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3000억 손절매” 모건스탠리, 서울스퀘어 ‘눈물의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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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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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자본, 한국 대형부동산 투자 첫 실패


《그동안 외국계 자본들이 국내 대형 오피스빌딩에 투자해 엄청난 수익을 챙겼으나 옛 대우빌딩을 사들인 미국계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대규모 손실을 입고 싱가포르 투자자에게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모건스탠리의 이번 매각은 외국계 자본이 한국 대형 오피스빌딩 시장에서 처음으로 투자에 실패한 사례로 꼽힌다. 20일 부동산업계와 금융업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2007년 금호그룹으로부터 9600억 원에 사들인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옛 대우빌딩)를 지난해 12월 싱가포르계 투자회사인 알파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에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사의 한국지사인 알파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코리아 관계자도 이날 “모건스탠리로부터 서울스퀘어를 매입했다”고 확인했다. 업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금호그룹으로부터 대우빌딩을 국내 빌딩 거래 사상 최고가인 9600억 원에 매입한 뒤 1000여억 원을 들여 리모델링을 하고 빌딩 이름도 ‘서울스퀘어’로 바꿨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무실 임대가 제대로 되지 않고 빌딩 가치도 하락해 거액의 손실이 불가피해지자 손절매하기 위해 8000억 원에 서둘러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건스탠리의 손실액은 리모델링 비용까지 더하면 줄잡아 3000억 원 가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모건스탠리는 서울스퀘어 매각에 이어 부동산 투자부문인 ‘모건스탠리 리얼 에스테이트 인베스팅’을 지난해 12월 31일자로 한국 시장에서 철수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모건스탠리 관계자는 20일 “부동산 사업 관련 부서는 모두 철수한 상태”라고 밝혔다.

론스타, 맥쿼리, 푸르덴셜 등 외국계 투자은행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곤두박질한 국내 부동산 시장에 진출해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론스타는 2001년 ‘스타홀딩스SA’라는 해외법인을 통해 현대산업개발로부터 서울 강남구 역삼동 ‘스타타워’ 빌딩을 6632억 원에 매입한 뒤 2004년 12월 싱가포르 법인에 9300억 원을 받고 팔아 무려 2600여억 원의 차익을 냈다.

맥쿼리는 서울 여의도 대우증권 빌딩을 2003년 720억 원에 사들인 후 2007년 1120억 원에 되팔아 400여억 원의 수익을 냈으며 푸르덴셜은 서울 남대문 서울시티타워를 2003년 1580억 원에 매입해 4년 뒤 3185억 원에 처분해 1600여억 원의 차익을 거뒀다.

하지만 이번 모건스탠리의 투자 실패를 시작으로 앞으론 외국계 투자은행들이 종전처럼 손쉽게 차익을 남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부동산업계의 시각이다. 한 외국계 투자가가 보유한 서울 중심부의 한 대형빌딩에는 임대되지 않은 상당수 사무실이 수개월째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또 다른 외국계 투자가가 보유한 서울 종로구의 한 대형 빌딩은 지난해 은밀히 매물로 나왔다가 마땅한 매입자가 나타나지 않자 일단 매각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희 현대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과거에는 대형 오피스 공급이 적어 수익률이 매우 높았으나 2013년부터는 오피스 공급 과다로 수익률 하락이 불가피해졌다”며 “외국계 자본도 과거와 같은 높은 수익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동영상=옛 대우빌딩 LED이용 최첨단 건물로 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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