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Books]책임혁명 外

‘사회적 책임’ 일등 기업이 마지막에 웃는다

일러스트레이션=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영국의 소매업체 막스&스펜서는 런던 본사 로비에 거대한 전광판을 만들어 자신들이 세운 100대 과제의 성과를 홍보한다. 탄소 매출 줄이기, 농작물 추수 뒤 농약살포 중지, 채소 농약 잔류물 90% 제거, 의류 2000만 벌을 공정무역 면직물로 바꾸기 같은 과제다. 이 전광판을 통해 막스&스펜서는 ‘사회적 효용을 창출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음을 알리는 것이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유기 낙농업체 ‘오가닉 밸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2004년 12월에 있었던 일을 잊지 못한다. 당시 회사가 급성장을 하다 보니 공급이 달리는 현상이 빚어졌고, 경영진은 수급을 조절하기 위한 회의를 열었다. 장시간 회의 끝에 경영진은 월마트 납품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거대 공급자 하나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가격인하 압력에 노출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월마트의 입김에 좌우된다면 ‘조합원인 농장들에 안정적인 가격과 지속적인 영업 환경을 제공한다’는 사명에 어긋나는 일을 할지도 모른다고 여겼던 것이다. 쉽게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버린 이 회사의 결정에 유통업계는 충격을 받았다.

여러 회사의 사례를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책이다. 저자는 “올바른 처신을 약속하는 행동규약에 서명한 기업이 수천 개에 이르지만 ‘책임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래서 혁명이 필요하다. 이제는 기업 책임과 관련해 그동안 해온 식으로 점진적 개선, 미세조정, 안이한 업그레이드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저자가 말하는 책임혁명은 이산화탄소를 감축하고, 에너지 사용을 줄이며, 공장을 감독하고, 자선 기부를 하는 것 이상의 일이다. 일하는 방법을 새롭게 혁신하고, 새로운 경쟁 논리를 도입하며, 앞장서서 개척할 새로운 분야들을 찾아내고 기업의 목적 자체를 다시 규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기업에는 ‘이윤 증대’라는 보너스가 자동으로 따라온다는 점도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고 서유럽 여러 나라에 지점을 거느린 트리오도스 은행의 수입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친 2008년에도 25% 증가했다. 그해 이 은행은 재생가능 에너지 사업, 유기농 사업 등 9000개가 넘는 사회 및 환경친화적인 사업에 자금을 지원했다. 대출자의 배경이 흠잡을 데 없고 사업계획이 탄탄해도 환경이나 사회에 기여하지 못하는 사업에는 대출을 하지 않았다. 이 은행은 설립 이후 30년간 한 번도 분기 손실을 기록하지 않았다.

이익보다 가치를 우선시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통념에 따르면 본말이 전도된 전략이다. 매출 증대에 역행하고, 혼란을 불러오는 방법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리오도스의 성과는 이런 회의주의자들이 생각을 고쳐먹도록 만들 근거가 될 만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2005∼2007년에 환경, 사회 및 지배구조와 관련된 사안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데 앞장선 기업들이 일반적인 주식 펀드보다 25%나 높은 실적을 올렸다. 맥킨지의 2007년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최고경영자(CEO)의 90% 이상이 사업을 할 때 5년 전보다 경제적 사회적 전략을 훨씬 더 많이 고려하게 됐다고 답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 월마트 이펙트
가격파괴 뒤에서 눈물 짓는 사람들
찰스 피시먼 지음·이미정 옮김
332쪽·1만5000원·이상

미국의 대형할인점 월마트에서 1갤런(약 3.87L)짜리 오이 피클을 2.97달러(약 3300원)에 판매한 적이 있다. 소비자들은 열광했고 피클 제조사도 매출이 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은 절반도 못 먹고 유통기한이 지나버리는 이 상품을 외면했다. 결국 제조사는 파산했다. 월마트는 수요와 공급의 변화에 따라 가격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 ‘거짓 가격’으로 공급사를 압박하고 소비자를 현혹시켜 시장을 교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저가 상품들은 소비자가 좋아할 만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공급자와 지역상인, 소비자 모두에게 악영향을 미친다. 이것이 미국에서 월마트가 지난 20여 년간 일으킨 ‘월마트 효과’ 중 하나다. 이 같은 대형할인점 때문에 제3세계 노동자들은 열악한 근무조건에서 저임금으로 착취당하고 지구 환경도 위협받는다. 이 책은 월마트의 해악을 조목조목 비판한다. 부제는 ‘시장경제를 파괴하는 거대 자본의 습격’.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 당근과 채찍
당근이 크다고 효과가 큰건 아니다
이언 에어즈 지음·이종호 김인수 옮김
388쪽·1만6000원·리더스북

미국 경제학자인 저자는 ‘잘했을 때 주는 것이 당근이고, 못했을 때 내리는 것이 채찍’이라는 상식이나 ‘무조건 큰 당근과 강한 채찍이 효과적’이라는 단순한 믿음을 버리라고 말한다. 타인과 조직에게, 혹은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목표를 성취하는 데 필요한 당근과 채찍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예를 들어 설명한다.

신입사원들에게 “사퇴할 경우 2000달러를 주겠다”고 제안한 미국 신발업체 자포스. 스스로 제안을 거절한 직원들은 회사에 대한 큰 기대를 갖고 열심히 일하게 됐고, 실제 아무 당근도 주지 않은 회사 역시 이득을 보았다.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벌이기보다 각자가 다른 이들과의 에너지 사용량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하면 효과적으로 에너지 사용량이 줄어든다.

“유인책을 적절히 활용하면 충동과 유혹에 약한 개인과 조직을 움직일 수 있다”고 설명하는 저자는 살이 찌면 다른 사람에게 돈을 주기로 한 방법으로 몸무게를 감량한 자신의 사례도 소개한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