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정부-정치권이 중심 잡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천안함 위기 제대로 안알리고… 세종시 엉뚱하게 흐르고… 4대강은 혼선”
■ 하계 포럼서 강력비판… 정부 ‘대기업 때리기’ 관련 주목

“정부와 정치권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대기업을 대표하는 경제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이례적으로 정부와 정치권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28일 제주 서귀포시 해비치호텔에서 기업인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10 제주 하계포럼’에서다.

이날 정병철 전경련 부회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 의사를 밝힌 조석래 회장을 대신해 읽은 개회사에서 “최근 우리나라는 국내외에서 많은 난관에 부닥치고 있다”며 “나라가 올바르게 나아가려면 정부와 정치권이 중심을 잡아 장차 국가가 어떻게 나아가야 될지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정 부회장은 “천안함 침몰 등 국가안보가 크게 위협받는 가운데 정부나 정치권이 국민에게 국가적 위기를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있다”며 “그래서 국민도 국가적 위기인지 아닌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종시 같은 국가 중대 사업이 당리당략에 밀려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고 4대강 사업도 반대 세력의 여론몰이로 혼선을 빚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내용은 당초 원고에 비하면 비판 수위를 낮춘 것이다. 전경련은 원래 준비한 개회사에서 “국정을 책임지는 리더들이 장차 국가가 어떻게 나아가야 될지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세종시 혼란 등을 문제 삼았다. 또 “여야 및 정부도 서로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전경련은 이날 오후 6시쯤 열린 개회식 직전에 문제의 두 문장을 삭제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개회사는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문제가 이슈로 불거지기 2주 전에 마련했는데 마치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걸로 비쳐 개회식 직전 임원 회의를 통해 민감하게 해석될 수 있는 문장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파장이 확산되자 전경련은 “개회사의 주 내용은 최근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안보불감증이 만연하고 국론이 분열되는 현상을 두고 국민적 단합이 필요하다는 경제계의 우려를 바탕으로 작성됐다”는 해명자료를 냈다.

서귀포=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