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강국서 TV값이 주요국보다 18% 비싼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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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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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대리점 판매체제… 유통 시장 가격경쟁 없어
외국선 유통업체 경쟁 치열

정보기술(IT) 강국에 사는 한국 소비자들이 다른 나라 소비자들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TV를 사는 이유는 국내 IT 대기업들의 지나치게 높은 시장 지배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국내 주요 생활필수품 48개의 국내 가격과 외국 가격을 비교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들은 TV를 다른 나라 소비자들에 비해 18% 정도 더 비싼 가격을 부담하며 구입하고 있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 한국소비자원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국내 TV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총 99.1%나 될 정도로 이들의 시장지배력이 압도적이라는 점을 꼽았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국내 TV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사실상 절대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지적하고 “이렇게 높은 시장 집중도 때문에 가격 결정 과정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다른 나라에서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소비자원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TV가 대형 전문 유통 매장을 통해 판매되지만 국내에서는 주로 제조업체의 대리점을 통해 판매된다는 점도 국내 TV값이 비싼 이유로 꼽았다. 유통업체들이 경쟁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시장 여건이 조성돼 있지 않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는 LG전자가 대리점이 노트북컴퓨터를 판매할 때 가격을 할인하지 못하도록 막아온 것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했다.

국내 TV 가격이 비싼 이유에 대해 삼성과 LG 측은 미국은 TV 가격에 부가가치세가 포함돼 있지 않고, TV의 경우 한국에서 가장 먼저 제품을 출시하고 몇 달 뒤 해외 판매에 들어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감가상각 효과까지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내 시장보다 해외 시장에서의 가격 인하 압박 요인이 훨씬 많다는 점도 인정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외국 시장에서의 경쟁이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보다 훨씬 치열하고, 현지 대형 유통 업체들의 가격인하 압박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라며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 시장에서 더 저렴한 가격으로 TV를 판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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