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영역파괴… 최후에 누가 웃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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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커피믹스 시장 진출… 동서식품-네슬레에 도전
대상 청정원은 프리믹스 출사표… 매일유업도 카레 판매

대형 식품업체들이 경쟁업체가 장악한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기존 영역을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제품 다양화로 시장에서 살아남겠다는 전략이다.

남양유업은 14일 커피믹스 ‘프렌치카페 카페믹스’를 선보이며 1조 원 규모의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했다. 회사 측은 “출산율이 낮아져 국내 유가공업체들의 경영환경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반세기 동안 고집해 온 유가공 산업을 탈피하기로 했다”면서 “커피 시장에 남양유업의 미래를 걸었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커피믹스 시장은 동서식품이 80%, 네슬레가 17%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소비자들이 합성첨가물인 ‘프림’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어 커피믹스를 꺼린다는 점에 착안해 기존 프림에 우유 맛을 내려고 사용해온 합성첨가물인 카세인나트륨을 빼고 무지방 우유를 넣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남양유업은 충남 천안에 200억 원을 투자해 커피 생산시스템을 갖췄다. 커피믹스 출시 후 1년 동안 시장점유율을 20%까지 올려 네슬레를 추월하겠다는 전략이다.

남양유업에 앞서 7월 롯데칠성이 1000m 천연암반수로 커피를 추출한 ‘칸타타 오리지날 골드’로 커피믹스 시장에 먼저 진입해 월 1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회사는 14일 새로운 커피믹스 2종 ‘칸타타 모카클래식’, ‘칸타타 아라비카’를 내놓고 본격적인 마케팅에 들어갔다.

대상 청정원은 이날 CJ제일제당과 오뚜기, 삼양, 사조해태가 각축전을 벌이는 연 1100억 원대 ‘프리믹스(Pre-Mix)’ 시장에 출사표를 냈다. 프리믹스란 도넛이나 핫케이크 등 반죽에 필요한 소맥분, 유지, 각종 조미료, 베이킹파우더 등의 원료를 제품 특성에 맞게 혼합해 소비자가 물이나 계란만 더하면 간편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한 제품이다.

청정원은 ‘리올’이라는 브랜드로 호떡과 쿠키, 머핀 등 프리믹스 제품 8종을 선보였다. 친환경 무농약 재배로 인증받은 우리밀, 100% 국내산 쌀을 주원료로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청정원 리올 담당 유지형 매니저는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주부들의 욕구가 커 앞으로도 시장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호떡 믹스는 간식용 프리믹스 시장에서 4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오븐용 믹스(쿠키, 머핀, 스펀지케이크 믹스), 핫케이크 믹스가 그 뒤를 잇고 있다. 호떡 믹스는 CJ의 시장점유율이 60%에 이른다.

오뚜기가 70% 이상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즉석 카레 시장에는 CJ, 대상에 이어 매일유업이 이달 초 일본 카레업체 MCC와 제휴해 ‘고베식당’이라는 브랜드를 내놨다. 매일유업 최동욱 대표는 “유업계가 성장 한계에 봉착하고 시장이 무한경쟁시대로 들어가면서 유가공품 부분이 고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진혁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한 품목에서 다양한 제품을 고를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식품업계는 ‘출혈 마케팅’으로 제 살을 깎아먹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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