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대책 발표 임박… 정부 실태조사를 통해 본 향후 정책 4大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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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6일 03시 00분


‘이사 못하는 1주택자’ 구제가 1순위

정부가 최근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부양책으로 주택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내용보다 ‘아직 더 떨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여당의 총부채상환비율(DTI·소득 수준에 따른 대출 한도) 완화 요구에 정부가 선뜻 맞장구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사를 못하고 있는 1주택자 혹은 일시적 2주택자는 구제해야 한다”고 정부 내부에서 의견을 모았다. 따라서 금명간 발표될 부동산거래 활성화 대책은 병목현상만 풀어주는 ‘국지적 수술’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실수요자에 한해 제한적으로 DTI를 완화해주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감면을 2년 정도 연장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진동수 금융위원장, 김종창 금융감독원장 등 부동산대책 수장들은 25일 청와대에서 긴급 경제장관회의를 열고 부동산 대책을 조율했다. 대책 발표 시점도 임박했다. 정부가 최근 실시한 부동산거래 실태조사 결과와 대책을 쟁점별로 소개한다.

○ 적정한 집값 수준

현재 집값이 과도하게 떨어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거품이 걷히고 정상화되고 있는 것인지 판단하기 위해 최근 국토부가 수도권 중심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경기 용인과 고양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모두 ‘집값이 더 떨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부처 당국자는 “미입주 아파트가 많은 지역 주민 빼고는 대부분 집값 안정 기조를 반기고 있다”며 “정부 대책은 이사를 제때 못하는 실수요자들에게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수요자 역시 현재 가격보다 1억 원 이상 낮추면 거래가 될 것인데 여전히 높은 가격을 고수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본보가 서울 중계동 상계동 금호동 잠실동 대치동, 경기 고양시 화정동 등 6개 지역의 부동산중개업체에 확인하자 “현 시세에서 1억 원 이상 낮추면 대부분 거래된다”고 입을 모았다.

○ 실수요자는 누구

정부가 부동산거래 활성화 대책을 만들 때 1차적인 고민은 ‘누구를 위한 정책을 펼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특히 집을 사려는 무주택자까지 대상으로 봐야 할지가 고민이었다. 무주택자는 부동산 가격 하락을 가장 반기고 있어 이들을 감안하면 거래 활성화 대책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재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DTI를 완화해 부동산거래를 활성화하느냐’고 기자들이 질문할 때마다 “그럼 무주택자는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사를 해야 하는데 기존 집이 팔리지 않는 사람을 구제해야 한다는 데 힘이 실렸다. 따라서 정부는 부동산거래 활성화를 통해 구제할 실수요자로 ‘이사를 해야 하는 1주택자’와 ‘기존 집이 팔리지 않아 새집에 이사하지 못하는 일시적 2주택자’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 대량 미입주의 원인은

실수요자 중 정부가 가장 눈여겨보는 계층은 집을 사놓고도 입주를 하지 못하는 일시적 2주택자였다. 국토부는 새집에 입주하지 못하는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대량 미입주 사태가 벌어진 아파트단지 실태를 조사하기도 했다.

정부는 미입주의 핵심 원인은 ‘기존에 살던 집이 팔리지 않기 때문’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고양시 원당지구의 한 아파트는 이달부터 입주를 시작했지만 1486채 중 절반 이상이 입주를 하지 못했다. 이 단지를 지은 건설회사 측은 “아직 입주를 못한 가구는 99m²(30평)형 이상 중대형 아파트를 산 경우”라며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집이 안 팔려 잔금을 치르지 못하기 때문에 대형 평형 구매자 중 80%는 입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달부터 입주를 시작한 경기 용인시 성복지구의 한 아파트의 경우 입주율이 10%대에 불과하다. 총 2500채로 모두 129m²(39평)형 이상의 중대형이다.

○ DTI 완화 영향력 분석

금융위는 주택 관련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대출 행태를 분석했다. 이들의 평균 DTI는 18% 정도. 정부는 강남 3구의 DTI를 40%로 묶어놨지만 실제 은행돈을 빌려 집을 사는 사람들의 DTI는 20%가 채 되지 않았다. 또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사용처를 분석한 결과 약 60%는 다른 집을 샀지만 나머지 40%는 생활자금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DTI를 완화하더라도 실수요자에게 미치는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DTI 완화는 부동산 구매심리에 불을 지를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초 서울 강남권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자 정부는 9, 10월에 DTI 규제를 강화했다. 당시 집값이 곧바로 잡힐 정도로 DTI의 위력은 컸다.

이에 따라 정부는 특정 대상자에게 여러 조건을 달아 제한적으로 DTI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예를 들면 4·23대책을 확대해 이사를 가려는 실수요자의 기존 집을 살 경우에 DTI를 완화해주는 방안 등이다. 4·23대책에서 조건으로 달아놨던 전용면적 85m² 이하, 매매가 6억 원 이하, 투기지역 제외 등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감면조치를 2년 정도 연장하기로 부처 간에 의견을 모았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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