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F1]석동빈 기자의 ‘Driven’/ GM대우 ‘알페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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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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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토 중 래’ 대형차 와신상담 대우, ‘알페온’ 몰고 돌아왔다


GM대우자동차는 과거 대우자동차시절부터 대형차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왔다. 현대자동차의 베스트셀러 ‘그랜저’에 대항하기 위해 대우차는 ‘로얄 슈퍼살롱’, ‘임페리얼’, ‘브로엄’ ‘아카디아’ 등을 내놓았지만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GM대우자동차로 바뀐 뒤 ‘스테이츠맨’과 ‘베리타스’를 선보였지만 초라한 판매실적 때문에 일찍 단종되는 비운을 맞았다. 경쟁차종이 강했던 탓도 있지만 디자인이나 편의장치가 국내 소비자의 기호와 맞지 않는 것도 이유였다.

하지만 이번에 야심작으로 내놓은 ‘알페온’은 이전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걸을 것 같다. 판매 성공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일단 디자인과 편의장치 성능 등 종합적인 상품성이 과거 내놓았던 차종과는 확실히 다르다. 알페온은 과연 어떤 차인지 2번에 걸쳐 일주일동안 시승을 해봤다.

○ 여유로운 실내


알페온은 GM 뷰익에서 만든 ‘라크로스’를 한국형으로 재해석해 내놓은 모델이다. 본래 뷰익은 미국에서 중장년층이 좋아하는 브랜드로 고장률이 낮고 보수적인 디자인에 편안한 승차감이 장점이다. 알페온도 뷰익의 유전자를 이어받아서인지 디자인에서 감각적인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화려한 전면부 크롬 그릴과 두툼한 사이드 패널은 차의 실제 가격보다 훨씬 비싸보이게 만드는 효과를 낸다.

후면부도 브레이크 램프 주변에 크롬 몰딩이 크게 들어가 약간 튀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런데 흰색이나 은색 차체는 이 크롬 몰딩이 튀어 보이지 않고 일체감을 주지만 검은색 차체엔 애프터마켓 용품을 붙인 것 같이 약간 언밸런스해 보이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알페온의 디자인은 육중하고 중후하면서 고급스럽다.

실내 디자인은 약간 독특하다. 대시보드 부분이 수직으로 서 있지 않고 비스듬하게 앞으로 뉘어져 있어서 탁 트인 느낌을 준다. 실내의 크기가 준대형이 아니라 대형급으로 커서 성인 4명이 타도 여유가 있는 데다 대시보드 마저 공간을 넓게 보이게 하는 효과를 내서 쾌적한 느낌이다. 최근 나온 국산 준대형급 모델들처럼 화려하거나 기교를 부린 흔적은 없지만 버튼류의 작동감이나 가죽시트의 바느질 등 마무리가 딱히 흠잡을 곳이 없다.

시인성이 뛰어나고 은은한 오션블루 무드 조명이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 도어트림에 배치돼 있는 점은 감각적인 디자인 포인트다.

○ 주행성능은 편안하고 안정적

알페온은 전륜구동으로 V형 6기통 3.0L(263마력), 직렬 4기통 2.4L(185마력) 엔진 2종류가 준비돼 있다. 시승한 차종은 3.0L 최고급 모델인 스페셜이다. 가속력은 전반적으로 부드럽다. 직접 측정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시간은 8.5∼9.0초 사이로 나왔다. 263마력이라는 최고출력 수치에 비해서는 그다지 빠른 가속력은 아니지만 일상적으로 타고 다니기에는 충분하다. 다만 가속이 워낙 매끄럽게 진행돼 약간 답답하다는 인상을 준다.

엔진의 회전이 부드럽고 느긋하게 올라가는 데다 6단 자동변속기의 변속속도와 동력전달이 즉각적이지 않아서 다이내믹한 면은 전혀 없다. 대신 변속충격이 거의 없고 가속페달을 거칠게 다뤄도 차가 신경질적으로 반응하지 않아 기사를 두고 뒷좌석에 타는 쇼퍼드리븐카로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

최고속도는 시속 204km에서 1차 속도제한이 걸리며 더 이상 속도가 올라가지 않고 멈칫거리는데 이상하게도 조금 더 가속페달을 밟고 있으면 시속 210km까지도 올라간다. 시속 180km까지는 어렵지 않게 올라가고 그 이상부터는 가속이 더뎌진다.

고속주행에서 소음차단은 수준급이다. 시속 120km까지는 거의 바람소리를 느낄 수 없고 그 이상부터는 조금씩 커지다가 시속 160km를 넘어서면 더 이상 증가하지 않고 일정 수준을 유지한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시속 180km에서 옆좌석 탑승자와 조용히 얘기를 나눌 수 있다. GM대우차는 렉서스 수준의 정숙성이 자랑이라고 했는데 그에 약간 못 미칠지는 몰라도 전반적인 정숙성은 불만이 없었다. 기존 준대형급 국산차와 비교해도 최소한 동등 이상이다.

브레이크는 조금 더 강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부드러운 가속성능에 맞춘 것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페달을 밟아보면 절반정도까지는 약간 밀린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물론 절대적인 브레이크 성능이 크게 부족하지는 않지만 초반에 좀 더 빠른 제동성능이 나오도록 설계가 됐으면 어떨까 생각된다.

○ 부드럽지만 흐느적거리지 않는 승차감


시승차에는 19인치에 편평비 40시리즈의 휠타이어가 들어가 있다. 과거에는 스포츠카들이나 사용할법한 과격한 사이즈다. 거친 노면에서 승차감이 제법 튈 것이라는 예상을 했지만 완충력이 좋은 16인치 60시리즈 휠타이어가 들어가 있는 것처럼 편안하다. 부드럽게 도로의 굴곡을 타고 넘고 날카로운 요철을 만나도 차체를 강하게 찌르는 듯한 불쾌감이 없다.

그래서 출렁이는 승차감일 것이라고 속단하기 쉬운데 연속된 커브길에서 몰아보면 생각보다는 차체의 기울어짐이 크지 않고 핸들링도 흐느적거리지 않아 제법 잘 설계된 서스펜션이 들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고속주행도 비슷하다. 시속 100∼160km 사이에서 커브길을 돌아나간다던지 차선을 변경해보면 느리지도 않고 신경질적이지도 않게 운전자의 의도를 잘 받아준다.

급하게 차선을 바꾸고 난 뒤 차체의 하중이동이 늦어지면서 좌우로 흔들거리는 현상도 동급 모델 중에서는 적은 편이다. 전반적으로 한국의 평균적인 운전자들이 좋아할만한 승차감과 핸들링 코너링 성능을 가지고 있다.

○ 편의 장치


최고급 모델인 스페셜을 기준으로 볼 때 웬만한 편의장치는 모두 들어가 있다. 주차 후 내릴 때는 시트가 뒤로 이동하고 다시 승차하면 운전 위치로 재이동하는 이지 억세스 기능, 동급 최초인 통풍시트가 적용됐다. 이 통풍시트는 기존의 바람을 내보내는 형식이 아니라 빨아들여 열을 빼앗는 방식이어서 여름철에 더욱 효과적으로 체온을 내려준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시트는 기본적으로 전동식이며 허리 받침까지 전동으로 조절되고 2개까지 시트포지션을 기억시킬 수 있다. 전동식 뒷유리 차양막도 고급차의 분위기를 내준다. 이밖에 버튼 하나로 주차기능을 작동시키는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와 운전석과 동반석은 물론 뒷좌석에서도 에어컨 온도를 독립적으로 조절하는 ‘Tri-Zone’ 에어컨이 마련돼 있다.

개방형 파노라마 선루프가 적용돼 뒷좌석에서도 시원스레 하늘을 볼 수 있고 이오나이저 공기 청정기는 미세먼지와 세균, 냄새를 자동제거 하고 향기까지 배출한다.

회사 측은 차체의 70%를 초고장력과 고장력 강판으로 구성해 미국에서 안전도 최고 등급을 받았고, 충돌 속도에 따라 압력을 2단계로 조절하는 듀얼스테이지 에어백도 들어가 있다고 밝혔다.

○ 총평

전체적으로 말랑말랑 나긋나긋하면서도 탄력성을 잃지 않는 고무공 같은 느낌이다. 어떤 부분을 봐도 강렬한 인상이나 뛰어난 부분이 보이지는 않지만 반대로 어떤 부분도 특별히 흡잡을 만한 곳이 무난하고 둥글둥글하다. 적당히 세련되고 비싸 보이며 여유롭고 넉넉하다.

이 같은 알페온의 상품성 때문인지 GM대우차는 판매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는 표정이다. 품격있는 차의 디자인과 차체 크기, 편의장치 등을 감안할 때 3.0L 모델(3662만∼4087만 원)의 가격경쟁력도 높다는 주장이다. 특히 2.4L 모델(3040만∼3480만 원)은 경쟁사 중형모델 최고급 사양이면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이어서 중형차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로 알페온의 상품성에 비해 가격은 합리적인 편이어서 GM대우차의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진검승부는 올해 연말에 발표될 예정인 현대자동차 신형 ‘그랜저’가 나온 뒤에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알페온의 판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신형 그랜저와 기아차 ‘K7’을 모두 본 뒤 결정하겠다는 대기수요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랜저가 기대 이상으로 나온다고 하더라도 알페온은 기존 GM대우차의 대형차들처럼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 같다. GM대우차의 주장대로 가격경쟁력이 있는데다 다이내믹한 분위기는 떨어지지만 중장년층을 끌어들일만한 매력적인 ‘여유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과연 신형 그랜저와 어떤 경쟁을 펼칠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석동빈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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