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公 입사면접 ‘公기업 형식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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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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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동 - 청계천 돌며 외국 관광객 유치案 짜라” 로드미션 출제

4년만에 글로벌 인재 선발

한국관광공사가 4년 만에 신규 직원을 채용하면서 길거리에서 과제 해결책을 찾는 ‘로드 미션’ 채용방식을 도입했다. 한 응시자가 
서울 도심을 돌아다니며 외국인 관광객 유치 방안을 찾고 있다. 사진 제공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공사가 4년 만에 신규 직원을 채용하면서 길거리에서 과제 해결책을 찾는 ‘로드 미션’ 채용방식을 도입했다. 한 응시자가 서울 도심을 돌아다니며 외국인 관광객 유치 방안을 찾고 있다. 사진 제공 한국관광공사
“서울 남대문, 명동, 청계천, 인사동 중 여러분이 고른 한 지역을 1시간 반 동안 둘러보고 좀 더 많은 외국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전략 기획안을 만들어 내십시오.”

2006년 이후 4년 만에 신규 직원 선발을 진행 중인 한국관광공사가 22일 필기시험 합격자 110명을 대상으로 낸 최종 ‘입사시험 문제’다. 그런데 이 시험문제는 현재 관광공사가 처한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라 정원 765명(2009년 4월 기준)을 2012년까지 544명으로 28.9% 줄여야 하는 관광공사는 4월과 이달 15일 두 차례에 걸쳐 직원 121명을 명예 퇴직시켰다. 이 과정에서 근무기간 ‘20년 이상’이던 명예퇴직 요건을 ‘12년 이상’으로 완화하고 퇴직 보상금을 평소의 두 배 정도로 늘린 것으로 밝혀져 현재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다.

관광공사는 ‘그래도 젊은 피는 수혈해야 한다’는 방침에 따라 이번에 신규 직원을 채용하면서 최종 임원 면접을 없앴다. 그 대신 공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길거리에서 주어진 과제의 해결책을 찾는 ‘로드미션(road mission)’ 채용 방식을 도입했다.

응시자들은 이날 서울 관광의 개선점을 찾아 기획안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집단토의를 벌였다. 유진호 관광공사 인재개발팀 과장은 “필기시험 합격자들의 영어 토익 평균점수가 950점이고 토익 커트라인이 890점일 정도로 ‘스펙’은 모두 화려하다”며 “관광분야에 대한 지식과 이해도, 창의적 해결 능력에 가장 높은 배점을 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르면 관광공사는 2012년까지 그동안 맡아왔던 면세점사업과 대형 관광단지 개발사업 등에서 손을 떼게 된다. 관광공사가 운영해 온 제주 서귀포시 중문 관광단지 내 중문골프장도 매각해야 한다. 중국의 ‘큰손’ 관광객 파워가 커지는 등 급변하는 관광 여건 속에서 외국 관광객 유치가 관광공사 고유의 주요 사업으로 부상한 것이다.

28일에 최종 합격자 22명을 발표할 예정인 관광공사의 이번 신입 직원 채용에는 3680명이 원서를 냈고 110명이 필기시험을 통과해 최종 로드미션을 받았다. 110명 중 여성 지원자는 70명이었다.

동아일보가 이번 로드 미션 응시자 5명의 전략기획안을 관광공사 측에서 받아본 결과 응시자들은 △무선인터넷과 터치스크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 디지털 관광 여건 미흡 △도심 궁궐의 차별화된 스토리텔링과 한국 음식의 연계 필요 △남대문 시장 내 화장실 안내 부족 등을 ‘2010 한국 방문의 해’의 관광 개선점으로 꼽았다.

관광공사 측은 “서울은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올해 가볼 만한 장소’ 3위였지만 동시에 여행서 출판사인 ‘론리플래닛’이 선정한 세계 최악의 도시 3위이기도 했다”며 “신입 직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관광 경쟁력을 높여 나가는 것이 곧 관광공사의 살길”이라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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