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재정, 러-獨서 ‘감성화법’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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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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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시킨 詩 ‘삶이 그대를…’ 암송에 러 장관 “높은 식견… 한국에 협력”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20일(현지 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한-러 경제공동위원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은 러시아의 대문호 푸시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한국어로 처음부터 끝까지 암송했다. 동시통역을 통해 이를 듣고 있던 러시아의 빅토르 바사르긴 지역개발장관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고, 윤 장관이 암송을 마치자 회의장에 앉아 있던 참석자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재정부 관계자는 “윤 장관이 긴장된 회의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푸시킨의 시를 읊은 것으로 안다”며 “바사르긴 장관이 윤 장관에게 ‘러시아 문학에 대한 높은 식견에 놀랐다’며 한국에 흔쾌히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힐 정도로 효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핵심 의제 조율차 5개국을 순방 중인 윤 장관이 이번 해외 출장에서 ‘감성 화법’으로 상대방의 공감을 끌어내는 전략을 구사해 눈길을 끌고 있다. 21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페터 보핑거 독일 자를란트대 교수 등 독일 석학들과 가진 라운드테이블 회의에서 윤 장관은 1960년대 한국이 독일로 광원과 간호사를 보낸 일 등 독일과 한국의 각별한 과거 인연을 강조하며 석학들의 공감을 유도했다.

윤 장관은 이 회의에서 자신이 제2외국어로 독일어를 배운 사실과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을 감명 깊게 본 기억, 외환위기 당시 독일계 은행들이 한국에 대출을 확대해준 사례와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독일 출신이라는 사실 등도 거론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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