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WINE]20세기 미식계 왕자가 뽑은 화이트와인 5가지

  • 동아일보

‘20세기 프랑스 미식계의 왕자’로 통하는 퀴르농스키는 1933년 ‘프랑스 국립 원산지 명칭 통제 및 품질관리원(INAO)’의 창립자, 잡지 ‘프랑스 와인 리뷰(RVF)’의 창간자와 함께 ‘프랑스 와인 아카데미’를 세운 인물이다. 그는 ‘프랑스 요리와 와인’이란 잡지도 만들었을 정도로 음식과 와인에 대한 지식과 관심이 지대하다.

그는 생전에 프랑스 최고의 화이트 와인 5종을 선정했다. 그 영광의 와인들은 보르도의 샤토 디켐, 부르고뉴의 몽라셰(샤르도네 100%), 론의 샤토 그리예(비오니에 100%), 루아르의 클로 드 쿨레 드 세랑(슈냉 블랑 100%), 쥐라의 샤토 샬롱(사바냉 100%)이다. 알자스의 리슬링이 누락된 것이 다소 아쉽지만 필자도 그의 선택에 대체로 동의한다.

이들 와인은 각 지역을 대표하는 품종과 이 중 최고 와인이 무엇인지를 말해 준다. 이들은 화이트 와인임에도 장기 숙성이 가능해 대단한 내공을 품은 와인임을 알 수 있다. 스위트 와인인 디켐과 샤토 샬롱은 50년 이상 저장이 가능하고 쿨레 드 세랑은 마시기 하루 전부터 마개를 열어 두기를 권장할 정도로 탄탄한 보디감을 자랑한다. 콩드리외, 샤토 그리예는 모두 북부 론에서 비오니에 100%로 만든 와인이지만 전자는 최근 빈티지가 가장 맛있다고 하는 반면 후자는 10년 넘어 마실 것을 권하는 와인이다.

다들 최고의 땅이라고 손꼽히는 곳에서 생산된 와인이다 보니 생산량이 적다. 면적이 3.4ha에 불과한 샤토 그리예의 연간생산량은 1만 병에 그친다. 샤토 디켐의 생산량은 6만5000병인데 그나마 빈티지가 좋지 않으면 생산을 포기한다. 세계 최고가 화이트 와인의 대명사인 몽라셰 중에서도 가장 비싼 DRC 몽라셰의 생산량은 고작 3000병이다. 8ha도 안 되는 작은 몽라셰 밭은 소유주만 18명에 달하고 이 중 DRC가 소유하고 있는 면적은 0.67ha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신봉하는 니콜라 졸리는 7ha에 불과한 클로 드 쿨레 드 세랑에서 연간 최대 2만5000병밖에 생산하지 않는다.

샤토 그리예, 샤토 샬롱은 보르도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샤토’라는 개념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 두 종류 모두 당당히 원산지 통제 호칭이자 최고의 비오니에, 최고의 뱅 존(옐로 와인)을 가리키는 명칭이다.

희귀성과 높은 가격 때문에 이들 와인을 맛보기란 쉽지 않다. 이럴 때는 대중적인 원산지 와인을 찾으면 된다.

몽라셰의 경우 같은 코트드본 지역의 화이트 와인인 뫼르소가 좋고 쿨레 드 세랑은 사브니에르산 와인, 샤토 샬롱은 코트드쥐라산 뱅 존, 샤토 디켐을 대신할 와인은 소테른에서 찾아보는 것이다.

김혜주 와인칼럼니스트

●이번 주의 와인

샤토 그리예


화려한 향을 자랑하는 비오니에의 진수를 말해주는 와인이다. 19세기 초부터 지금까지 샤토 그리예는 네레 가셰 가문만이 소유 및 운영해 왔다. 1830년에 디자인된 라벨 문양도 여태껏 변함이 없다. 이 와인을 구하기 어렵다면 조르주 베르네가 만든 콩드리외를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다. 베르네 씨의 수고 덕분에 사라져 버릴 뻔했던 콩드리외는 살아났고 현재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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