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급등에 소형아파트 매매 ‘꿈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3일 03시 00분


“차라리 사버릴까” 전세 수요 일부, 매수로 돌아서
전세금 비중 높은 곳 급매물 소진… 집값도 상승

최근 전세금 강세 현상이 서울에서 수도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일부 지역 매매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전세금이 재계약 시점인 2년 전에 비해 크게 오르고 물량마저 품귀 현상이 빚어지자 전세 대기수요가 매매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중이 높은 지역은 전용면적 85m² 이하 소형의 급매물이 팔리고 일부 아파트는 호가도 상승하는 추세다.

○ 60m² 이하 소형, 전세금 상승 커


12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지역 소형 아파트인 60m² 이하의 전세금은 6월 0.05% 상승했지만 9월에는 0.61%로 상승 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 반면 85m² 초과 아파트는 6월 0.05%에서 9월 0.2%로 전세금 상승 폭이 낮았다. 경기지역도 60m² 이하 가격 변동률은 6월 0.29%에서 9월에는 0.58%로 상승 폭이 컸다.

서울 성동구 옥수동 극동그린아파트 82m² 매매가는 8월 말 3억5000만 원에서 현재 3억8000만 원으로 3000만 원 올랐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일대는 최근 소형 아파트 급매물이 거의 소진되면서 보람아파트 매매가가 2000만∼3000만 원 정도로 크게 올랐다. P공인 관계자는 “전세금이 2000만∼3000만 원씩 오르고 물건도 귀해지자 돈을 좀 더 보태 집을 사려는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며 “최근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조치도 매수 전환에 한몫 거들었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 관악현대아파트 79m²는 최근 2억3000만 원, 106m²는 3억6500만 원에 팔렸다. H공인 관계자는 “전세는 귀한 반면 매매가는 약세여서 급한 사람들은 전세 대신 매수세로 돌아섰다”며 “다만 급매만 거래될 뿐 호가가 높은 것은 여전히 외면 받는다”고 전했다.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돌아선 곳은 전세금은 높지만 매매가가 싼 지역이 대부분으로 이런 곳들은 매매가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서울지역 평균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중은 40%인 데 비해 서대문구는 49.9%, 관악구 47.6%, 노원구 44.8%에 이른다. 평택시와 광명시는 각각 56%와 49%로 경기 평균치인 43.7%를 웃돈다.

경기 광명시 하안동 광명e편한세상 센트레빌 84m² 매매가는 지난달 말 3억5000만 원에서 현재 3억5500만 원으로 500만 원 올랐다. 경기 남양주시 평내동 우남퍼스트빌 109m²도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지난달 말보다 500만 원, 평택시 안중읍 현대홈타운 3차도 같은 기간 200만∼300만 원 정도 각각 상승했다.

경기 의왕시 M공인 관계자는 “전세는 매물이 부족해 인근 분당, 과천, 서울 등의 수요가 이어져 일부 매매로 돌아서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형 매매가 상승세가 다른 지역이나 중대형으로 확산될지는 미지수다. 전세금 비중이 낮은 곳은 여전히 매수 문의가 뜸하고 가격도 약세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규정 부동산114 부장은 “소형 아파트 위주로 매매로 전환되는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전세금 비중이 낮은 곳은 여전히 매수 문의가 뜸하고 가격이 낮다”며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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