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오일뱅크 11년만에 되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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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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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IPIC 지분70% 모두 넘겨라” 판결… 경영권 회복 길 열려

현대重 “주식매입 착수… 버티면 배상책임 물을 것”
IPIC “경영정상화 공로 무시… 항소여부 신중 검토”

현대오일뱅크 경영권을 둘러싸고 현대중공업과 중동계 석유회사 사이에 벌어진 분쟁에서 법원이 현대중공업 손을 들어줬다. 현대중공업은 외환위기의 여파로 1999년 중동계 회사에 넘겼던 현대오일뱅크의 경영권을 11년 만에 되찾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부장판사 장재윤)는 9일 현대중공업 등 현대오일뱅크 주주들이 아부다비국영석유투자회사(IPIC)와 자회사 하노칼홀딩비브이를 상대로 낸 집행판결 청구 소송에서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현대중공업 등에 매각하도록 한 국제중재재판소 판정의 강제집행을 허가한다”고 판결했다.

IPIC는 현대오일뱅크 지분 70%(1억7155만7695주)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외환위기 때 현대오일뱅크(당시 현대정유) 지분 50%를 5억 달러(현재 환율 기준 약 6000억 원)에 매입하며 경영권을 인수했으며 2006년 콜옵션을 행사해 지분 20%를 추가 인수했다. 나머지 지분 30%는 현대중공업 등 현대 측이 보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판결에 따라 IPIC가 가진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주당 1만5000원씩 총 2조5734억 원으로 산정하고, 이달 중 IPIC 측에 대금을 지급하는 등 경영권 확보를 위한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은 “IPIC의 항소 여부와 관계없이 주식 매입 절차에 들어간다”며 “만일 IPIC가 고의로 주권 인도를 하지 않고 버틴다면 추가적 법적조치를 통해 배상책임까지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IPIC는 “지난 11년간 IPIC가 현대오일뱅크의 경영을 정상화하고 경이적인 매출을 창출한 기여가 무시돼 아쉽게 생각한다”며 “판결문을 검토한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IPIC가 항소할 경우 최종적인 결정은 상급심으로 미뤄지게 된다. IPIC가 지분 전량을 넘기고 한국을 떠나더라도 약 2조 원의 시세차익을 남길 것으로 관련 업계는 추정했다.

현대중공업은 1999년 IPIC와 맺은 계약에 따라 IPIC가 보유한 주권을 인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시 양사는 IPIC가 2억 달러까지 우선적으로 배당을 받고 그 이후에는 현대중공업이 배당을 받을 수 있으며 경영권에도 참여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또 계약을 위반하면 보유 지분을 상대에게 전량 넘긴다는 협약도 맺었다.

그런데 IPIC는 2006년 말까지 1억8000만 달러의 배당을 받은 뒤 배당을 받지 않았다. 현대중공업 측은 IPIC가 2억 달러를 넘기지 않기 위해 고의적으로 배당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후 자신들이 행사할 수 있는 배당권과 경영권을 훼손당했다고 판단하고 2008년 3월 싱가포르 소재 국제중재법원(ICC)에 분쟁 중재를 신청했다. 국제중재법원은 지난해 11월 “IPIC가 주주 간 협약을 중대하게 위반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주주 간 계약사항을 위반했을 경우 상대에게 보유하고 있는 지분 전량을 넘겨야 한다는 협약에 따라 현대오일뱅크 지분 전량을 주당 1만5000원(시가의 75%)에 현대중공업 측에 양도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그러나 IPIC는 “한국 법원에서 최종 판결을 얻기 전에는 법적 효력이 없다”며 지분 이행을 거부했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한 달 뒤인 지난해 12월 중재 판정의 강제집행 허가를 요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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