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누리꾼 vs 정용진 부회장, 트위터로 ‘이념적 소비’ 논쟁

동아일보 입력 2010-09-29 03:00수정 2010-09-29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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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판매 너무해” vs “어묵도 파는데…” “이마트 피자는 너무하지 않습니까? 대형마트 때문에 동네 슈퍼들 문 닫는데 이제 중저가 피자 파는 서민 상인들은 어찌하나요? 정말 삽질이라도 해야 합니까?”

13일 ‘Klezik’라는 누리꾼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yjchung68)에게 트윗을 보냈다. 또 다른 누리꾼인 ‘rarara80’은 “피자도 피자지만 도매 중개업까지 하는 건 더 큰 문제”라며 이마트의 도매업 진출을 비판하고 나섰다. 정 부회장은 이에 대해 “유통업의 존재를 부정하시는군요. 님은 직접 장을 보십니까?”라고 반문하며 “많은 분이 재래시장을 이용하면 그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어차피 고객의 선택”이라고 반박했다. ‘rarara80’이 “동네 슈퍼와 대형마트의 생태계는 달라야 한다. 독점 자본의 잠입은 옳지 못하다”라고 다시 지적하자 정 부회장은 “소비를 이념적으로 하네요”라고 맞받았다. 다른 누리꾼(psy_steve)이 “장사하시는 분들은 가맹비, 임대료로 빚내서 힘들게 운영하는데 마트에서 피자까지 팔면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정 부회장은 “요즘 마트에서는 떡볶이 어묵 국수 튀김 안 파는 게 없는데 왜 피자만 문제 되나”라고 반문했다.

2주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인터넷에서는 이마트 피자에서 불거진 ‘이념적 소비’ 논쟁이 뜨겁다. 이마트는 대기업슈퍼마켓(SSM) 진출이 중소상인들의 반발로 막히자 대신 동네 상점에 물품을 공급하는 도매 유통업 진출과 마트에서의 판매 품목 확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상생’을 강조하는 분위기를 의식해서인지 이마트를 비롯해 대형 유통업체 임원들은 재래시장이나 중소상인들을 자극할 수 있는 발언은 무척 조심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정 부회장과 누리꾼들의 ‘설전’은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 대기업-자영업자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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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논쟁은 유통 대기업과 중소상인 간의 해묵은 갈등에서부터 과연 ‘이념적 소비는 무엇인지’에 이어 과도한 국내 자영업자 구조까지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이마트 피자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기업이 이윤을 더 내기 위해서 어떤 품목도 다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회계법인 컨설턴트이며 재능기부단체를 이끌고 있는 고영 SCG대표는 “산업이 발전할수록 유통 부문의 힘이 커지는 만큼 사회적 책임도 따른다”며 “이마트의 저가 피자 판매가 전략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라면 앞으로 생계형 피자업체를 비롯해 치킨집 등이 다 무너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신세계 측은 소매업은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파는 것이 본질인데 괜한 트집을 잡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신세계의 한 임원은 “현재 동네 피자도 피자헛, 도미노 등 외국계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지배하고 있다”라며 “그런 논리라면 대형마트에서 콩나물 두부도 팔지 말라는 얘기냐”고 주장했다.

이마트는 7월 말 서울 역삼점을 시작으로 현재 19개 점포에서 즉석 피자를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 내에 입점한 조선호텔베이커리 화덕에서 즉석으로 굽고 토핑도 만들어 제공한다. 지름이 45cm로 유명 피자 전문점의 일반 사이즈보다 12cm나 크다. 하지만 가격은 1만1500원으로 저렴해 인기가 높다. 서울 성수점의 경우 8월 한 달간 6000개 이상이 팔리며 이로 인한 매출액이 7000만 원을 넘어섰다. 이번 논란에도 이마트는 즉석 피자 판매 매장을 올해 안에 40개까지 늘릴 예정이다.

○ “과포화 자영업 해법 찾아야”

‘이념적 소비’라는 용어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용진 KAIST 경영학과 교수는 “정 부회장이 던진 단어를 물고 늘어지는 것은 경제학적 문제의 본질을 흐린다”라며 “현재의 편익과 미래의 비용을 냉정하게 따져 이번 이마트 피자 사태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비용을 낮추고 싼 상품을 내놓아 고객을 끄는 것은 당연한 경제행위이지만 만약 이마트 피자로 동네 영세 피자집이 모두 문을 닫고 독과점 시장이 되면 경쟁 원리가 작동할 수 없게 된다. 현 교수는 “정책 결정자가 대형마트와 중소 유통 재래시장 사이의 영역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다 근본적으로 한국 자영업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한국은 전체 취업자 대비 자영업자 비중이 2008년 기준 31.3%로 미국(7.4%), 일본(10.2%), 독일(11.2%)의 3∼4배에 이른다. 취약한 구조의 자영업을 보호하기 위해 대기업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지만 대기업이 안정적인 고급 일자리를 늘려 이들을 흡수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동영상 = 이마트 비닐쇼핑백 전면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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