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선의 투자터치]고수는 시장 환경 따라 카멜레온처럼 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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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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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격언- 군자는 표변한다

한 마을에 유명한 무신론자와 유신론자가 살고 있었다. 무신론자는 “신은 없으므로 종교를 가질 필요가 없다”며 마을사람들을 설득했고 유신론자는 “신은 반드시 존재하며 인간은 종교에 귀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두 사람의 이론이 모두 그럴듯해 마을사람들은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몰랐다. 마을사람들은 광장에서 두 사람의 토론을 들은 뒤 이긴 사람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몇 시간에 걸친 논쟁이 끝나갈 무렵 무신론자는 유신론자 말에 설득돼 유신론자가 됐고 유신론자는 무신론자 주장에 설득돼 무신론자가 되었다. 결국 마을사람들은 처음과 마찬가지로 누구 말을 들어야 할지 모르게 됐다.

주식시장에 유명한 낙관론자와 비관론자가 있었다. 각국 환율 갈등, 새로운 금융 완화 분위기, 유럽 재정위기 재발 가능성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두 사람의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낙관론자는 여러 근거를 대며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될 것이라고 주장했고 비관론자는 외국인이 빠져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자자들은 두 사람의 토론을 생중계로 지켜봤다. 기나긴 논쟁 끝에 낙관론자는 비관론자의 주장에 설득돼 비관론자가 됐고 비관론자는 낙관론자의 논리에 설득돼 낙관론자가 됐다. 투자자들은 다시 혼란에 빠져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몰랐다.

주역에 군자표변(君子豹變)이라는 말이 있다. 군자는 표범처럼 변한다는 것으로 표범이 가을에 털갈이를 해 가죽을 아름답게 바꾸는 것처럼 군자는 자기 허물을 고쳐 올바로 행함이 아주 빠르다는 뜻이다. 반면 소인혁면(小人革面)은 소인은 자신의 허물을 인정하지 않고 주위 눈치만 살피면서 얼굴빛만 바꾸기에 급급하고 근본적인 변신은 못한다는 뜻이다.

투자자들이 자신의 예상과 달리 시장이 움직일 때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가를 여기서 배울 수 있다.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증시가 예상과 다르게 하락하면 “시장 흐름이 잘못된 거야. 곧 내 생각대로 흐름이 바뀌어 주가가 오를 거야”라며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투자자가 많다. 그러나 현명한 투자자라면 예상과 달리 주가가 움직일 때 왜 예상이 틀렸는지를 분석하고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었다면 즉시 생각을 고쳐 시장의 흐름을 좇는다.

‘주가는 귀신도 모른다’는 투자격언처럼 주가의 흐름을 아무도 정확히 맞힐 수는 없다. 다만 예상과 달리 주가가 움직일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투자 결과는 달라진다. 자신의 처음 생각대로 끝까지 버티며 시장의 흐름을 외면하는 투자자와 자신의 판단이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흐름에 순응하는 투자자는 최종적인 성과가 너무도 다르다.

언론에서 증시 전망에 대해 두 전문가의 의견을 비교해 전할 때가 종종 있다. A라는 전문가는 낙관적인 호재성 재료를 바탕으로 주가 상승을 전망하고 B라는 전문가는 비관적인 악재성 재료를 부각해 주가 하락을 전망한다. 투자자들은 그런 전문가의 전망을 참조해 나름대로 투자를 결정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기사가 몇 번 나가면 투자자들은 A를 낙관론자, B를 비관론자라고 못 박아 부른다.

사실 A는 당시의 증시 상황에서 호재와 악재를 비교해 호재가 우세하다고 판단해서 주가 상승을 전망했을 것이고 B는 악재가 오히려 많다고 판단해 주가 하락을 예상했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증시 환경이 변하면 A와 B의 시장 전망도 변화가 있을 것이다. A가 항상 낙관적 전망을 하고 B는 일 년 내내 비관적인 전망을 하는 전문가일 수는 없다.

주식 투자는 독립운동이 아니다. 독립운동은 어떠한 환경 변화나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처음의 신조를 지켜야 하지만 주식시장 전망에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카멜레온처럼 주변의 환경 변화에 따라 시장 전망도 바꾸고 그에 맞는 매매를 해야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물론 단기적인 시장 변화나 일시적 등락에 일희일비하며 부화뇌동하라는 뜻은 아니다. 경제성장률, 기업실적, 증시 주변의 자금 이동, 환율이나 금리 변화 등 증시의 물줄기를 바꿀 수 있는 큰 흐름을 무시하거나 놓쳐서는 안 된다. 이런 변화의 조짐을 간파해 자신의 전망이 틀렸다면 군자가 표변하듯 자신도 변해야 한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는 광고 카피처럼 ‘투자자의 변신은 무죄’다.

박용선 SK증권 리서치센터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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