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12일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한국의 외교 의전 역사상 가장 공들인 행사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축제 분위기를 가급적 배제한다’는 의전 원칙을 세웠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이라는 G20 정상회의 탄생 배경을 감안한 것이다. ‘최대한 예우한다. 그러나 잔치보다는 일하고 결과를 도출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는 게 G20 의전 준비의 핵심 콘셉트이다. ○ 공개된 의전 순서
정상들의 단체 기념촬영에서 각 정상이 설 위치가 살짝 공개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G20 준비위원회를 격려하기 위해 6일 코엑스 회의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여성 자원봉사자들과 기념촬영을 했는데 이때 자리배정이 실제 G20 정상회의 본회의가 열리는 12일 오전에 있을 정상급 단체사진 대형이었다. 여성 봉사자들은 이날 33개 참가국과 참가기구의 국기·단체기를 들고 섰다.
맨 앞줄은 국가 수반인 대통령의 자리다. 중심에 선 이 대통령의 왼쪽으로는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이, 오른쪽으로는 중국 멕시코 등의 정상이 서게 된다. 취임 순서가 빠를수록 이 대통령 곁에 가깝게 선다.
둘째 줄에는 상징적 국왕이나 대통령이 있는 나라의 선출직 총리가 선다. 베트남 말라위 등 비회원 초청국은 좌우 끝이나 뒷줄에 선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7개 국제기구 수장들 역시 뒷줄에 배치됐다.
이런 기준은 12일 회의장인 코엑스에 도착하는 순서에도 적용된다. 즉, 국제기구 수장이 먼저 도착하고 의전 서열이 높을수록 늦게 입장한다. 이에 따라 마지막에 후진타오(중국)→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브라질)→이명박 대통령이 입장한다.
코엑스 3층에 설치된 초대형 원탁회의에서 열리는 ‘진짜 회의시간’에는 다른 의전 순서가 적용된다. 이 대통령 좌우에 전후임 G20 의장국인 영국(2009년 4월 개최)과 프랑스(2011년 상반기 개최 예정) 정상이 앉도록 배치됐다. 올해 6월 토론토 회의를 개최한 캐나다는 임시 의장직 성격이었다고 한다.
○ 검소하게, 그러나 섬세하게
G20 참가국을 영접하기 위해 서울공항(경기 성남시)과 인천공항에 별도의 계류장과 야외 행사장을 마련했다. 그러나 화려함을 상징하는 ‘레드 카펫’은 생략하고 ‘아스팔트(tarmac) 의전’이 준비된다. 한 관계자는 이날 “장관급 수행원에겐 승용차도 제공하지 않고 승합차(van)만 지원할 정도로 불요불급한 의전은 과감히 생략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물론 참가국 정상에 대한 예우는 충분히 한다는 원칙이다. 방한하는 32명의 정상급 참석자 가운데 공항 도착시간이 밤 12시∼오전 6시인 경우가 무려 7건에 이른다. 정부는 새벽에 도착하는 정상들을 위해 장차관급 고위 공직자의 ‘새벽 영접’ 계획을 세워놓았다.
G20 준비위는 선물을 마련하면서 ‘국가에 귀속되는 기준가격을 넘기지 않는 한국적인 물건을 고른다’는 원칙을 세웠다. 정상들에게 일괄 지급되는 선물인 디지털 액자에는 각 정상들의 서울방문 기간 활동 모습을 개별적으로 저장해 줄 예정이다. 고액은 아니지만 정상들에게 줄 ‘깜짝 선물’을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 디테일을 직접 챙긴 MB의 실용주의
이 대통령은 G20 의전 준비 과정에서 특유의 실용주의적 감각을 한껏 발휘했다. 이 대통령은 일찌감치 참모들에게 “회의장 디자인에 너무 신경 쓰지 마라. 제일 중요한 것은 편안한 의자다. 정상들이 집중력 있게 회의에 참여하려면 의자가 편해야겠더라”는 지시를 내렸다. 동시에 △서양인 체형에 맞게 팔걸이 위치를 챙겨야 하고 △고가의 수입의자 대신 국내 중소기업 제품을 구입해야 하며 △등받이가 너무 높으면 사진에 찍힌 정상의 모습이 어색하니 감안하라는 지시도 뒤따랐다.
이 대통령은 6일 코엑스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현장을 둘러보면서 “탁자가 좋지만 실용적이지 못하고, 디자인 위주로만 돼 있다. 의자도 앉아 보니 너무 푹 들어갔다”고 말했다. 또 “정상들이 앉는 의자도 간격이 너무 넓다. (정상끼리) 이야기할 수 있도록 바짝 붙여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행사 집기들을 행사 후 경매에 부친다”는 보고를 듣고 “사전에 입찰을 해야 좋지”라며 아쉬워했다. 이 대통령은 준비위 구성 초기에 ‘모든 집기의 사후 사용 계획을 동시에 짜라’고 지시한 바 있다.
통역기를 귀에 착용한 뒤 마이크 테스트를 직접 하면서 “소리가 너무 울린다”며 울림상태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냈다. 응급처치실에 영문으로 ‘FIRST AID’라고 쓴 표지가 붙어 있는 것을 보고는 “영어보다는 국제표준 마크(빨간 십자가)로 바꾸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