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銀 첫 공채출신 조준희 행장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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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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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대출 벗어나 업무영역 확장… 종합금융그룹 기틀 다져나갈것”

29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IBK기업은행 본사. 임직원 4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채 출신으론 처음으로 은행장에 취임한 조준희 기업은행장(사진)이 연단에 올랐다. 조 행장은 미국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연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를 인용하며 3년 임기의 은행장 취임 포부를 밝혔다.

“제게도 큰 꿈이 있습니다. 기업은행을 한국 최고 은행, 나아가 세계 초일류 은행으로 만드는 꿈입니다. 기업은행의 새 시대를 열어 은행 발전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겠습니다.”

조 행장은 내년 기업은행 설립 50주년을 앞두고 내부 공채 출신으론 처음으로 은행장에 임명됐다. 내부 출신으로는 1996년 취임한 김승경 전 행장이 있지만 그는 농업은행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사실상 조 행장이 첫 내부승진 행장인 셈이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김 전 행장을 제외하고 설립 이래 줄곧 관료 출신이 행장을 맡아 왔다.

경북 상주 출신으로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하고 1980년 기업은행에 입행한 조 행장은 10년 넘게 일본 지점에서 근무해 국내 금융권의 대표적인 일본통으로 꼽힌다. 기획과 인사, 영업 등 은행 내 각 분야를 두루 거친 공채 출신 맏형으로 조직 장악력과 친화력이 뛰어나 영업기반 확대 같은 기업은행이 맞닥뜨린 과제들을 해결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은행 안살림을 총괄하며 기업은행이 내실 있게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첫 내부 출신 행장에 임명된 배경이 됐다. 2008년 10월 전무(수석부행장)로 승진한 뒤 조 행장은 중소기업 대출을 진두지휘하면서 중소기업 시장에 대한 기업은행의 지배력을 더욱 강화했다. 기업은행은 이 기간 은행권 5위였던 자산 순위를 4위로 끌어올렸다.

조 행장은 내년 은행권에 전례 없이 치열한 ‘영업대전’이 예고되는 가운데 중소기업금융 기반을 강화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 종합금융그룹의 기틀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그는 취임사에서 “중소기업과 관련해 단순한 대출 위주 영업에서 벗어나 인수합병(M&A) 및 기업공개 업무와 해외진출로 상품과 서비스를 넓혀갈 것”이라며 “캐피털과 증권, 보험, 자산운용, 신용정보를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에서는 IBK가 내년 상반기 지주회사 설립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이를 위해 노사간 상생을 강조했다. 최근 2년간 유명을 달리했거나 투병 중인 직원 33명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취임사를 시작한 조 행장은 “직원들의 건강과 행복을 지키는 데도 앞장서겠다”며 “노사가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는 성숙한 문화를 구축하면 극복하지 못할 어려움은 아무것도 없다”고 당부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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