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기업 빚 과도” 피치-S&P잇단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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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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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치, 신용등급 변수 지목
토지주택公 직접 거론하며 “정부 재정 악화 부를 수도”

■ S&P,이례적 고강도 점검
“공기업 빚은 결국 정부 몫 부담 줄이려면 민영화 필요”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공기업 부채 문제를 예년보다 강도 높게 점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례협의 때마다 공기업 부채 현황을 파악하지만 올해는 강도가 다르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남유럽 재정위기를 계기로 재정건전성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신용평가회사들이 한국 경제의 잠재적 불안요인으로 공기업 부채를 주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사흘간 한국 정부와 연례협의를 했던 피치는 2007년 138조4000억 원 규모였던 공기업 부채가 2008년과 지난해에 각각 177조1000억 원과 213조2000억 원으로 증가한 것을 거론하며 “공기업 부채가 향후 정부의 재정건전성 악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피치는 지난해 기준으로 부채 규모가 109조2428억 원이나 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직접 거론하며 정부의 구체적인 대응 방안에 대해 질문했다. 공기업들이 주로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순차적으로 회사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공기업 부담을 더 키울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 관계자는 “공기업 부채는 신용평가회사들이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항목 중 하나지만 올해는 예년보다 비중 있게 다뤘다”며 “지난해 말부터 지속되는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 사태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재정건전성을 핵심 이슈로 꼽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기간 중 신용평가회사들을 접촉했을 때도 공기업 부채와 관련된 문제를 많이 물어봤다”며 “올해 들어 이런 기조가 분명해지고 있고 당분간은 이런 분위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14∼16일 한국 정부와 연례협의를 벌이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공기업 부채 문제를 주목하고 있다. 한국 담당 수석 애널리스트인 킴 엥 탄은 12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국가 채무와 공기업 채무를 합하면 한국은 아시아에서 중국과 일본 다음으로 높다”며 “공기업 관련 데이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평가회사들이 한국의 공기업 부채 문제를 꼼꼼히 들여다보는 이유는 한국의 경우 정부 재정으로 해야 할 사업의 상당 부분을 공기업을 통해 하고 있고, 공기업에 문제가 생기면 결국 정부가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S&P 관계자는 “평가를 하는 입장에서 봤을 때 공기업 부채는 한국 정부가 짊어져야 할 부담이기 때문에 그 부담을 줄이려면 민영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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