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서울대 CFO 전략과정 CASE STUDY]LS그룹, 국제상사 M&A와 프로스펙스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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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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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나이키 눌렀다고? 브랜드 빼고 다 바꿨다

DBR 일러스트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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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엔 소위 ‘신발 재벌’이란 게 있었다. 토종 운동화 브랜드 ‘프로스펙스’로 유명한 국제상사(현 LS네트웍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1949년 부산진시장 한편에서 고무신 공장으로 출발한 이 회사는 1962년 국내 최초로 농구화를 수출했고 1986년 아시아경기, 1988년 서울올림픽 공식 후원 업체로 선정되는 등 비약적 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1998년 외환위기 여파로 모기업인 한일그룹이 부도가 나면서 국제상사 역시 쇠락의 길을 걸었다. 1999년 1월부터 시작해 무려 8년여간 법정관리를 거치면서 프로스펙스는 중년층이나 기억하는 ‘한물간’ 브랜드로 퇴색했다. 한때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브랜드를 제압하고 국내 운동화업계 1위 자리를 지켰던 프리미엄 이미지는 사라졌다. 국제상사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건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새 주인을 찾으면서부터다. 2007년 LS그룹 계열사인 E1(옛 LG칼텍스가스)에 인수돼 이듬해 LS네트웍스로 간판을 바꿔 단 후 이 회사는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강력한 구조조정을 거치며 제조 기업에서 브랜드 마케팅 기업으로 변신해 ‘스포츠 워킹화’라는 신(新)시장을 개척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는 서울대 경영대의 경영자 교육과정인 CFO전략과정과 공동으로 국제상사 인수합병(M&A)과 프로스펙스 W의 성공 요인을 집중 분석했다. DBR 69호(2010년 11월 15일자)에 실린 기사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
○구조조정 통해 비효율 제거

국제상사가 법정관리에서 벗어나 새 주인을 찾기까지는 8년여의 세월이 걸렸다. 회사가 부실해서가 아니었다. 경영권 인수를 둘러싸고 제3자 매각 방식을 추진했던 국제상사와 구주 인수를 통해 국제상사를 인수하려고 했던 이랜드 간 지루한 법정 공방이 4년여 동안 지속됐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국제상사는 제3자 유상증자 형태의 매각으로 2007년 1월 E1에 인수됐다. 인수금액은 총 8550억9500만 원(4049억9500만 원은 회사채 인수금, 4501억 원은 신주 유상증자 대금). LS그룹이 LG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후 2007년까지 추진해 온 일련의 M&A 가운데 가장 규모가 컸다. 당시 E1은 LS그룹 전체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대표 브랜드를 확보해야 한다는 전사적 전략에 따라 국제상사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프로스펙스 W  ‘베스트기어’
프로스펙스 W ‘베스트기어’
국제상사 인수 후 E1은 적자 사업부 아티스(중저가 아동 캐릭터 신발 브랜드)를 인적 분할하고 신발 생산을 담당했던 김해공장을 폐쇄하는 등 강력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국제상사 인수 당시 직원은 약 600명이었지만 2008년 초 구조조정이 끝난 후에는 320명가량으로 줄어들었다. 사명도 2008년 1월 아티스를 분할하면서 LS네트웍스로 변경했다.

○외부 전문가 영입해 조직 쇄신

원래 프로스펙스는 나이키 등과 어깨를 겨루던 프리미엄 브랜드였다. 하지만 몇 년간 법정관리가 지속되면서 지방 변두리 지역에서 연중 세일을 하는 3류 브랜드로 전락했다. 안경한 경영지원본부장은 “한마디로 브랜드에 대한 개념 자체가 전무했다”며 “전사적으로 브랜드 콘셉트를 어떻게 설정하고 이를 어떻게 구현할지 전략적 방향성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LS네트웍스는 2008년 8월 전사 브랜드 전략을 책임질 마케팅전략본부를 신설하고 그 산하에 브랜드전략팀과 통합마케팅팀을 만들었다. 특히 신설된 마케팅전략본부의 수장으로는 광고업계 베테랑인 박재범 전무를 전격 영입했다. 안 본부장은 “브랜드 광고 마케팅 유통 등 사업부문별로 전문가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했다”며 “현재 420여 명의 직원 가운데 외부에서 영입한 경력 직원만 100여 명”이라고 귀띔했다.

○하위 브랜드 전략

LS네트웍스는 1등 업체 나이키와 정면 대결하겠다는 허황된 욕심을 버렸다. 흘러간 과거의 영광에 집착해 나이키와 정면 대결을 펼친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직시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희미해진 지 오래인 프로스펙스를 단번에 부활시키겠다는 야무진 욕심도 버렸다. 그렇게 하기엔 이미 프로스펙스 브랜드 이미지가 너무 노후화된 상황이었다.

LS네트웍스는 다음 두 가지 방향성에 따라 브랜드 전략 목표를 세웠다. 첫째는 전문 스포츠 이미지를 강조하는 나이키와의 차별화를 위해 좀 더 대중적인 생활 스포츠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둘째는 프로스펙스의 브랜드 유산을 이어가면서도 참신성을 줄 수 있는 하위 브랜드(sub-brand)를 만들어 성공시킴으로써 모(母)브랜드 이미지를 점진적으로 개선한다는 계획이었다.
▼ “걷기 편하다” 입소문 타고 W신발 출시 1년만에 매출 2.5배로 ▼

명확한 목표를 세운 후 LS네트웍스는 생활체육 분야 대표 제품으로 키울 신발 시장 탐색에 나섰다. 이때 발견한 게 바로 ‘스포츠 워킹화’다. 자체 시장 조사를 한 결과 20세 이상 성인 가운데 정기적으로 하는 운동으로 ‘걷기’를 꼽는 비율이 전체의 3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35%의 인구가 신는 신발은 70%가 러닝화였다. 나머지 30%는 캐주얼화나 마사이 같은 브랜드의 걸음 교정용 신발을 신고 걷고 있었다.

상당수 소비자가 운동을 위해 ‘걷고’ 있는데도 많은 업체는 계속해서 ‘러닝화’만 찍어내고 있었던 것. 고객들의 잠재 욕구를 간파한 LS네트웍스는 러닝화 고객들을 워킹화로 갈아 신게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 30도 깎인 발뒤꿈치의 스포츠 워킹화

워킹화 개발을 위해 LS네트웍스는 걷기와 뛰기의 운동 역학 차이부터 분석했다. 운동역학상 뛸 때는 발뒤꿈치 전체로 착지하지만, 걸을 때에는 발뒤꿈치 모서리가 가장 먼저 땅에 닿는다. 발을 땅에 디디는 시간도 걷기(평균 약 0.6초)가 뛰기(평균 약 0.2초)보다 세 배 이상 길다. 차연수 브랜드전략팀 부장은 “운동역학상의 차이 때문에 러닝화를 신고 오래 걸으면 피로해질 수 있다”며 “워킹화의 핵심은 오래 걸어도 발이 아프지 않게 발뒤꿈치의 충격을 줄여주면서 발목이 잘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LS네트웍스는 신발 발뒤꿈치 부분을 30도 각도로 깎았다.

2009년 9월 1일 스포츠 워킹화 브랜드 ‘프로스펙스 W’가 세상에 나왔다. 모브랜드인 프로스펙스와 연속성을 추구하면서 참신한 이미지를 덧입히기 위해 걷기(walking)를 뜻하는 영어단어의 첫 글자를 따서 브랜드 이름을 지었다.

특히 LS네트웍스는 W를 출시하면서 혁신적 시도를 감행했다. 무려 44가지에 이르는 신제품을 한꺼번에 내놓은 것. 강도 높게 걷기를 원하는 워킹 마니아용 신발 ‘W 파워’, 올레길처럼 비포장 야외도로에서 걷기에 좋은 ‘W 트레일’ 등 기능별 라인을 5개로 나눈 후 라인마다 성별, 색상, 소재 등에 따라 6∼10가지 디자인의 제품을 선보였다. 차 부장은 “통상 신발 신제품을 출시할 때 내놓는 디자인은 대개 5∼6가지에 불과하다”며 “프로스펙스처럼 44가지를 한꺼번에 내놓은 시도는 1949년 창사 이래 최초”라고 소개했다.

시장 반응은 뜨거웠다. 주문량이 밀려 발주 후 입고까지 한 달 넘게 걸리면서 고객들이 항의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판매 가격 단가가 11만∼13만 원에 이르는 고가 신발로 정찰 판매를 고수했는데도 주문은 계속됐다. W 출시 후 약 석 달 만에 W 판매량은 40만 켤레에 육박했다.

프로스펙스 W의 성공은 LS네트웍스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회사 전체 매출액의 40% 안팎에 해당하는 프로스펙스 신발 부문 매출액은, W 출시 전인 2008년 759억 원에서 W 출시 후인 2009년 914억 원, 2010년 1285억 원(예상) 등으로 해마다 성장하고 있다. 안 본부장은 “작년에 프로스펙스 W 신발로 209억 원의 매출액을 올렸다”며 “올해는 그 두 배가 넘는 521억 원의 매출액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곽수근 서울대 경영대 교수 skkwak@snu.ac.kr

박기완 서울대 경영대 교수 kiwanp@snu.ac.kr



▲동영상=손으로 그린듯한 운동화

■ 프로스펙스 W 성공 요인

① LS네트웍스가 실시한 구조조정 중 가장 큰 일은 김해공장 폐쇄였다. 자체 생산 공장을 폐쇄하는 대신 생산은 외주로 해결해 기업 운영의 효율성과 탄력성을 높였다. 이와 함께 내부 디자인·연구 역량을 확충하고 국내외 전문 디자인 업체들과의 용역 계약도 확대했다. 또 브랜드 전략 및 마케팅을 총괄할 조직을 만들고, 광고·마케팅·유통업계 전문가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했다. 명확한 브랜드 전략을 세워 명실공히 제조 기업에서 브랜드 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었다.

② LS네트웍스는 이전까지 운동으로 인식되지 않던 ‘걷기’를 운동의 일부로 재정의해 목표 시장을 새롭게 정의했다. 기존 운동화 업체들이 ‘러닝화’라는 한정된 시장 영역에서 경쟁을 해왔다면, LS네트웍스는 ‘스포츠 워킹화’라는 신(新)시장을 개척하는 데 주력했다. 이는 경쟁사들이 간과했던 소비자 욕구 변화를 누구보다 빨리 간파한 덕택이다. 2000년대 들어 뛰기보다 걷기를 선호하는 인구가 점점 늘었지만 다른 업체들은 러닝화, 조깅화 등 기존 제품 판매에만 주력했다.

③ 프로스펙스 W 이전에도 MBT 마사이워킹슈즈 같은 ‘1세대 워킹화’가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애초에 워킹화를 ‘걸음걸이 교정용’ 신발로 소비자에게 각인시켰다. 광고 모델도 의사 가운을 입은 외국인이 주로 등장했다. 따라서 ‘워킹화=다리 등에 문제가 있을 때 찾는 교정 신발’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반면 프로스펙스 W는 애초부터 건강한 사람을 목표 고객으로 삼았다. 적극적인 교육과 홍보 덕택에 프로스펙스 W는 교정용 신발이 아닌 ‘스포츠 워킹화’로 자리 잡았다.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69호(2010년 11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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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뭉친 그리스, 페르시아 대군을 깨다
▼전쟁과 경영


기원전 480년 9월 24일, 살라미스 해협에서 그리스군과 페르시아군 간의 결전이 벌어졌다. 아테네와 스파르타 등 여러 폴리스로 구성된 그리스군의 전력은 378척. 반면 페르시아 원정군 규모는 600척이 넘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리스군은 기병이 아예 없고 형편없는 궁수나 경보병 정도만 있었다. 반면 페르시아는 제국 내 다양한 국가로 이뤄진 강력한 다국적군을 거느리고 있었다. 페르시아 황제 크세르크세스는 승리를 확신하면서 근처 산에 올라갔다. 느긋하게 전쟁을 감상하면서 승리를 만끽하려던 것. 그러나 결과는 페르시아의 참패였다. 페르시아가 ‘그리스의 뱀’으로 불리는 아테네 제독 테미스토클레스의 계략에 걸려들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성공과 기존 체제의 위력에 경도되어 경직된 싸움을 벌인 것도 패인으로 작용했다. 페르시아는 그리스군이 제일 유리한 지역에서 유일하게 잘 싸울 수 있는 방식대로 싸워주는 실수를 저질렀다. 전쟁의 역사가 만들어낸 생생한 교훈을 전한다.

위기관리, 과거의 기록만으로 충분치 않다
▼MIT슬론매니지먼트리뷰


거대 보험사 AIG의 전 최고경영자(CEO) 모리스 그린버그는 가장 뛰어난 위험 관리 부서를 운영하고 있다고 자랑했었다. AIG는 위험 관리 부문의 선구자로 평가받았고 위험 관리를 담당하는 자회사까지 따로 두고 있었다. 미국의 투자은행 베어스턴스는 위험 분석과 관리 측면에서 업계 최강이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도 베어스턴스가 건전한 위험 관리에 관한 명성을 쌓은 기업이라고 평했다. 연방전국모기지협회인 패니메이는 뛰어난 신용 문화와 위험 관리 역량이 있다고 평가받았으며, 리먼브러더스 홀딩스 경영진도 위험 관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자주 표현했다. 하지만 이들의 실제 위험 관리는 형편없었고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몰렸다. 기존 위험 관리 접근법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데도 이를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위험 관리 접근법이 보호막 역할을 한다는 믿음을 갖고 지나치게 큰 위험을 떠안은 게 화근이었다. 위험 관리에 실패하지 않기 위한 새로운 접근 방법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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