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법인 운영 어렵다” 수원지역 중소기업 SOS

동아일보 입력 2010-09-04 03:00수정 2010-09-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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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닥터’ 출동… “현지 책임자 뽑아라” 9월을 여는 첫날 아침, 이환희 전 삼보컴퓨터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경기 수원시 권선구 수원산업단지에 있는 주식회사 갤럭시아디바이스를 찾았다. 이 회사는 휴대전화 키패드와 터치스크린패널 등을 만드는 직원 180명 규모의 중소기업.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 경영자문봉사단 소속 자문위원인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5월까지 이 회사에 무료로 재무 컨설팅을 해줬다.

이 자문위원이 이 회사와 인연을 맺은 고리는 전경련 중기센터 경영자문봉사단이 2007년부터 실시한 ‘경영닥터제’였다. 경영닥터제는 대기업과 협력업체, 경영자문봉사단이 삼각으로 엮인 대중소 상생 프로그램. 전직 대기업 임원 등으로 구성된 경영자문봉사단 소속 자문위원 2명이 대기업의 협력업체인 중소기업에 찾아가 무료로 6개월∼1년간 문제점을 ‘진찰’하고 해결책을 ‘처방’한다.

○ 5000억 원 매출의 꿈

지난해 말 삼성전자는 협력업체인 갤럭시아디바이스로부터 ‘중국법인 운영 등이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 경영닥터 파견을 주선했다. 경영자문봉사단은 100여 명의 소속 자문위원 가운데 이 회사에 꼭 맞는 이력의 두 사람을 꼽아냈다. ‘삼성맨’ 출신인 기외호 위원과 재무 전문가인 이 위원이었다. 기 위원은 삼성물산 해외지사장, 삼성전자 상무, 삼성코닝 전무를 지내 구매와 영업 등에 정통했다. 이 위원은 삼보컴퓨터의 재무담당 이사 및 상무와 미국법인 수석 부사장을 지내 재무에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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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일주일에 두 번씩 갤럭시아디바이스를 찾아 임직원들과 네다섯 시간씩 강도 높은 회의를 했다. 두 위원이 “현재 이런 점이 문제다. 이런 방법으로 해결하라”고 제안하면 회사 임직원들은 구체적인 대책을 만들어 다음 회의 때 또 머리를 맞대는 나날이 이어졌다.

기 위원은 삼성에서 쌓은 각종 노하우를 전수했다. 원가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을 찾아내고 대기업이 활용하는 구매와 재료비 절감 요령을 알려줬다. 인터넷폰, 넷북용 키패드 등 제품을 다각화하라고 조언하고 발광다이오드(LED), 비접촉식(RF) 부품 같은 신사업도 도왔다. 권재중 갤럭시아디바이스 사장은 “현재 1000억 원에 약간 못 미치는 매출이지만 자문에 응하면서 2015년까지 매출 5000억 원대의 부품소재 일류 기업이 되자는 목표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삼보컴퓨터 CFO 당시 중국 공장의 재무구조를 개선했던 기억을 되살렸다. 갤럭시아디바이스는 중국에 공장을 6개나 두고도 관리를 제대로 못해 매년 수십억 원의 경영손실을 보고 있었다. 공장을 증설해야 할 상황에서도 자체적으로 자금을 만들 궁리를 하기는커녕 본사에 보낼 돈을 써버리곤 했다. 그러다 보니 본사가 중국 공장에서 받아야 할 돈은 악성채권으로 쌓여갔다.

이 위원은 우선 본사와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중국 공장을 관리할 현지 책임자를 두라고 권했다. 또 중국 정부가 최근 노사 문제나 세금 관련 법 집행을 강화한다는 점을 알려주고 송사와 세금폭탄에 대비하라고 조언했다. 중국 금융계와 네트워크를 만드는 요령, 외환관리법, 수수료 절감 노하우도 전수했다.

○ 중국 사업 절망에서 희망으로

갤럭시아디바이스는 지도위원들의 요구를 한 단계 더 뛰어넘었다. 중국 기업 경영환경에 정통한 대기업 중국법인장 출신 인사를 영입해 7월에 ‘중국총괄’이라는 직책을 맡겼다. 각 공장에서 일어나는 재무 회계 인사 등을 관장하고 독립채산제로 꾸려가도록 한 것. 중국 로펌과도 계약을 하고 장기미수 채권을 관리할 태스크포스(TF)도 꾸렸다.

이런 노력 끝에 중국법인은 최근 수십억 원의 자금을 직접 조달하고 현지 판로까지 개척하는 성과를 냈다. 지난해 75%에 불과했던 본사의 채권회수율도 올해는 100%를 바라보고 있다. 권 사장은 “경영닥터제는 참여자들이 서로를 인정하고 충분히 대화하면서 함께 발전 방안을 만들어 나가기 때문에 실천해보자는 의지가 커졌다”면서 “올해 말에는 원가 절감과 매출 증대에 따른 실적 증가치가 가시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에 대한 경영닥터 활동은 끝났지만 회사 임직원과 두 위원은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다. 이 위원은 이날도 개선 실적을 점검하고 새로 이전한 공장을 둘러보기 위해 바쁜 일정을 쪼개 회사를 찾았던 것. 이 위원은 “대기업에만 있다가 6년 정도 중소기업 컨설팅을 해보니 중소기업의 현실이 너무 열악하더라”면서 “이곳처럼 경영닥터제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는 기업을 보면 현장이 원하는 상생에 기여하는 것 같아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경영닥터제를 통해 삼성 LG 현대 포스코 한화 등 32개 대기업 출신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이 62개 협력업체에 조언을 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미국에서는 퇴직 경영자들이 주축이 된 ‘SCORE(Service Corp Of Retirement Executives)’가 1964년부터 이런 방식으로 대중소 상생을 실천하면서 HP 구글 같은 대기업의 참여를 주도하고 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경영닥터제로 인연을 맺은 권재중 갤럭시아디바이스 사장(왼쪽)과 이환희 전 삼보컴퓨터 최고재무책임자(CFO)가 1일 경기 수원시 갤럭시아디바이스 본사에서 공장 설비를 둘러보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 경영자문봉사단 소속자문위원인 이 씨는 기외호 전 삼성전자 상무와 함께 6개월에 걸쳐 이 회사의 경영닥터로서 중소기업이 처한 어려움을 덜어줬다. 사진 제공 갤럭시아디바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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