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건설 ‘위시티 블루밍’의 놀이터(왼쪽)와 대림산업 ‘e편한세상’의 산책로(오른쪽 위), 삼성물산 ‘래미안’의 독서실. 이들 아파트는 학생들이 놀면서 창의력을 키우고 안전하게 단지 내에서 활동하며 공부를 잘할 수 있도록 설계 단계부터 고려한 게 특징이다. 사진 제공 각 회사
최근 건설사들 사이에서 ‘아이 키우기 좋은 아파트’ 짓기 바람이 불고 있다. 침체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는 부동산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면서 어린이나 수험생 자녀를 둔 30, 40대 고객의 욕구를 아파트 설계나 입지 선정, 부가 서비스 등에 반영해 수요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다.
○ 사춘기 학생 통학로에 ‘정서안정’ 허브향
대우건설이 4월 분양을 시작한 경기 부천시 ‘부천 소사 푸르지오’는 ‘아이들을 안전하게 키울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 아파트는 ‘어린이 놀이터 우범화 방지설계’를 적용해 어린이 놀이터를 단지 어느 곳에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가장 개방된 장소에 배치했다. 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집 안에서도 TV를 통해 놀이터를 관찰할 수 있으며 놀이터에는 위급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비상벨을 마련했다.
단지 출입구 경비실 바로 앞에는 ‘어린이 버스 승강장’을 마련해 어린이들이 유치원, 학원용 셔틀버스를 ‘경비 아저씨’가 지켜보는 가운데 안전하게 타고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 주민 공동시설에는 돌잔치나 생일파티가 가능한 연회실과 어린이도서관을 마련했으며 대규모 보육시설도 설치할 예정이다.
청원건설이 경기 고양시에 지은 ‘위시티블루밍’은 ‘자녀 교육에 좋은 입지’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 아파트가 위치한 일산 식사지구는 지구 내에 초등학교 2개, 중학교 1개, 일반고 1개, 국제고 1개 등이 있으며 인근에는 동국대 약학대학 설립이 추진되고 있어 ‘교육특구’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설계도 어린이의 지능 발달을 고려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 위시티블루밍의 단지 내 놀이터는 세계적인 놀이기구 업체인 스웨덴 ‘학스(HAGS)’사가 어린이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자극하도록 설계했다. 단지 안에 마련한 7개의 놀이터는 △들판을 달리는 말과 마차 △명절 전통놀이 △언덕 위 작은 요새 △바다용궁 등의 테마로 꾸몄으며 어린이들은 각 테마에 맞게 디자인한 미끄럼틀과 그네를 타거나 연날리기, 윷놀이 등을 하면서 상상력을 키우거나 한국 전통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사춘기의 예민한 중고교생들을 위해서는 단지 내 등하굣길 주위에 마음을 안정시키고 정신적 피로를 푸는 효과의 향을 내는 라벤더, 민트 등의 식물을 심었다.
○ 명문 입시학원이 아파트 속으로
삼성물산은 아파트 단지 안에 부모와 자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조성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래미안 퍼스티지’에 마련된 북카페에는 책은 물론이고 소파와 에스프레소 커피머신을 두어 어린이들이 책을 보는 동안 엄마들은 커피를 마시며 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했으며 독서토론회나 그룹 스터디 등이 가능한 별도의 세미나실도 갖췄다.
중고교생을 위한 공간으로 155석 규모의 독서실도 배치해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들이 안심하고 자녀를 기다릴 수 있도록 했다. 이 독서실은 커뮤니티 시설 중 헬스클럽 다음으로 이용자 수가 많으며 면학 분위기가 잘 유지돼 부모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입주를 시작한 대림산업의 ‘고양 원당 e편한세상’은 ‘아이 데리고 산책하기 좋은 아파트’로 유명하다. 이 아파트는 자전거,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어린이와 유모차를 끌어야 하는 부모 등을 위해 단지의 출입구에서부터 각 동, 주민공동시설, 놀이터 등 단지 내부의 전체 시설까지 계단이나 턱을 없앴다.
아파트 설계에 명문 입시 학원이 참여한 곳도 있다. 현대엠코는 종로학원과 공동으로 서울 동작구 상도동 ‘상도 엠코타운’ 입주민들에게 온라인 수능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2012년 입주 예정인 엠코타운 입주민의 고교생 자녀들은 1년에 4000시간 분량의 강의와 종로학원 강사의 학습관리 서비스를 집에서 받을 수 있다.
전창영 현대엠코 건축본부장은 “투자 위주의 아파트 시장이 최근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고 자녀를 둔 부모의 모든 생활이 자녀의 안전과 교육에 집중되다 보니 아파트도 ‘편히 쉬는 집’이라기보다는 ‘육아, 교육시설’에 가까운 형태를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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