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세계 최대 FPSO ‘파즈플로’ 명명식

  • 동아일보

해저원유 뽑는 ‘강철로 만든 섬’… 기술 코리아 과시

12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부유식 원유생산 저장 하역설비(FPSO) ‘파즈플로’호의 명명식 현장. 선주사인 소낭골의 임원 안토니오 카밀로 씨의 부인인 아나 마리아 씨가 버튼을 누르자 하늘에서 색종이가 쏟아졌다. 천 휘장이 떨어지며 ‘PAZFLOR(파즈플로)’라는 배 이름이 드러났지만, 눈앞을 가로막고 서 있는 거대한 철의 벽이 선박의 옆면이라는 생각은 잘 안 들었다.

○ 해저 원유 생산하는 ‘강철의 섬’

눈앞의 구조물은 배라기보다는 공장 같았고, 고개를 돌리지 않고는 한눈에 그 모습을 다 볼 수조차 없을 정도로 컸다. 길이 325m, 폭 61m로 축구장 3개를 합쳐 놓은 면적에 무게는 무려 12만 t인 이 배는 해저 유전의 원유를 파 올리고 정제, 저장하는 초대형 해양플랜트다. 대우조선해양이 2007년 말 수주해 3년간 건조한 이 ‘파즈플로 FPSO’는 이달 중순 옥포만을 출항해 앙골라 해상유전지대에서 9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두 개의 유정에서 동시에 기름을 뽑아 올려 하루 최대 22만 배럴의 원유와 440만 m³의 천연가스를 만들 수 있으며, 한국의 하루 석유 사용량과 맞먹는 190만 배럴의 원유를 탱크에 저장할 수 있다. 배를 건조하는 데에는 2조6000억 원이 들었다. 갑판에 올라보니 내부에는 노란색과 붉은색 배관이 가득 차 조금 돌아다니다 보니 육지가 어느 쪽인지 가늠하기 힘들었으며 실제로 “길을 잃기 쉬우니 절대 개인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경고도 들었다.

그저 저장탱크 용량만 크게 만든 게 아니라 최첨단 기술이 동원된 고부가가치 해양플랜트다. 류완수 대우조선해양 해양사업부문장은 “원래 FPSO는 90% 정도만 조선소에서 만들고 현장에서 나머지 10%를 만드는데 이번에는 97%를 조선소에서 만들었고, 원유를 생산하면서 기름에 섞인 물과 가스를 분류하는 기술도 처음으로 적용했다”고 말했다.

○ 사장 연임 로비 의혹 극복해낼 것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매출 10조 원, 영업이익 1조 원을 넘기며 좋은 경영 실적을 올렸으나, 남상태 사장이 이른바 ‘연임 로비 의혹’을 받고 매각 작업이 사실상 무산되며 마음고생도 적지 않게 했다. 그만큼 이날 언론을 초청해 파즈플로 FPSO의 명명식을 공개 행사로 진행하고 남 사장이 기자간담회를 연 것은 ‘그동안의 의혹 제기나 지지부진한 주인 찾기 작업에도 불구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해석이다.

남 사장도 이날 연임 로비 의혹에 대한 질문을 받고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게 생각하지만 2년 가까이 의혹이 제기됐는데 나온 게 하나도 없다”며 “검찰도 이미 사건 수사를 종료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수합병(M&A)에 대해서도 “빨리 하든가, 당분간 하지 않고 때를 기다리는 게 좋겠다”며 “포스코 방식의 민영화라든가, 분할 매각 등 여러 가지 방식을 놓고 검토하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 사장은 연임 로비 의혹이나 M&A에 대해 “해외 선주사가 로비 의혹과 관련해서 문의를 해오기도 하고 ‘주인이 바뀌면 어떻게 하나’라는 우려 때문에 구직자들이 지원을 꺼리는 등 어려움이 없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갖게 되면 어느 기업으로 인수가 돼도 모두 고용 보장이 될 것”이라며 “유가가 오르는 만큼 수요가 늘어날 걸로 보이는 해양플랜트 사업을 더 강화해 올해 매출 12조 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거제=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

심해 유전의 원유를 퍼올리고 정제, 저장하는 초대형 해양플랜트. ‘바다 위의 정유공장’이라고도 불리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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