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주 바뀌는 순환매 장세, ETF 눈에 띄네

  • 동아일보

코스피가 연중 최고점을 돌파하며 치솟고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이 선뜻 주식투자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이끄는 순환매(투자가 특정 업종이나 분야에 집중돼 주가가 순환적으로 상승하는 현상) 장세가 계속되면서 종목을 고르기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상승장을 손놓고 바라볼 수만은 없는 법. 이럴 때 주식과 펀드가 조화를 이룬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TF는 주가지수나 업종지수 등 특정 지수와 연계해 지수 움직임에 따라 수익이 나도록 만들어진 펀드. 펀드지만 증시에 상장돼 주식처럼 거래하는 게 특징이다. 최근엔 주가, 채권은 물론이고 금 선물과 같은 파생상품, 미국 나스닥 같은 해외 지수와 연계된 상품까지 나오고 있다. 한 종목에 투자하는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데다 직접 투자하듯 손쉽게 거래할 수 있으며 매매비용도 싸기 때문에 시장이 폭발적으로 크고 있다.

○유형 다양해지며 작년보다 ETF 2배 늘어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일 기준 ETF 순자산 규모는 6조 원을 넘어섰다. 작년 초 2조6000억 원에서 2년 만에 2배 이상 팽창한 것이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도 꾸준히 1000억 원 안팎을 이어가고 있다. 작년 초 39개였던 ETF 개수도 현재 67개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초기엔 주가지수와 연동된 ETF가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다양한 자산을 기초로 한 ETF가 많아졌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현재 국내주식형 ETF가 가장 많은 44개, 해외주식형 ETF가 7개, 채권형이 6개, 파생상품 및 원자재 관련 ETF가 3개 상장돼 있다.

최근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이 선보인 ‘미래에셋맵스 타이거 나스닥100’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주요 100개 종목에 투자하는 ETF다. 이에 앞서 삼성자산운용은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금 선물에 직접 투자하는 ‘코덱스(KODEX) 골드선물ETF’를 내놓았다. 상반기에는 상승장에서 지수 상승률보다 더 큰 수익을 내도록 설계된 ‘레버리지 ETF’와 주가가 떨어질 때 오히려 수익을 내는 ‘인버스 ETF’가 선보여 주목받기도 했다.

통안채, 국고채 등 채권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ETF에 이어 조만간 기업 회사채와 연계된 ETF도 선보일 예정.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농산물지수를 기초로 하는 ETF를 한국에 내놓을 계획이다. 해외 ETF 중에서는 중국 본토 펀드가 인기를 끌면서 홍콩 증시에 상장돼 중국 본보 A주 ETF에 투자하는 재간접 펀드가 주목받고 있다.

○ETF도 장기 투자로 접근해야

ETF의 수익률도 뛰어나다. 제로인에 따르면 2010년 이전 설정된 48개 ETF 가운데 연초 이후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ETF는 2개에 불과하다. 올 들어 이들 ETF의 평균 수익률은 15% 정도. 특히 올해는 자동차와 조선, 에너지 업종에 투자한 ETF가 뛰어난 성과를 거뒀다.

현대차, 기아차가 사상 최고가 질주를 이어가면서 ‘삼성 KODEX 자동차’는 연초 이후 68.41%의 수익률(7일 기준)을 올리며 성적이 가장 좋았다. ‘대신 GIANT 현대차그룹’도 62.6%로 수익률이 두 번째로 높았다. ‘삼성 KODEX 조선주’(59.81%)와 ‘삼성 KODEX 에너지화학’(58.63%)도 60%에 육박했으며 ‘한국투자 KINDEX삼성그룹주’(28.64%) ‘KStar 5대그룹주’(26.04%) 등 그룹주ETF의 성과도 뛰어났다.

ETF는 별도의 가입 절차 없이 증권거래 계좌만 있으면 주식처럼 실시간 매매가 되는 게 장점이다. 매매 수수료도 0.5%로 주식형펀드(연 2∼2.5%)나 인덱스펀드(연 1%)보다 저렴하다. 이런 특징 때문에 단타 위주로 거래하는 투자자가 많지만 전문가들은 일반 펀드와 마찬가지로 ETF 역시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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