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백화점 “고객들 덥다고 아우성인데…”

  • Array
  • 입력 2010년 8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직접 찾아 온도계로 재봤더니 정부시책 따라 25~26도 유지, 손님 불만에 “가을 빨리 왔으면”

“백화점에 옷 한 벌 사러 왔는데 옷 입어보기 귀찮을 정도로 실내가 덥네요.”

지난달 29일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만난 여성 고객은 이 말을 하는 내내 부채질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에너지 절약 대책의 일환으로 백화점, 대형마트, 호텔, 은행 등 서비스 사업장의 냉방온도를 26도(매장의 경우 25도) 이상으로 유지하게끔 규제하면서 자주 보게 되는 광경입니다.

기자는 매장이 실제로 얼마나 더워졌는지 궁금해 이날 직접 온도계를 들고 서울시내 백화점 2곳(롯데백화점 본점,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대형마트 1곳(이마트 역삼점), 패션몰 1곳(남대문 메사)을 찾아 층별 실내온도를 재 봤습니다. 낮 12시에 측정한 롯데백화점 본점의 실내온도는 전문식당가(11층)가 25.7도로 가장 높았고, 면세점(9, 10층)이 23.9도로 가장 낮았습니다. 오전 11시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의 실내온도는 여성복 매장(3층)과 영캐주얼 매장(4층)이 각각 26.8도와 26.4도로 가장 높았고, 생활용품 매장(9층)은 23.5도로 가장 낮았습니다. 이마트 역삼점은 26.3∼26.8도, 메사는 25.6∼26.3도였습니다. 측정 시간과 장소, 측정 방법, 고객 수 등의 오차를 감안하면 대부분 25∼26도로 정부 시책을 충실히 따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더워서 쇼핑할 맛이 안 난다’는 고객들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유통업체는 깊은 속앓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마트 역삼점의 경우 ‘매장이 너무 덥다’는 불만이 하루에도 서너 건씩은 접수된다고 합니다. 유통업계는 일단 고객에게 ‘읍소(泣訴)’하며 이해를 구하고 있습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정부 시책에 따라 실내온도를 높이게 됐으니 이해해 달라’는 안내방송을 1시간에 한 번씩 매장에 내보내고 있다”며 “매출 등을 생각하면 온도를 내리고 싶지만 정부 입장이 엄격하다 보니 난감할 따름”이라고 하소연했습니다.

고객들의 더위를 쫓아주는 다양한 아이디어도 등장했습니다. 차를 가져온 고객에게 시원한 생수와 냉커피를 나눠주는가 하면(롯데백화점) 냉풍기로 고객의 차량 내부를 식혀주는 곳(신세계백화점)도 있고 실내온도를 높이는 주범인 낡은 전구를 발열량 낮은 발광다이오드(LED) 전구로 교체하는 작업도 활발합니다. 자기 돈 내는 에어컨도 마음대로 세게 못 틀고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여름’을 나고 있는 유통업계야말로 가을이 오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김희진 인턴기자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3학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