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추락 날벼락… 3.3m² 1700만→1200만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27일 03시 00분


“튀는 市長때문에…” 일부 주민들 부글부글

26일 오후 1시 경기 성남시 중원구 금광1동 주택가. 가파른 언덕길에 차량이 꼬리를 물고 위태롭게 서 있었다. 행인들은 주차된 차량을 피해 좁은 골목길을 오갔다. 하늘에는 수십 개의 전선이 얽혀 있고 건물 여기저기 설치된 간판은 대부분 색이 바랬다. 문을 닫거나 비어 있는 점포도 적지 않아 썰렁하기까지 했다. 바로 이곳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재정 악화를 이유로 재개발사업 포기를 선언한 금광1구역이다.

아직 LH의 사업 포기 소식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은 탓인지 동네 분위기는 차분해 보였다. 하지만 속내는 달랐다. 문을 열고 장사를 하던 상인들은 기자가 방문하자 작심한 듯 말을 쏟아냈다. 특히 이재명 성남시장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이번 사태의 책임이 이 시장에게 있다는 지적이었다. 한 50대 공인중개사는 “시장이 바뀌어서 (재개발이) 잘될 줄 알았는데 더 어렵게 됐다”며 “불필요한 (모라토리엄) 선언 때문에 정부와 LH를 자극해 이런 상황까지 오니 벌써 ‘시장 잘못 뽑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재개발 기대 심리로 지난해 하반기(7∼12월)에 3.3m²(1평)당 1700만 원까지 올랐던 집값이 1200만 원으로 떨어졌다”며 “현재와 같은 부동산시장 상황이 지속되면 최소 1, 2년 사업 추진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남시 구시가지(수정 중원구)는 오랫동안 민주당 등 현 야당의 정치적 텃밭이었다. 호남 출신 주민이 많은 데다 분당신도시에 비해 차별받고 있다는 피해의식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이 시장은 수정구와 중원구에서 크게 앞서면서 한나라당 후보를 이겼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이 시장에 대한 지지 여론이 반감으로 급속히 바뀌고 있다. 공영개발에 찬성해 온 주민 김모 씨(45)는 “성남시의 모라토리엄 선언은 한마디로 정부와 주민을 우롱한 것”이라며 “재개발 문제는 이 시장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개발을 추진해 온 주민대표회의 전주용 총무(47)는 “기관 대 기관으로 약속한 것을 LH가 일방적으로 깬 것은 잘못”이라며 “성남시와 LH가 주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잘 협의해주기 바란다”며 기대를 내비쳤다.

반면 LH가 사업을 시행하는 것을 반대해 온 주민들은 이번 기회에 새로운 개발방식을 마련하자는 분위기다. 특히 민영개발을 요구하는 주민들로 이뤄진 특별대책위원회는 주민에게 유리한 방식을 찾기 위해 당분간 개발 추진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홍순두 위원장(62)은 “LH가 주민을 위한 개발을 못한다면 차라리 개발하지 말고 그냥 사는 게 낫다”며 “부동산 경기 등 장기적으로 환경이 달라지면 새로운 개발방식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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