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형 랩시장 혈투… 수수료 인하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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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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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현대증권 3%→ 1%대로 공격적 마케팅
타사 “문제는 품질” 외치면서도 고객반응에 촉각

《 미래에셋증권과 현대증권이 10일 자문형 종합자산관리계좌(랩어카운트)의 수수료를 기존 3%에서 1%대로 ‘파격적으로’ 내리기로 했다. 아직 다른 증권사들은 수수료를 내릴 계획이 없다고 밝히면서도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어 수수료 인하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가 최근 펀드 시장이 주춤한 가운데 차선책으로 자문형 랩 시장 마케팅에 열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펀드에 비해 수수료가 비싸다’는 지적을 받았던 일부 랩어카운트 상품의 수수료가 내리면 투자자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이번 수수료 인하 경쟁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자문형 랩 시장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에서 시작된 터라 과당경쟁에 따른 부작용도 예상된다. 자문형 랩 수수료 인하의 포문은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열었다. 》


박 회장이 7일 “획기적으로 수수료가 싼 자문형 랩을 내놓겠다”고 밝히자 이날 모든 자문형 랩 수수료를 14일부터 1.9%로 내리겠다고 발 빠르게 발표한 것. 미래에셋증권은 일임형 랩과 자문형 랩을 포함한 전체 랩 잔액은 삼성증권에 이어 업계 2위, 자문형 랩은 4위로 업계 영향력이 크다. 미래에셋의 발표가 있은 직후 현대증권도 수수료 인하 대열에 동참했다. 두 증권사는 신규 고객뿐만 아니라 기존 고객도 같은 혜택을 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주요 증권사들은 미래에셋과 현대증권이 다른 증권사의 자문형 랩 상품보다 기존 수수료가 비쌌고, 시장주도권을 잡지 못하자 인하 조치를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 우리투자, 한국투자, 대우증권 등은 “중요한 것은 수수료보다 상품이 내는 성과”라며 “차별화된 서비스 개발에 노력하겠지만 수수료를 내릴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자문사의 전략을 모방하는 자문형 랩인 경우 성과에 큰 차이가 없을 수 있기 때문에 고객층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브레인, 케이원, 창의투자자문사 등의 랩어카운트 상품은 대부분 증권사에서 팔고 있다. 주가가 2,000 선을 넘어서면서 일부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랩어카운트가 각광받고 있어 자문형 랩 시장은 중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 때문에 현재는 수수료를 내릴 생각이 없는 증권사도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같은 자문사의 랩이라도 종목 편입 비중과 타이밍에 따라 성과가 다르다”며 “펀드에만 집중하다 랩 시장을 놓친 미래에셋이 시장질서를 흔들려고 한다는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한편 증권업계에 자문형 랩 유치전이 가열되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50∼60개 종목에 나눠 투자하는 펀드와 달리 10∼15개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랩 시장이 커지면서 일부 종목이 단기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거꾸로 주가 하락기에는 일부 종목의 급락으로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전체 랩어카운트 잔액은 35조6478억 원, 자문형 랩은 5조2412억 원이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 랩어카운트 ::

주식, 채권 등 금융상품을 주방에서 뚜껑이 없는 음식물을 덮기 위해 쓰는 랩(wrap)처럼 감싸듯이 한 계좌에 통합 관리하는 종합자산관리서비스다. 투자자가 증권사에 운용을 일임하는 게 일임형 랩으로 그중 투자자문사의 종목 추천을 받아 운용하는 것이 자문형 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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