입, 설치, 운영, 유지, 교체 활동 등은 모두 제록스가 관리한다.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복사기가 아니라 복사돼 나온 서류라는 점에 주목하고 이를 서비스 사업 모델로 바꾼 것이다. 최근 국가 경제에서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전통적인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서비스 혁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개방형 혁신의 대가로 꼽히는 헨리 체스브러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제품 중심의 개방형 혁신 개념을 서비스 영역까지 확장한 개방형 서비스 혁신 솔루션을 제시한다.



태평양 전쟁 ‘타라와 섬 전투’ 美-日성패 분석

▼ 전쟁과 경영


태평양 전쟁이 치열하던 1943년 11월 20일 태평양 중서부의 작은 섬 타라와. 이 섬을 빼앗기 위해 미군과 일본군은 피비린내 나는 공방전을 벌였다. 고작 4일간 진행된 타라와 전투에서 양측은 모두 심각한 피해를 보았다. 일본군은 타라와의 산호초 섬 중 하나인 베티오에 미군이 상륙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곳을 요새화했다. 섬에 상륙하려던 미군은 섬 외곽에 펼쳐진 산호초와 해변에 둘러쳐진 토치카와 바리케이드에 막혀 쩔쩔맸다. 하지만 일본군은 매뉴얼에만 의존하며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해 다 잡을 뻔한 승기를 놓치고 섬을 미군에 빼앗겼다. 전쟁에 이기긴 했지만 피해가 막심하기는 미군도 마찬가지였다. 미군은 악전고투 끝에 섬을 빼앗긴 했지만 지리적 특성을 잘못 파악하고 상륙작전을 감행하는 바람에 4400명의 사상자를 냈다. 양측의 희비는 전투 이후에도 엇갈렸다. 미군은 타라와 전투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이후 승리를 이끌어낸 반면, 일본군은 패인에 대한 잘못된 분석과 경직된 사고로 더 큰 실패를 불러오고 말았다. 타라와 전투를 통해 실패에 대한 미군과 일본군의 차이가 어떻게 전쟁의 성패에 영향을 줬는지를 심층 분석했다.




브랜드의 노후화 막고 생명력 유지하려면

▼ Brand Management


외산 담배 브랜드 ‘던힐’은 2000년대 초반 20대 젊은 층에 큰 인기를 끌었다. 호텔, 레스토랑, 카페 등 20대가 자주 드나드는 이른바 ‘호레카’를 주요 공략 대상 유통채널로 선정하고 집중적인 마케팅을 전개한 결과였다. 절치부심하던 KT&G는 전략 브랜드 ‘레종’으로 맞불을 놓았다. 이 브랜드는 단기간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구축하며 ‘던힐’의 독주에 제동을 걸었다. 레종은 자유와 방종, 멋과 사치, 젊음과 무모함을 구분할 줄 아는 젊은이들로 타깃 고객층을 좁혔다. 한정된 타깃의 니즈와 감성에 부응하기 위해 감각적인 고양이 캐릭터를 도입했다. 경쟁 브랜드와 달리 유통채널을 ‘호레카’로 집중하지 않고, 편의점 유통에 집중했다. ‘레종’은 이처럼 제품에 문화적 요소를 입히는 등 차별화를 추구하는 동시에 타깃 고객층과의 관련성을 높여 성공했다. 브랜드의 노후화를 막고 생명력을 오래 유지하기 위한 조건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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