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051 연고점 마감 ‘유종의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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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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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 증시 결산

주가 2,000시대에 재진입한 2010년 증시가 내친김에 2,050 선을 넘으며 30일 한 해의 장을 마감했다. 사상 최고치(2,064.85)를 불과 13.85포인트 남긴 2,051.0으로 마감한 종합주가지수는 올해 들어 무려 21.88%나 올랐다. 이 같은 상승률은 주요 20개국(G20) 국가 중에서는 5위, 아시아권에서는 3위에 해당하는 것이다. 시가총액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거둔 뛰어난 성적이지만 올 한 해 증시가 개인투자자는 철저하게 소외된 채 외국인 주도로 이뤄졌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기업 경쟁력과 외국인 순매수로 2,000시대 안착

올해가 시작될 때만 해도 많은 전문가는 코스피가 1,500∼1,800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유럽의 재정위기, 중국의 긴축 가능성 등이 악재로 도사리고 있는 데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글로벌 금융위기 탈출을 위해 풀어놓은 돈을 회수하는 출구전략을 펼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이 경기가 예상보다 살아나지 않자 돈을 회수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푸는 정책을 내놓음으로써 전문가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돈이 더 풀리자 혜택을 본 건 신흥시장, 그중에서도 아시아였다. 올해 한국 증시에서는 외국인이 21조5000억 원대를 순매수하며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자금을 풀었다. 외국인은 천안함 침몰, 연평도 포격 도발 같은 북한 리스크에도 꿋꿋하게 순매수 행진을 이어갔다. 반면 국내 증시를 떠받쳤던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16조 원이 빠져나갔다. 개인들은 연간 5조 원어치를 팔아치웠으며 개인이 유가증권 시장에서 순매수한 상위 5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2.72%였다. 증시 2,000시대의 과실을 전혀 누리지 못한 것이다.

내년 전망과 관련해 이원선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부 이사는 “내년에도 올해처럼 세계 경제가 금융업 위주에서 제조업 위주로, 선진국 위주에서 신흥시장 위주로 바뀌는 패러다임이 계속되고 경기선행지수가 중국, 한국, 미국 순으로 바닥을 치고 올라올 전망이어서 수출기업이 많은 한국이 지속적인 수혜를 볼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회복이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 위주로 진행되면서 코스피가 승승장구하는 동안에도 코스닥지수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8.38포인트 올랐지만 지난해 말보다는 오히려 3포인트가량 떨어진 510.69로 마감했다.

○유난히 시스템 사고가 많았던 해

주가 상승의 다른 편에서는 한국 증시의 시스템적 허점을 드러내는 사건도 많았다. 올해 들어 회계법인의 회계감사가 강화되고 상장폐지 실질심사제도가 본격화하면서 한때 시가총액이 코스닥시장 13위였던 네오세미테크가 퇴출됐다. 이 과정에서 부실한 회계감사, 허술한 금융당국의 관리, 우회상장제도의 허점, 공시제도의 허점 등이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시스템을 손보는 계기가 됐다.

11월에는 외국인투자가가 옵션 만기일에 주식을 대량 매도해 주가를 끌어내리고 주가가 떨어질 때 수익을 낼 수 있는 옵션 포지션을 사들여 이익을 본 ‘옵션 쇼크’가 발생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의 옵션거래 규모를 자랑하지만 신고규정 등은 미비했던 한국 증시의 취약점이 드러난 것이다. 금융당국이 홍콩 현지조사까지 벌이고 있지만 이익을 본 외국인투자가의 실체와 의도를 밝혀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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